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범철 칼럼] 연초부터 뚫린 철책, 이대로는 안 된다

2022. 1. 3. 18:35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신범철 경제사회연구원 외교안보센터장

임인년 새해가 밝았다. 하지만 우리 군은 연초부터 동해안 최전방 경계가 뚫렸다. 문재인 정부 들어 "전투에 실패한 장수는 용서할 수 있어도 경계에 실패한 장수는 용서할 수 없다"는 말을 한 것이 몇 번째인지 셀 수 없을 지경이다. 근본적인 원인을 찾지 못한다면 앞으로 또 반복될 일이기에 우리 군의 뼈를 깎는 반성이 필요하다.

이번 동해안 철책 월북 사건은 여러 면에서 심각성을 내포하고 있다. 첫째, 육군 22사단 경계의 문제점이다. 현 정부서만 벌써 세 번째다. 담 넘듯 철책을 넘어온 '월책 귀순'에 이어 헤엄쳐 넘어온 '오리발 귀순'이 있었고, 이번엔 반대로 '월책 월북'이 드러났다. 이 정도면 지휘관이나 경계 병사의 자질 문제가 아니라, 시스템 개편이 필요한 상황이다. 22사단의 관할 지역이 너무 넓다면 이를 좁혀야 하고, 경계인력 증원이나 교대주기 재설계와 같은 근본적 해법이 강구되어야 한다.

둘째, 장관의 '령'이 제대로 서지 않고 있다. 서욱 국방부장관은 새해를 맞아 전군 경계부대에 매너리즘에 빠지지 말라고 주문했다. 실제로 올해는 3월 대선을 전후로 북한의 군사도발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그 어느 때보다 대비태세를 강화해야 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장관의 지시가 있는 당일조차도 우리 군은 경계에 실패했다. 정상적인 군대라면 장관의 지시를 이행하기 위해 적어도 몇 달, 며칠은 경계에 집중해야 하는 것 아닌가. 국방부장관은 이러한 상황에 부끄러워해야 하고 철저한 진상파악에 임해야 한다.

셋째, 과학화 장비에 대한 지나친 의존이다. 이번 월북 사건은 폐쇄회로(CCTV)와 동작 감지 센서 등으로 최소 4차례 포착할 수 있었다고 한다. 그만큼 우리의 경계장비는 뛰어난 편이다. 그러나 장비에 대한 과도한 믿음은 장병의 경계태세를 약화시킨다. 면밀한 관찰이 있었다면, 또는 종종 발생하는 장비의 오작동에 대해 안일하게 대응하지 않았다면 월북을 막았을 수 있다. 첨단 장비라 할지라도 이를 운용하는 주체에 따라 그 성과가 달라짐을 명심하고, 대비태세를 강화해야 한다.

넷째, 문재인 정부 들어 약화된 대북 대비태세와 대적관이다. 군은 모든 위협 양상에 대응하는 것이 기본 목적이다. 하지만 오늘의 우리 군은 대적관 교육이 평화 교육으로 대체되고 있다. 강군 건설을 위한 강도 높은 훈련 역시, 코로나 19와 북한의 연합군사훈련 중단 요구를 수용하면서 그 규모가 대폭 줄어들었다. 군 기강이 바로 서기 어려운 상황이 아닐 수 없다.

물론 우리 군을 경계태세 약화만으로 평가절하해서는 안 된다. 이 시간에도 대한민국을 지키는 수많은 장병의 노고가 있다. 하지만 소 잃고 외양간을 고치지 않으면 소는 또 잃어버릴 수 있다. 정부와 군 당국은 간절한 마음으로 개선 조치들을 고민해야 한다.

먼저 최고수뇌부의 반성이 필요하다. 국민께 사과하지 않는 정부는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 대통령과 국방장관은 물론이고 합참의장과 예하 지휘관들은 진정성 있는 사과를 해야 한다. 꼬리 자르기라 할 수 있는 연대장이나 대대장 차원의 징계로 어물쩍 넘어가서는 안된다. 특히 지난 몇 차례의 경계태세 이완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의 사과가 제때 있었는지 의문이다.

대적관과 대비태세 교육을 확대하고 훈련의 강도를 높여야 한다. 군의 본연의 임무는 나라를 지키는 데서 시작된다. 경계태세와 관련해서도 정예화된 군을 만들기 위해 첨단장비 운용 개선과 교육 훈련, 그리고 정신교육이 당장 강화돼야 한다.

끝으로 월북자의 신원을 파악하고 생사를 확인해야 한다. 어떤 이유이든 월북을 하면 대한민국의 범죄자다. 그렇다 해도 그의 생명을 보호할 의무가 정부에 있다. 재작년 가을 발생했던 공무원 해상 살해 및 시신 훼손과 같은 상황을 막아야 한다. 월북자의 신변과 안전을 확인하고 한국으로의 송환을 추진해야 한다. 만일 선량한 국민이 아니고, 암약한 간첩이라면 철저한 수사와 대응조치를 해야 한다. 국가안보는 쉽게 지켜지지 않는다. 하지만 잘못하면 쉽게 무너진다. 경계태세는 그 첫 출발점이다.

Copyright © 디지털타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