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실의 서가] 다산이 쓴 안경은 어디서 왔을까

이규화 2022. 1. 3.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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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초당에 걸린 정약용 선생의 안경 낀 모습은 이채롭다.

그가 끼고 있는 안경은 요즘의 둥그런 뿔테 안경과 과히 다르지 않다.

안경은 중세 시대 문물이다.

라식이나 라섹 수술이 개발돼 안경 없이도 시력 저하를 만회할 수 있는 방편이 있지만, 여전히 안경은 시력을 보완하는데 필수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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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래시스 로드 한지선 지음/위즈덤하우스 펴냄

다산초당에 걸린 정약용 선생의 안경 낀 모습은 이채롭다. 다산(1762~1836)은 18세기와 19세기에 걸쳐 살았던 조선 후기 학자다. 그가 끼고 있는 안경은 요즘의 둥그런 뿔테 안경과 과히 다르지 않다. 안경을 현대의 문물로 생각하는 이들이 의외로 많다. 아니다. 안경은 중세 시대 문물이다. 안경의 기원은 13세기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라식이나 라섹 수술이 개발돼 안경 없이도 시력 저하를 만회할 수 있는 방편이 있지만, 여전히 안경은 시력을 보완하는데 필수품이다. 그 안경의 기원에 대해 궁금증을 갖는 건 자연스럽다. 그래서 국내 한 출판사가 해양사 연구자에게 안경이 어떻게 오늘에 이르렀는지 기획 출판을 제안했는가 보다. 저자는 의뢰를 받고 6년간 200권 이상의 국내외 문헌자료를 뒤져 안경의 오리진과 전파 과정을 추적했다. 유래가 서남아시아 이슬람 문화권으로 추정되는 외래 물품의 기원을 한국인이 추적해가기란 쉽지 않았을 텐데 참 꼼꼼하게 챙겼다.

조선에 안경이 처음 전해진 때는 16세기로 추정한다. 임진왜란 직후다. 17~18세기 북경에 다녀온 외교사절이 유리창 등의 시장에서 안경을 가져와 유통하면서 그 수가 증가했다. 중국에서 제조된 안경을 주로 쓰던 조선인은 점차 디자인이 우아하고 기능도 우수한 유럽식 안경을 선호했다. 아마도 다산 선생이 쓰고 있는 안경도 유럽에서 수입해온 것일 가능성이 높다. 아랍 세계가 창안하고 유럽이 발전시킨 안경은 한때 중국의 장인들에 의해서도 연마됐다. 청나라 장인들은 숙련된 기술로 유럽식 안경에 버금가는 안경을 제작해 동아시아 안경의 수요를 충족시키며 유럽의 안경을 대체하기도 했다. 하지만 렌즈 제조법이나 기능을 더 발전시키진 못했고, 질적으로 도약할 수 있는 과학적 시스템을 마련하지 못해 한계에 달했다. 특히 수공업 형태를 벗어나지 못했다. 저자는 결국 이런 차이에서 19세기 이후 안경 기술 발전의 주도권이 유럽 쪽으로 넘어갔다고 분석한다.

저자가 해양사 연구자이어서 그런지 안경의 전파 경로가 인도양이었다고 설정하고 서아프리카, 동남아, 남아시아, 서남아시아 각 도시들을 연결한다. 동서 교역에서 초원길이나 실크로드만 상정하고 있던 좁은 시각을 확대해준다. 안경이란 한 물품을 통해 중세에서 근세에 이르는 풍물사를 엮은 아이디어가 돋보인다.

이규화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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