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벼락 넘나들 듯'..탈북민에 두 번이나 뚫린 軍(상보)

2020년 말 강원 고성 지역 통해 귀순한 탈북민 A씨
지난 1일 오전 민통선 일대 CCTV서 포착
국방부 "대공 용의점은 없어"

[이데일리 김호준 기자] 새해 첫날 강원 동부전선 철책을 넘어 월북한 신원 미상자는 지난 2020년 11월 우리 측으로 귀순한 탈북민 A씨인 것으로 조사됐다.

3일 오후 국방부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이번 월북자는 2020년 11월 강원 고성 지역 군사분계선을 넘어서 귀순한 인원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지난 8월 경기도 파주시 접경지역에서 육군 장병이 임진강변 철책을 따라 이동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번 월북자를 A씨로 특정한 근거에 대해 이 관계자는 “지난 1일 정오쯤 민통선 일대에서 설치된 폐쇄회로(CC)TV에 이 인물이 찍혔다”며 “이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2020년 11월 우리 측으로 귀순한 인물과 인상착의가 거의 동일할 정도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앞서 A씨는 지난 2020년 11월 3일 강원 고성군 제22보병사단 GOP(일반전초) 철책을 넘어 우리 측으로 귀순한 인물이다. A씨는 북한에서 기계체조 선수 출신이었다고 당시 조사과정에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일각에서 제기된 간첩 의혹은 사실이 아니라는 게 국방부의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관련 기관이 확인한 바로는 대공 용의점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정보 접근 권한이 자유롭지 않은 직업을 가졌고 정기적으로 관리가 됐던 인물”이라고 설명했다. A씨의 직업은 청소용역원으로 알려졌다.

앞서 군 당국에 따르면 지난 1일 오후 10시40분쯤 육군 제22보병사단이 관할하는 강원도 고성 지역에서 신원 미상자 1명이 전방 철책과 군사분계선(MDL)을 넘어 북한으로 들어가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튿날 군은 월북자 신변 보호 차원에서 서해지구 군 통신선을 통해 대북통지문을 발송했으나 현재까지도 북한은 아무런 반응이 없는 상태다.

이와 함께 군은 초동 부실조치 여부와 월북자 이동 경로 등을 파악하기 위해 합참 전비태세검열실장 등 17명을 현장에 파견해 조사 중이다.

이번 월북자가 탈북자인 A씨로 확인되면서 파문이 예상된다. 경찰 등 관계당국의 탈북민 보호관리 허술은 물론이고, 같은 인물에게 두 번이나 뚫린 군 경계망에 대한 비판도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강원도 고성 GP 전경. (사진=연합뉴스)

김호준 (kazzyy@e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