"철책 월북자, 1년 전 같은 부대로 넘어온 탈북민"

[경향신문]
국방부, 민통선 CCTV 확인
“간첩 활동은 사실 아닐 것”

군과 경찰, 정보당국은 새해 첫날 동부전선 최전방 철책을 뛰어넘은 월북자가 1년여 전 같은 부대로 넘어온 탈북민과 동일 인물로 확인했다. 이 월북자 A씨가 휴전선 철책을 넘어 남북을 제집 드나들 듯 오간 셈이다. 경찰의 탈북민 관리 허술에 대한 비판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국방부는 3일 “관계기관과 합동조사한 결과 지난 1일 22사단 GOP(일반전초) 철책을 넘은 월북자가 2020년 11월 같은 부대로 월책해 귀순한 30대 남성 A씨로 추정된다”며 “관계당국이 구체적 사항을 확인 중”이라고 밝혔다.

국방부는 “지난 1일 정오쯤 민통선 일대에 설치된 폐쇄회로(CC)TV에 A씨의 이동 모습이 찍혔다”며 “관계당국이 CCTV 영상 확인 과정에서 2020년 귀순한 A씨와 인상착의가 동일하다는 판단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간첩 활동은 사실이 아닐 것”이라며 “관련 기관에서 세부 확인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A씨는 지난달 30일 이후 신변을 관리하는 경찰과 연락이 닿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최근까지 청소용역원으로 일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2020년 11월 초 22사단 철책을 넘어 탈북했다. 그는 이후 정보당국 조사에서 기계체조 경력이 있다고 진술했으며, 당시 당국은 두 차례 시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체중 50여㎏에 신장이 작은 편으로, 몸놀림이 날렵해서 높이 3m가량인 철책을 수월하게 넘을 수 있었던 것으로 추정됐다.

군과 정보당국은 A씨 신변에는 이상이 없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월북자가 비무장지대(DMZ)에 들어갔을 때 북한군 3명이 A씨를 북쪽으로 데려간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는 A씨의 신변보호 차원에서 전날 서해지구 군 통신선을 통해 대북통지문을 2회 발송했고 북측에서 ‘잘 받았다’고 응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합참은 초동 부실조치 여부와 A씨의 이동 경로 등을 파악하기 위해 합참 전비태세검열실장 등 17명을 현장에 급파해 조사 중이다. 결과는 이르면 4일 발표된다.

박성진 안보전문기자 longriver@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