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T현장] 후보들의 심각한 '재정 모럴해저드'

김승룡 2022. 1. 3.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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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룡 정치정책부 부장

대선의 해가 밝았다. 이번 대선의 향방은 2030 청년층과 중도층의 표심이 가를 것이라는 게 대체적 전망이다. 최근 여론조사 결과들을 보면 아직 찍을 후보를 고르지 못했다는 응답이 거의 30%에 달한다. 그만큼 이들의 표가 중요해졌다. 이재명, 윤석열 후보가 내세우는 공약들을 보면, 이번 대선은 과거처럼 진보와 보수 진영 싸움이 아니다. 때론 이 후보가 보수 진영 같고, 윤 후보가 진보 진영 같을 때가 많다.

올해 대선의 가장 큰 변수 중 하나는 코로나19다. 코로나19로 피해를 본 전국의 900만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는 계속되는 방역조치 강화로 제대로 장사를 못하고, 생계마저 어려워져 불만이 팽배하다. 이들 900만의 표가 어디로 가느냐가 대선 당락의 주요 잣대가 될 것이란 관측이다.

이 때문에 두 후보 진영은 마치 경매 시장에서 가격 올려 부르듯이 소상공인을 위한 선심성 공약을 경쟁적으로 쏟아내고 있다. "25조" 외치니 "50조"라고 하고, 더 나아가 "100조"까지 나왔다.

소상공인 표를 노린 소위 '묻지마' 공약의 포문은 이 후보가 먼저 열었다. 그는 소상공인 자영업자를 위한 전국민 소비쿠폰 지급, 임대료 국가 분담제, 채무조정 등 7대 공약과 함께 100조원 손실보상 지원과 추가경정(추경)예산 편성을 내세웠다. 또 국가가 손실보상액을 선지급하고, 추후 정산하는 방안도 추진하겠다고 했다.

이 후보가 이런 공약을 내세우자 민주당은 바로 당론으로 밀어붙였고, 지난해 말 당정 협의를 통해 결국 55만 소상공인에 1인당 500만원씩 손실보상금을 지급하는 것으로 결정됐다. 이미 분기별로 손실보상액이 지급되고 있고, 올해 1분기까지 100만원씩 방역지원금도 별도 지급키로 했는데, 거기에 또 추가로 500만원씩 지급키로 한 것이다.

이 후보가 추경 편성을 주문하자, 민주당은 곧바로 30조원 추경안을 내밀며 2월 임시국회 회기 내 반드시 처리하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앞서 4년 여 만에 무려 9번의 추경을 편성하며, 마구 '적자 국채'를 찍어내 확대 재정이란 걸 몸소 보여준 문재인 정부는 여당 요구에 이제 10번째 추경을 편성해야 처지다.

9번의 추경과 임기 내 해마다 역대 최대 예산을 편성한 정부가 부풀린 국가채무는 무려 400조원이 넘는다. 지난해 말 국가채무는 약 970조원이다. 정부는 당장은 반대한다고 하지만, 결국 3월 대선을 앞둔 시점에서 추경 편성에 동의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이 후보 공약에 뒤질세라 윤 후보도 대규모 지원 공약을 내걸었다. 소상공인이 대출금을 임대료와 공과금으로 사용하면 대출액의 50%를 정부가 지원하고, 나머지 50%는 장기 저리로 변제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또 사전 보상을 위해 50조원의 예산을 마련해 새 정부 출범 100일 내 모두 집행하겠다고 했다. 다만 50조원 예산은 올해 예산의 지출 구조조정을 통해 마련하겠다고 한 것이 차이점이다.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2020년 소상공인 실태조사'에 따르면 2020년 말 11개 업종의 소상공인 종사자수는 전년 말 대비 87만명 감소한 557만명으로 집계됐다. 또 이들의 작년 총부채는 약 294조원으로 전년 대비 48조원 가량 늘었다. 영업이익은 43% 감소했다.

정부는 지난해와 올해 소비지원, 금융지원, 손실보상, 지역화폐 예산 증액 등 각종 소상공인 지원책에 각각 43조1000억원, 51조4000억원 등 총 94조5000억원을 투입했다. 특히 투입된 지원금의 60% 가량은 재난지원금, 신용카드캐시백(상생소비지원금), 지역화폐 등 소비촉진 지원금이었는데, 실질적으로 소상공인을 살리는데 큰 도움이 되지 못한 것이다. 정부는 이미 올해도 약 36조원을 소상공인 지원 예산으로 편성해놨다. 여기에 추경 30조원, 손실보상 추가 50조~70조원 등을 더하면 올해만 100조원이 훨씬 넘는 돈을 소상공인 지원에 쏟아붓게 되는 셈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9월 말 자영업자 대출잔액은 887조5000억원으로 1년 새 110조1000억원이나 증가했다. 정부는 앞서 수차례 소상공인 대출 만기를 연장해줬고, 끝내 올해 3월까지 상환은 연기됐다. 3월 대선을 앞두고 또 한 차례 상환 연기 조치가 나올 게 뻔하다. 당장 생계가 어려운 소상공인에 저리로 잔뜩 대출해주고, 만기를 계속 연장하고 있으니 그야말로 '폭탄 돌리기'가 따로 없다.

올해 대선이 끝나면 1000조원이 넘을 소상공인 부채 처리 문제가 우리 경제의 뇌관으로 부상할 것이다. 올해도 코로나 확산세가 계속되면 또 대출해주고, 또 만기 연장해주고 할 건가. 계속 뒤로 연기하다, 끝내 폭탄이 터질 것 같으면 대규모 채무 탕감이라도 할 작정인가. 소상공인 지원금은 모두 국민 혈세다. 국민 혈세로 대선용 예산을 마구잡이로 뿌리다, 안되면 탕감하면 끝날 일인가. 차기 국가 운영을 맡을 대통령 후보라는 사람들이 이 정도의 '재정 모럴 해저드'를 가지고 있다면, 나라를 과연 제대로 운영하겠는가. 당장 발등의 불을 끄겠다고, 당장 눈 앞의 권력을 쟁취하겠다고 단세포적 공약만 내세울 건가.

가난하고 어려운 자에게 당장 빵을 나눠주기보다는 일해서 먹고 살 수 있는 일거리를 늘리고, 경제를 활력 있게 돌아가도록 해야 하는 것 아닌가.

김승룡 정치정책부 부장 sr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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