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년만에 간판 뗀 'KFC 1호점'..종로2가 '상권 1번지'의 몰락

옥기원 2022. 1. 3.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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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4년 4월 국내 1호로 문을 연 케이에프씨(KFC) 종로점이 문을 닫았다.

종로 상권이 침체한 상황에서 코로나19 장기화까지 겹친 탓에 지속적인 매장 운영이 어렵다는 판단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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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마지막 영업 끝내고 폐점
종로점 가보니 집기 정리 한창
"더 좋은 장소에서 매장 열 것"
1990년대 전성기 찍고 내리막
어학원 폐원에 코로나마저 덮쳐
주변식당 주인도 "가게 안 나가"
패스트푸드 업체 케이에프시(KFC)의 국내 1호점으로 38년간 영업해온 서울 종로구 종로2가 종로점이 문을 닫았다. 3일 오전 간판이 모두 떼어진 건물 앞으로 시민들이 오가고 있다. 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1984년 4월 국내 1호로 문을 연 케이에프씨(KFC) 종로점이 문을 닫았다. 종로 상권이 침체한 상황에서 코로나19 장기화까지 겹친 탓에 지속적인 매장 운영이 어렵다는 판단 때문이다.

3일 유통업계 설명을 종합하면, 서울 종로구 종로2가 경영빌딩 1~2층에 위치한 케이에프씨 종로점이 전날 마지막 영업을 마치고 폐점했다. 이날 오전 종로점을 방문했을 때는 관계자들이 간판을 떼고 매장 안 집기를 정리하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케이에프씨 관계자는 “오래된 매장의 유지보수 비용 등을 고려할 때 더 좋은 장소에서 더 좋은 환경의 매장을 열기 위해 폐점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케이에프씨 국내 매장들은 모두 본사 직영점으로 운영되고 있다.

1984년 4월 KFC 국내 1호점인 종로점 개점식 모습. 케이에프씨 제공

케이에프씨 종로점은 ‘상권1번지’라 불리던 종로 한복판에 위치한 대형 프랜차이즈란 상징성 때문에 인기 드라마에도 소개되기도 했던 명소였다. 티브이엔(tvN) 드라마 ‘응답하라 1994’ 속 주인공 해태와 삼천포가 비스켓 40개를 시켜놓고 여대생들과 소개팅하던 장소가 케이에프씨 1호점이다. 1990년대 해당 점포는 종각역과 종로3가역 사이 탑골공원 사거리 핵심 상권에 있는 젊은이들의 명소로 홍보 효과가 높은 ‘안테나 매장’으로서 상징성도 컸다.

서울 종로구 관철동 젊음의 거리 앞의 건물에 임대 글귀가 붙어있다. 의류브랜드 ‘뱅뱅’ 건물로 잘 알려진 해당 점포는 5년 넘게 비어 있는 상태다. 옥기원 기자

하지만 2010년대 이후 주변 상권이 커지면서 종로2가의 아성도 점점 쇠락했다. 마주 보는 종로3가 쪽 익선동이 젊은층의 데이트 명소로 떠올랐고, 반대편 종로1가와 광화문 주변 신축 오피스빌딩에 생긴 음식점들은 직장인 점심 수요를 끌어들였다. 신흥 상권 중간에 끼인 종로2가 젊음의 거리 주변은 유흥업소 및 술을 마시는 식당을 비롯해 대형 프랜차이즈 매장 정도만 살아남은 특색 없는 거리가 됐다.

코로나19 장기화는 종로2가 상권 몰락을 가속화했다. 종로3가부터 2가에 걸쳐 위치한 유학원과 어학원들이 줄줄이 문을 닫으면서 그나마 있던 학생 손님들의 발길도 끊겼다. 주변 직장인들의 회식도 제한되면서 술을 마시는 식당들의 매출은 바닥을 찍었다. 7년간 식당을 운영한 김아무개씨(56)씨는 “매년 손님이 줄어드는걸 체감해왔지만, 코로나19가 심각할 땐 저녁 손님을 받지 못한 날도 있었다”며 “이제 직원도 안 쓰고 남편과 둘이 장사를 하는데, 가게를 내놔도 나가질 않아 장사를 접을 수도 없다”고 말했다.

종각역 4번 출구 바로 앞 4층 빌딩 전층에 임대 안내문이 붙어있다. 옥기원 기자

실제로 종각역 4번 출구부터 종로2가 사거리까지 350m가량 대로변을 걷다 보면 한 집 건너 한 집에 임대 안내문이 붙어 있을 정도로 썰렁하다. 만남의 장소였던 종각역 4번 출구 바로 앞 4층 건물 전체가 통째로 비어있을 정도다. 2016년 12월까지 의류브랜드 뱅뱅이 영업하던 젊음의 거리 초입 건물 1층은 5년 넘게 공실인 상태고, 청계천변 커피 프랜차이즈 할리스가 빠져나간 4층짜리 건물도 1년 넘게 문이 닫혀 있다.

종로2가에서 부동산 중개업소(대신부동산)를 운영하는 이화현 공인중개사는 “종로 상권이라서 권리금도 있고 임대료도 비교적 높다 보니 상담 문의는 있지만 실제 계약을 해서 점포를 여는 경우는 드물다”며 “관광특구로 지정된 젊음의 거리 일대에 업종 제한이 있는 건물들도 있어서 다양한 업종 창업에도 제약이 있다”고 말했다.

옥기원 기자 o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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