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군산군도 김양식장에서 전주 미나리 농장까지..이주노동자 삶 현장 '펭귄장화에 짠물이 밸 때'
[경향신문]
전북 고군산군도의 선유도와 신시도, 야미도 앞바다에 뜬 배 한 척엔 동티모르 출신 청년들이 타고 있을지 모른다. 한겨울 ‘펭귄표’ 가슴장화를 입고 김발에서 김을 걷어내는 선원들이라면 동티모르 청년 노동자들이 틀림없다. 장태엽은 칼바람 부는 겨울 바다에서 “밤마다 끙끙 앓아야 할 정도”로 고된 노동을 하는 청년 노동자들을 지근거리에서 잡아낸다. 2016년 무작정 한국행을 택한 동티모르 출신 네오스 엘리제오는 가족을 떠올리며 칼바람을 이겨낸다. 월급 180만원 중 150만원을 매달 고향 가족에게 송금한다. 고군산군도 김 양식장엔 20여명의 동티모르 청년들이 일한다.
장태엽의 포토에세이 <펭귄장화에 짠 물이 밸 때>에서 우선 확인하는 건 이주 노동자들의 노동현장이다. 껑으언 싱두엉은 2017년 태국에서 왔다. 가족 9명의 생계를 책임진다. 가족에 대한 책임과 삶의 무게를 감당하는 현장은 전주시 전미동의 한 미나리 농장이다.
일을 마치면 “육체는 물먹은 솜처럼 즉시즉시 무너지기 일쑤”다. 일곱 살 아들과 영상 통화를 하며 육체노동의 고통과 삶의 고단함을 씻어낸다. 전미동에 들어온 태국인은 40여명이다. 이들은 겨울이면 영하 날씨에도 미나리꽝에 들어가야 한다. 한국살이에 적응되지 않는 게 겨울 날씨다. 위라싹도 240만 원의 월급 중 170만~180만 원을 고향에 보낸다.
장태엽은 2014년 김제의 다문화 한마당 행사 때 본 결혼 이주 여성들을 취재했다. 이들은 밝은 표정으로 레크리에이션에 참여했다. 그 웃음 뒤에 쌓인 애환과 삶의 무게는 떠올리지 못했던 것도 아쉬움으로 남았다. 책은 결혼 이주민들의 일상과 이야기를 함께 넣었다. 치매를 앓는 시어머니와 당뇨로 거동이 힘든 남편 수발에다 공장 일을 병행하는 베트남 결혼 이주민 판티투힌의 이야기가 그중 하나다.
장태엽은 전라일보 사진기자다. 이 에세이를 앞서 지면에 냈다. 1회성 기획은 아니다. 대학에서 사진을 전공하던 1994년 전북 익산의 태창 메리야스 공장에서 일하던 필리핀 여성 노동자들을 촬영한 기억이 오랫동안 머릿속을 맴돌았다. ‘외국인 산업연수원생’ 제도를 시행하던 때다. ‘앳된 얼굴의 필리핀 여공’들은 “다큐멘터리 사진을 찍기 위한 대상으로 프레임에 담은 피사체,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고 한다. 송출 비리와 임금체불, 인권침해 등 문제가 발생했다. 당시 그 문제까지 고민하진 못했다. 노동현장 문제와 참혹한 현실을 바라보지 못했던 자신에 대한 후회와 반성이 이번 포토에세이로 이어졌다. 1994년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장태엽은 힘든 노동에도 밝은 표정을 잃지 않는 이들의 모습과 함께 극한 환경도 함께 담아낸다. 동티모르 노동자들의 ‘숙소’는 폐가다. 8명이 비좁은 방에서 숙식을 해결한다. 태국인 노동자들은 컨테이너에서 생활했다. “편히 쉴 휴식공간은커녕 잠시 여유를 부릴 최소한의 공간마저 갖지 못한 힘든 처지를 접할 때는 내가 무슨 잘못이라도 저지른 것처럼 불편했고, 딱한 사연을 듣고 있다 보면 어느덧 눈시울이 붉어졌다”고 말한다. 장태엽은 “컨테이너는 더 열악한 환경에서 지내는 노동자에게는 부러움의 대상이었다”고 했다. 그는 2020년 12월 경기 포천시의 한 비닐하우스 ‘숙소’에서 캄보디아 출신 노동자가 사망한 사건도 환기하며 편견과 차별이 없어지는 날을 기원했다.
책은 취재원들의 언어를 병기했다. 장태엽은 “이들 노동자와 이주민이 자기 나라 언어로 읽어야 하는 건 당연하다. 취재에 응한 모든 분에게 책을 보냈다”고 했다.
김종목 기자 jom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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