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국민의힘 쇄신, 윤석열의 '철학·정책 부재' 해소가 관건이다
[경향신문]
국민의힘이 새해 벽두부터 난맥상을 보인 끝에 선거대책위원회 개편에 들어갔다.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을 제외한 중앙선대위 지도부 전원이 3일 사의를 표명했으며, 김기현 원내대표 등 원내지도부를 포함해 당직을 가진 모든 의원들이 사퇴를 선언했다. 신년 여론조사에서 윤석열 대선 후보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에게 뒤지는 것으로 나타난 데 따른 처방이다. 그동안 선대위가 내부 권력 다툼으로 날을 새우면서 윤 후보 지지율 하락을 부채질했으니 당연한 귀결이라 할 수 있다.
지난 몇달 동안 국민의힘 선대위는 선거대책 조직이라고 하기 민망한 수준이었다. 선대위를 이끌기로 돼 있는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은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들에게 눌려 우왕좌왕했다. 내부 갈등 끝에 이준석 대표는 공동상임선대위원장직을 사퇴했다. 국가와 민생이 엄중한 시기에 정책과 메시지를 내놓기는커녕 내부 다툼을 벌였다. 정권심판론만으로 대선에서 이길 수 있다는 안일한 발상이 투영된 것이자 시민들을 우습게 아는 처사가 아닐 수 없다.
신지예 새시대준비위 수석부위원장이 이날 영입 2주 만에 물러난 것은 국민의힘의 실상을 여실히 보여줬다. 국민의힘은 최근 2030 지지층이 이탈하고 당내 갈등이 심화한 것이 신 수석부위원장 사임의 이유라고 했다. 하지만 20대 여성을 위한 정책은 없이 고작 신씨 한 사람을 영입한 것으로 표를 얻겠다는 얄팍한 계산을 한 것을 먼저 반성해야 한다. 신씨는 이날 일부 당내 인사들이 폐쇄적인 시각으로 자신을 몰아붙였다고 했지만 오산이다. 페미니스트 정치를 표방해온 그 자신이 청년정치를 한순간에 포기한 돌출 선택부터 되돌아보아야 한다.
국민의힘 난맥상의 시작점은 윤 후보다. 윤 후보는 무지와 실언으로 자질 논란을 초래하고, 거친 말로 증오와 편가르기를 시도했다. 김종인 위원장은 “(윤 후보에게) 선대위가 해달라는 대로 ‘연기’만 잘하면 선거는 승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고 했다. 정치 경력이 일천한 윤 후보에게 심도 있는 정책적 행보를 기대하기 어려우니 후보로서 최소한의 시늉만 해달라는 주문인데, 매우 부적절한 발상이다.
대선까지 이제 두 달 남짓 남았다. 윤 후보는 철학과 정책적 식견을 보여주지 않는 한 시민의 선택을 받을 수 없다. 윤 후보는 이날 밤 기자들과 만나 “선거에 대해 많은 분들이 걱정하시는 것은 오롯이 후보인 제 탓”이라며 “그 부분에 대해선 국민께 깊이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이 말이 허언이 되지 않길 바란다. 국민의힘 쇄신의 성패는 선대위 개편이 아니라 윤 후보의 수권능력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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