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더에게 '안전 운전' 인센티브를

한겨레 2022. 1. 3.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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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륜차 배달의 비즈니스 모델을 바꾸자
서울의 한 거리에서 배민라이더스 배달 노동자가 배달에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왜냐면] 한상진 | 서울대 환경대학원 부교수

때로는 외국인의 시각이 우리의 모습을 객관적으로 보여준다. 안식년을 맞아 서울을 찾은 미국인 교수가 한국의 교통 정책에 대해 궁금한 점이 많다며 연락해 왔다. 서울의 교통에 대한 그의 평가는 칭찬 일색이었다. 뉴욕과 비교해 깨끗한 지하철과 버스, 싼 교통요금, 낮은 범죄율 등을 얘기했다. 특히 교통법규 준수를 잘한다고 강조한다. 난폭 운전을 하는 운전자도 별로 없고, 보행자도 신호를 잘 지키는 것 같단다. 하지만 이륜차는 이상하다고 지적한다. 대부분 과속에 신호 위반을 일삼는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단속하는 장면을 보지도 못했다고 말한다. 뭔가 정곡을 찔린 느낌이었다.

사실 배달 이륜차의 위험 운전은 오래된 관행처럼 여겨졌다. 혈기 넘치는 젊은이들의 아슬아슬한 곡예 운전이나 난폭 운전을 막기 어렵다는 인식이 강했다. 하지만 코로나 시대에 음식 배달이 늘어나면서 배달 이륜차 운행이 크게 늘어났다. 난폭 운전도 그만큼 눈에 잘 띄었다. 덩달아 사고도 늘었다. 코로나 감염병이 시작된 2020년 경찰의 교통사고 통계에 따르면 이륜차로 인한 교통사고 사망자 수는 525명으로, 2019년 498명에 비해 5.4% 증가했다. 서울의 경우 2021년 이륜차 교통사고 사망자의 과반이 배달 이륜차와 관련된 것으로 보고된다.

이륜차 교통사고 사망자 수를 줄이기 위해서는 난폭 운전을 막기 위한 교육과 단속이 중요하다. 배달업 종사자들이 과속, 신호 위반, 보도 통행이 얼마나 위험한지, 그로 인해 본인의 목숨뿐만 아니라 타인의 생명도 얼마나 위험해지는지 알도록 해야 한다. 또 사고로 일을 못 하게 되면 개인이나 회사에 얼마나 큰 손실인지도 알아야 한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이륜차 사고를 줄이기 어렵다. 개인의 준법의식에만 기댈 수 없는 구조적인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플랫폼 회사에 속해 일하는 라이더들이 돈을 버는 방식은 위험 운전을 할수록 돈을 더 벌 수 있는 구조다. 연이어 호출을 잡아야 돈을 많이 벌 수 있다. 이런 비즈니스 모델은 라이더뿐만 아니라 플랫폼 사업자 입장에서도 좋다. 배달이 짧은 시간에 자주 이루어져야 고객 서비스도 좋아지고 수수료도 더 챙길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전업으로 일하는 라이더들의 하루 평균 근무시간과 운행 거리는 10.47시간과 110.39㎞로 나타났다. 1회 평균 배달 시간은 13.97분이다. 시장 자율에 맡긴 배달 플랫폼 시장은 이렇게 긴 시간의 노동과 짧은 배달 시간을 초래했다. 수입 측면에서는 아주 효율적일 수 있다. 하지만 이런 노동환경에서 라이더 둘 중 한 사람은 한번 이상의 사고를 경험한 것으로 조사되었다. 그런데도 업계의 안전 조치는 교육 시간을 늘리겠다는 것이 전부다. 안전을 위해 하루 노동시간을 적절히 조정하거나 배달 횟수에 제한을 두는 안전 조치는 없다. 이런 식의 규제는 수익이 줄어들기 때문에 사업자도 라이더도 원하지 않을 수 있다.

배달 이륜차의 사고 위험을 줄이려면 안전 운전을 할수록 실질적으로 이익이 되도록 비즈니스 모델을 변경해야 한다. 일종의 ‘넛지’가 필요하다. 가령 배달 플랫폼 회사가 받는 수수료 중 일부를 모아 인센티브 재원으로 활용할 수 있다. 라이더 중에서 과속 등 법규 위반을 하지 않거나 보도를 침범하지 않는 등 안전 운전을 잘하면 상당한 인센티브를 지급하는 식이다. 인센티브의 규모는 위험 운전으로 생기는 손실보다 크게 설계해야 한다. 반대로 위험 운전으로 적발될 경우 상당한 금전적 페널티도 부과할 필요가 있다. 스마트폰을 활용하면 라이더들의 안전 운전 여부를 모니터링할 수 있는 앱 개발은 충분히 가능하다.

하지만 업계 자발적으로 인센티브와 페널티 제도를 도입할 것 같지는 않다. 추가적 관리 비용을 선뜻 부담하기도 어려울 것이다. 그렇다면 정부의 적극적 개입이 필요하다. 시장에 맡겼을 때 안전이 확보되지 않는다면 정부의 개입은 불가피하다. 그래야 교통사고로 인한 개인의 피해뿐만 아니라 불특정 다수의 사회적 손실을 줄일 수 있다. 라이더의 위험 운전 탓만 하기보다 라이더가 안전하게 돈을 벌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기 위해 정부도 적극 나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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