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 "우리는 틀리지 않았다"

2022. 1. 3.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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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충윤 법무법인 해율 변호사·前 대한변호사협회 대변인

'우리는 틀리지 않았다'. e스포츠 최고의 인기 종목인 LoL(롤, League of Legends)을 즐기는 2030 사이에서 널리 알려진 워딩이다. 이전 게임에서 패배했던 우리 팀의 챔피언을 다시 기용하거나 패배에 결정적인 원인을 제공했던 상대팀의 챔피언을 금지하지 않는 것을 의미한다. MZ세대는 줄여서 '우틀않'이라 즐겨 부르는데, 통상적으로 아집이나 독선에 빠져 오만하게 굴거나 고집을 부린다는 의미로 많이 쓰인다. 임기 말에 접어든 현 정권을 회상하며 자연스레 '우틀않'이 떠올랐다.

문재인 대통령은 '기회는 평등할 것입니다. 과정은 공정할 것입니다. 결과는 정의로울 것입니다'라는 명문장을 남겼다. 이는 실제로 지켜졌는가. 현 정권의 아픈 손가락으로 꼽히는 부동산·방역 정책의 결과를 살펴보자.문 정부는 부동산은 자신 있다고 호언장담했지만 임기 말에는 부동산 정책이 가장 아쉬웠던 점이라 자인했다. 결국 남은 것은 역대 최고 집값 상승이자 부동산 정책 25전 전패라는 성적표뿐이다. 뿐만 아니라 작년 임대차3법 개정 이후 전세 대란이 일어나 서울 강서구에서는 후보들이 줄을 서고, 제비뽑기로 임차인을 결정하는 웃지 못할 촌극이 벌어졌다. 계약이 끝나가면 갈라치기에 지친 집 주인과 세입자는 내용증명을 누가 먼저 보낼지 눈치게임을 시작한다.평생 열심히 일해도 집 한 채 마련하기 어려운 세상을 만들었다. 내 집 마련은 언감생심 꿈같은 얘기고, 일확천금을 꿈꾸며 주식과 코인에 빠지는 2030이 많아졌다.

세계가 부러워한다고 자랑스럽게 선전한 K-방역은 어땠는가. 코로나 터널의 끝이 보인다고 했다가 방역 비상상황이라는 말 바꾸기를 수없이 반복했다. 밀폐된 환경, 밀집된 인원, 밀집 접촉을 줄여야 한다는 취지 하에 강도 높은 사회적 거리두기 정책을 오래도 시행했다. 자영업자를 필두로 방역수칙을 장기간 성공적으로 준수했는데, 정작 고위 공직자들이 위반한 '내로남불'을 접할 때마다 국민은 뒤통수를 세게 맞는다. 백신 조기 확보와 집단면역 달성 실패에 대한 변변한 사과도 없었다. 김윤 서울대 의과대학 교수는 '국가가 제대로 관리할 시설에 방역지침을 강제할 책임을 다하지 않아 생긴 확진자 수 증가를 국민들이 단계를 올려 더 강화된 규제 속에서 삶을 사는 것으로 메꿔주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렇게 순종적이던 착한 국민이 이제 지쳤다. 인천의 한 카페가 지나친 적자에 24시간 영업을 강행하다가 고발당하자 입장을 바꿨으나 경찰은 압수수색이라는 철퇴를 휘둘렀다. 아이들에게 백신 접종을 강제한다고 하더니, 꽃다운 청소년이 백신을 맞고 유명을 달리했다. 방역 패스도 갑자기 오락가락하며 3차 접종을 사실상 강제하고 있다. 국민에게 정책에 대한 예측 가능성이 일(1)도 존재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과정이라도 공정했는가. 정책 운영에 있어 소통과 유연성이 부족했고, 지나치게 경직되어 있었다. 문제의 골이 깊어지기 전에 언론과의 간담회나 국민과의 열린 공청회를 통해 문제점을 파악하고 봉합할 수 있는 기회가 충분히 있었으나 회피했고, '국민과의 대화'에서는 선별된 참가자와 짜인 각본대로 용비어천가만 읊을 뿐이다. 대통령제 국가에서 언론의 질문에 답하는 것은 대통령의 중요한 책무다. 기자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알려진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도 월평균 1회 이상의 기자회견을 가졌다. 서로 의견이 다르고 때로는 강력한 비판에 직면할 수도 있지만 기자들의 질문에 답함으로써 대통령이 무엇을 알고 무엇을 모르는지, 리더십과 설득력이 어떤지 국민에게 알림으로써 정부와 국민의 거리를 좁히는 것이다. 대통령과 정부 소통의 부재는 고스란히 국민의 '고통'으로 돌아온다.

삼권분립을 형해화하고 권력을 지나치게 독점했다. 자유민주주의의 근간인 권력의 '상호 견제와 균형'이란 말이 무색해졌다. 범여권은 한 때 국회 300석의 60%인 180석까지 차지했으며, 여당에 유리한 법안은 언제라도 순식간에 입법할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다. 입법권 독점의 산물인 공수처는 '검찰개혁'이라는 명분 아래 탄생했으나, 언론·민간에 대한 통신자료 대규모 사찰 논란으로 인해 설립 1년도 채 안되어 정치 편향성과 폐지론이 대두되고 있다. 행정부 총리와 장관들은 당연히 회전문 인사고, 대법원장·법무부 장관·검찰총장·공수처장 등 사법부의 주요 인사 또한 내로라하는 친여권 인사다. 야권과 국민의 수많은 비판과 우려에도 불구하고 초거대 정부는 아랑곳하지 않고 권력의 철옹성만 무지성으로 강화해서 이제 카톡까지 검열하고 있다. 비록 취하되었지만 대통령을 비난하는 내용의 문건을 배포한 사람이 고소되는 초유의 사건도 있었다.

LH 직원 부동산 투기·대장동 게이트와 같이 부동산 거래에 있어 거대한 이권카르텔을 구축하거나 내부정보를 이용하는 등 공정과 상식을 무너뜨리고 천문학적 이익을 편취했다. 코로나로 멍들고 과중한 조세 부담에 지친 국민의 가슴에 쐐기를 박은 사건이었다.

2022년 임인년(壬寅年)은 검은 호랑이의 해다. 예로부터 검은 호랑이는 신성한 영물로 소원을 들어주고 나쁜 것을 물리치는 수호신이라고 했다. 임인년 새해에는 대통령과 정부가 '우틀않'을 반면교사로 삼기 바란다. 틀릴 수도 있다. 틀리면 국민의 말을 듣고, 빠르게 피드백을 반영해 고쳐나가기 바란다. 오로지 국가와 국민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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