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한 지역으로 월북, DMZ 왔다 갔다.. 軍 허술한 경계

장용석 기자 2022. 1. 3. 1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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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월책 귀순' 때도 이동방향 놓쳐 신병확보에 14시간
이번엔 CCTV 찍히고 경보까지 울렸는데도 초기 대응 실패
경기도 파주시 접경지역에서 바라본 북한군 초소. 2022.1.2/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서울=뉴스1) 장용석 기자 = 지난 1일 강원도 동부전선 최전방에서 발생한 월북사건을 계기로 우리 군 경계태세의 맹점이 재차 드러났다.

특히 이번 월북자의 신원이 지난 2020년 11월 같은 지역에서 이른바 '월책 귀순'을 통해 우리 측으로 넘어온 탈북민 A씨로 파악되면서 그 파장이 커지고 있다. 한 번도 아닌 두 번씩이나 그것도 같은 탈북민에게 철책이 뚫렸다는 이유에서다.

3일 국방부 등에 따르면 이번 월북사건을 조사 중인 군과 경찰, 정보기관 등 관계당국은 강원도 고성 지역 민간인출입통제선(민통선) 일대에 설치돼 있는 우리 측 폐쇄회로(CC)TV 카메라에 촬영된 영상을 근거로 월북자가 A씨인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A씨는 2020년 11월 당시에도 고성의 육군 제22보병사단 관할 경계구역에서 최전방 철책을 지나 우리 측으로 넘어왔고, 이번에도 비슷한 경로를 통해 북한으로 돌아갔다. A씨가 작년부터 중국과 러시아로의 해외여행을 알아봤다는 얘기도 있다.

A씨는 월북 당일 민통선 인근 CCTV 카메라에 포착된 뒤 6시간여가 지난 오후 6시40분쯤 우리 측 GOP 철책을 넘는 과정에서 현장에 설치돼 있는 과학화 경계·감시 장비의 CCTV 카메라에 포착됐지만, CCTV 감시병은 A씨가 GOP 철책을 넘는 모습을 놓쳤다.

© News1 김초희 디자이너

이후 우리 군은 같은 날 오후 9시20분쯤 비무장지대(DMZ) 우리 측 지역에 설치돼 있는 TOD에 포착된 뒤에야 작전병력을 투입했지만, A씨는 1시간20분이 지난 오후 10시40분쯤 군사분계선(MDL)을 넘어 북한 땅을 밟았다.

이에 대해 군 관계자는 "2020년 귀순 당시엔 철책에 압력이 가해졌을 때 경보음을 울리는 '광망'(光網) 센서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문제가 됐었으나, 이번엔 경보가 울려 신속대응병력이 현장에 투입됐음에도 월책 사실을 알아차리지 못했다"고 전했다.

일각에선 현장에 투입된 병력이 북쪽으로부터 월책과 그에 따른 철책 이상 유무만 점검하느라, '남쪽으로부터의 월책 가능성은 간과한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 군 당국도 CCTV 감시병이 A씨의 월책 상황을 놓친 것을 포함해 "군의 초기 대응에 미흡한 부분이 있었음"을 인정하고 있다. 합참 전비태세검열실에선 해당 부대 관계자 등을 상대로 이번 사건의 초기 대응이 적절했는지 여부를 조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군 당국은 A씨의 과거 귀순 경로와 이번 월북 경로가 '완전히 같진 않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A씨가 월북 과정에서 현재 우리 군 근무자 없이 경계감시장비만 설치돼 있는 이른바 '보존 감시초소(GP)' 인근을 지나간 것으로 파악되면서 "현지 지형지물과 함께 우리 군 경계상황까지도 잘 알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 News1 김초희 디자이너

A씨는 2020년 '월책 귀순' 때 최전방 일반전초(GOP) 앞 철책을 넘어온 뒤 14시간 지나서야 우리 군 수색병력에 발견됐다. 군은 이때 열상감시장비(TOD) 영상을 통해 A씨의 월책 사실은 즉각 파악했지만 이후 그의 이동 방향을 놓쳐 추적에 애를 먹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군 당국은 이후 GOP 철책 일대의 과학화 경계·감시 장비의 성능을 보완하는 작업을 진행했지만, 작년 2월엔 북한 남성의 이른바 '수영 귀순' 사건이 발생해 우리 군의 기강해이와 대북 경계·감시태세의 부실을 또 한 번 드러냈다.

북한 남성은 작년 2월 당시 동해상으로 헤엄쳐 내려온 뒤 우리 측 지역에 상륙해 민통선 부근까지 약 6시간 동안 걸어오면서 10차례에 걸쳐 우리 군의 감시 장비와 CCTV 카메라에 포착됐지만 즉각적인 대응이 이뤄지지 않았다. '수영 귀순' 사건이 발생한 곳도 22사단 관할 경계구역이다.

이에 대해 군 관계자는 "경계근무자들의 잘잘못을 가리는 것도 필요하지만, 매번 대책마련에도 불구하고 22사단 관할 구역에서 유사 사건이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데는 다른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일례로 22사단의 경우 경계를 책임지는 구역이 육상과 해안을 포함해 총 100㎞ 수준으로 다른 전방사단의 2~4배에 이르러 병력 운용에 '과부하'가 걸리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까지 22사단에서 복무했다는 한 예비역 장병은 "경계임무 수행에 과학화 장비를 사용한다고 해도 이를 운용하는 건 결국 사람"이라며 "병력 부족이 가장 큰 문제다. 장비로 해결할 수 있는 건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ys4174@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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