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훈'이 낡은 가치라 생각된다면

2022. 1. 3. 1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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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보훈교육연구원의 보훈문화총서 시리즈 발간에 부쳐

[박경목 (서대문형무소역사관 관장)]
각 분야 석학들의 전문 연구를 시민들이 알기 쉽게 써내려간 보훈 대중서

보훈이란 무엇인가? 누구나 잘 알 것 같지만 막상 명확한 개념을 말하기 쉽지 않은 문제이다. 이 해답을 찾아가는 과정을 학술적으로 풀어 시민들과 공유하려는 노력이 최근 보훈교육연구원에서 진행되어 보훈문화총서로 결실을 보았다.

<보훈문화총서> 시리즈는 지난 2020년 제1~7권을 발간된데 이어 2021년 그 후속으로 제8~14권이 발간되었다. 1~7권에서 지향한 '보건과 복지로 읽는 보훈, 시민과 함께하는 보훈'에 이어 이번 8~14권에서는 보훈복지와 보훈의료, 민주주의 및 평화의 가치, 사회통합 매개로서의 보훈 등 학술적 논의와 문제의식을 담론화 하였다.

각 권별로 8권 <기억과 연대: 보훈의 미래>, 9권 <보훈학 개론: 보훈으로의 초대>, 10권 <보훈복지 정책과 실천>, 11권 <보훈과 건강>, 12권 <아시아의 보훈과 민주주의>, 13권 <보훈, 평화로의 길>, 14권 <보훈의 미래: 독립·호국·민주와 정책>을 주제로 30여 명의 연구진이 총 40여 편의 논고를 수록하였다. 학술총서에서 볼 수 없는 실로 대규모 집필진과 연구 성과이다.

집필진은 김종성 전 국가보훈처 차장을 필두로 정치, 행정, 역사, 문화, 법학, 사회, 복지, 보건, 의료계 등 사회 전 분야를 아우르는 전문가들로 구성되어 학제간 융합연구의 선구적 모델을 보여주고 있다. 또한 신한대학교 탈분단경계문화연구원과 강원대학교 통일강원연구원의 공동기획으로 보훈교육연구원만의 시각을 벗어나 다양한 확장성을 담보하고 있다. 

전문가들의 치밀한 연구와 분석임에도 불구하고 글쓰기는 대중들이 읽어 내려가는데 무리가 없다. '보훈의 대중화'를 기치로 내세운 보훈교육연구원의 전략이다. 따라서 보훈문화총서는 무거운 학술서가 아닌 시민들 누구나 '보훈은 무엇인가?'에 접근할 수 있는 대중서이다.

▲<보훈문화총서> ⓒ박경목
▲<보훈문화총서> ⓒ박경목

2021년 대한민국의 사회적 현상을 관통하는 키워드

<보훈문화총서>는 보훈과 관련된 대중서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보훈'이라는 주제를 다양한 관점에서 심도 깊게 통찰하면서 지금 현재 우리 사회가 품고 있는 여러 현상들에 대한 논의를 하고 있다.

총서에 투영된 핵심 키워드는 2021년 대한민국의 사회적 현상을 대변한다 하겠다. 그 키워드를 보면, 코로나19로 다시금 생각하게 되는 '의료복지·사회복지·공공의료·사회안전'부터 시민들과 공유해야 할 가치인 '인간의 존엄성·자유·평화·독립·민주·통일'를 비롯해 세계로 뻗어가는 한국 문화를 지향하는 '교육·문화·국제화·K-보훈', 그리고 신성장을 추구하는 '지속가능·새로운 변화·미래'까지 망라하고 있다.

키워드만 보아도 우리 사회의 주요 논제들을 다루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결코 보훈에 한정되지 않은, 21세기 대한민국의 사회상을 돌아볼 수 있는 나침반으로서 앞으로의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이러한 총서 발간을 주도한 보훈교육연구원의 기획력이 돋보인다.

보훈교육연구원의 존재 가치 밝히는 역작

보훈교육연구원은 보훈 관련 제 분야를 연구하여 그 결과를 대중과 소통하는 국내 유일의 보훈 연구 기관이다. 연구를 위해 박사급 이상으로 구성된 7명의 연구진과 25명의 객원연구원이 포진되어 있으며, 대중 소통을 위해 10여 명의 전문 직원이 교육과 직무연수를 맡고 있다.

연구원을 총 지휘하는 이찬수 원장은 종교학과 평화학 등 사회분야의 학문을 전공하고 대학에서의 강의와 연구, 시민단체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한 경험을 토대로 '보훈의 대중화'와 '보훈문화'확산에 앞장서고 있다. 그가 경험한 학문화 활동에서 느낀 '보훈'을 보다 구체적으로 우리사회에 구현해 낼 방안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학제간 연구자들과 소통하며, 시민들과 마주한 결과 보훈문화총서가 발간되기에 이른 것이다.

물론 발간의 과정에서 연구부장을 맡고 있는 서운석 박사를 비롯해 형시영, 윤승비, 이용재, 정태영, 임수진, 신가인 연구원들의 노고가 뒷받침되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행정학, 사회학, 보건학, 복지학 등지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각 분야에서 왕성히 연구활동을 하는 이들이다. 

보훈교육연구원은 연구에 머물지 않고 그 결과를 늘 대중과 소통하는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 연수부장을 맡고 있는 김지은 부장을 필두로 10여 명의 직원들이 전국 공무원과 공공기관 임직원 교육, 교원들의 직무연수, 보훈대상자 교육, 청소년 보훈역사 교육, 랜선으로 만나는 보훈역사여행, 대학생 보훈스토리, 군간부 후보생 호국 교육, 가족과 함께하는 등 다양한 사업을 통해 '보훈의 대중화'와 '보훈문화'를 확산하는데 고군분투 하고 있다.

<보훈문화총서>의 발간은 이러한 연구, 교육, 연수 기능의 결집으로 이루어낸 보훈교육연구원 전 임직원의 성과임에 틀림없다. 보훈교육연구원이 존재하는 이유와 가치를 스스로 증명해 냈다.

보훈을 학문영역으로 발전시킨 보훈학의 선구적 역할

보훈문화총서는 대중서이지만 수록된 논고의 전문성은 꽤 무게감이 있다. 다년간 각 분야에서 업적을 이룬 석학들이 꿰뚫어 보는 '보훈'의 담론이기 때문에 어느 한편 가볍게 넘길 수 없다.

제8권 <기억과 연대>를 저술한 김종성 전 국가보훈차장은 보훈에 평생을 바쳐 온 공직자였다. 국가보훈처에서 처장을 역임한 후 한국보훈복지의료공단 이사장을 역임하고 현재에도 보훈 연구에 열정을 쏟고 있다. 그는 이번 연구를 통해 보훈이 국민통합의 주요 기재로 인적통합과 사회통합을 이루는 사회적 가치임을 논증하고 있다.

제9권 <보훈학 개론: 보훈학으로의 초대>에서는 이찬수 원장을 비롯한 7명이 필진이 보훈의 역사와 철학, 법률과 제도, 보훈복지 및 현황과 과제, 보훈의료, 보훈선양과 교육과 문화, 보훈의 국제화, 보훈의 미래를 논의하고 있다. 이들은 보훈이 공직자나 전문가의 영역이 아닌 시민사회의 영역으로 확대되어야 한다는 전제로 우리들은 보훈학으로 초대하고 있다.

제10권 <보훈복지, 정책과 실천>에서는 윤승비 연구원을 비롯한 5명의 필진이 보훈복지의 정책과 통합적 실천, 보훈의료복지 서비스, 지역사회의 보훈복지를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다. 이를 통해 보훈복지의 현재를 점검하고 우리 사회에 실천적으로 구현하기 위해 방법론을 실증하면서 사회복지의 발달에 따른 새로운 복지의 패러다임을 제안하고 있다.

제11권 <보훈과 건강>은 정태영 연구원을 비롯한 보건학박사와 의료경영학박사 5명의 필진이 보훈의료와 디지털헬스, 보훈대상자의 건강권 실현, 보건-복지-의료 통합지원체계, 보훈의료 체계, 공공의료에 대해 분석하고 있다.

보훈의료에서 대두되는 보훈대상자의 의료접근성, 건강권, 지역사회와의 연계, 공공의료의 강화성 문제를 다루어 평소 접하기 어려운 보훈의료분야를 풀어나가고 있다. 이를 통해 현 보훈의료체계의 문제점과 앞으로의 과제,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였다. 즉, 보훈대상자의 의료지원이 사회적인 공공의료 체계에서 인식되어야 하고, 보훈의료가 우리나라 공공의료의 선도 모델로 작동해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

제12권 <아시아의 보훈과 민주주의>에서는 서운석 연구원을 비롯해 6명의 필진이 보훈과 민주주의를 주제로 우리나라 뿐 만 아니라, 인도네시아, 베트남, 일본까지 확장하여 비교연구를 진행하였다. 이 기획은 신한대학교 탈분단경계문화연구원과의 공동기획으로 국내 민주의 가치과 보훈, 애국의 관점에서 본 인도네시아와 우리나라의 민주주의, 베트남에서의 유공자 보훈정책, 전쟁시기 일본의 영령제사와 전몰자추도식, 보훈 속 민주의 영역을 살펴보고 있다. 이들은 우리시대 보훈에서 바라보는 '민주주의'는 결국 사회구성원이 자유롭고 평등하게 살아가기 위한 사회적 환경을 구축하는 기본 가치임을 강조하고 있다.

제13권 <보훈, 평화로의 길>에서는 강원대학교 통일강원연구원과 공동기획으로 임수진 연구원을 비롯해 6명의 필진이 독립-호국-민주의 조화와 국민 통합 논리, 평화에 대한 보훈의 역할, 북한의 보훈, 보훈-갈등전환-평화의 선순환, 로컬의 보훈과 기억, 평화적 보훈에 대해 논지를 펼치고 있다. 보훈 지향하는 독립, 호국, 민주의 가치로 사회적 갈등과 인식의 견해차를 극복하고 국민통합의 실현 가능성과 나아가 남북평화의 구축 가능성까지 모색하고 있다. 결국 보훈에서 추구하는 평화는 사회구성원의 자유롭고 안정적인 삶을 담보하는 중요한 가치임을 제기하고 있다.

제14권 <보훈의 미래>는 국가보훈처에서 발행하는 나라사랑 신문에 '보훈, 미래를 위한 제언'이라는 기획으로 2021년에 열 번에 걸쳐서 연재한 글들 모은 책이다. 황기철 국가보훈처장의 간행사를 비롯해 9명의 필진이 보훈의 미래를 위한 제언, 평화를 향하는 보훈, 독립-민주-호국의 가치, 국가유공자의 정체성, 국제보훈, 보훈과 복지, 보훈과 여성, 보훈과 공공의료, 보훈과 문화, 통일시대를 향한 보훈, 보훈의 미래가치를 주제로 다양한 논지를 펼치고 있다.

관련 분야 국내 최고의 전문가들이 보훈이라는 담론을 신문 매체를 통해 대중과 교감했던 논고들로 앞으로의 보훈 정책과 인식의 전환에 대해 방향을 제시하며 문화로서의 보훈에 대한 역할 제고와 일상속의 보훈으로의 전환을 강조하고 있다. 특히 한국 특유의 개념인 '민주유공자'의 개념을 해외에 수출하는 K-보훈을 제시하면서 우리나라의 보훈이 세계화될 수 있는 가능성을 논의하고 있다.

각 권마다 담긴 논고들은 우리시대 보훈을 통행 사회상을 점검하고 미래 대한민국 사회의 방향성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통찰력을 발휘하고 있다. 또한 그동안 단편적 연구로만 진행되었던 보훈연구를 집대성하여 하나의 학문영역인 보훈학으로 발전시켰다는 점에서 큰 의의를 가진다. 그런 점에서 제9권 <보훈학개론>은 좀 더 의미가 크다고 하겠다.

<보훈문화총서>가 시민들과 소통하는 다양한 채널의 매개가 되기를

7권으로 구성된 이번 <보훈문화총서>는 각 권별로 약 200여 쪽 내외의 분량으로 구성되었다. 총 1500여 쪽에 달해 시민들이 한편 한편 천착하기에는 방대할 수 있는 분량이다. 따라서 총서에 실린 논고를 시민들과 공유할 수 있도록 별도의 채널을 마련하면 어떨까 한다.

먼저 보훈교육연구원의 인프라와 기능을 활용할 수 있겠다. 연구원에서 진행하는 각종 교육과 연수 등의 프로그램에 집필진을 옴니버스 강연 형식으로 초빙하여 대중과 소통할 수 있다. 특히 국가보훈처나 보훈 관련 기관의 임직원 등 직무 관련자들과는 반드시 공유해야할 것이다.

다음으로 2차 가공을 통해 시민들에게 보다 쉽게 다가갈 필요가 있다. 각 권의 내용을 간략히 요약하여 카드뉴스의 형식으로 제작하고, 이를 연구원홈페이지나 기타 홍보 채널에 게시하는 방법을 구상해 볼 수 있다. 또 페이스북, 유튜브, 인스타그램 등 대중적 SNS 채널에 짤막한 소개 글을 연재하는 방법도 생각해 볼 수 있다.나이, 성별, 계층을 떠나 모두를 아우르는 홍보 채널의 적극적 활용을 통해 <보훈문화총서>가 보훈문화' 확산하데 일익을 담당하기를 기대한다.

마지막으로 별도의 프로그램을 기획할 수 있다. 북콘서트의 일환으로 각 권별 주요 집필진과 시민들이 핵심 주제를 가지고 논의하거나 토론하는 것이다. 꼭 북콘서트의 형태가 아니더라도 제14권 말미에 실린 '4인 4색의 대화, 하나의 화두'와 같은 집필진의 대담도 좋은 사례가 된다. 또 전문가 포럼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집필진과 관련 전문가들이 모여 주제를 관통하는 논의를 진행하고, 그 결과물을 축적해 가며 보훈학의 영역을 넓혀나가는 것이다. 그리고 그 결과는 앞으로의 보훈 정책에 시사점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작년부터 시작된 <보훈문화총서> 시리즈 총14권의 출판을 계기로 보훈교육연구원이 연구와 교육, 연수 활동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보훈문화 확산을 선도하는 기관으로 발돋움하여 더욱 확장된 기능을 수행하기를 기대한다.

[박경목 (서대문형무소역사관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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