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참의장, 철책 뚫리기 전날 "기본과 원칙에 충실"..신년사 무색

이상현 2022. 1. 3.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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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부전선 최전방에서 월북 사건이 발생하기 하루 전 원인철 합참의장이 "기본과 원칙에 충실"하라는 신년사를 각급 부대에 하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원 의장은 전방위 군사대비태세를 강조하며 "군 본연 임무에 진력해달라"고 메시지를 냈으나, 하루 만에 최전방 철책이 뚫려 신년사가 무색하게 됐다.

3일 군 관계자와 국방일보에 따르면 원 의장은 "견리사의 견위수명(見利思義 見危授命) 각오로 군 본연의 임무 완수에 진력해달라"고 강조했다.

'견리사의 견위수명'은 안중근 의사가 옥중에서 쓴 글귀로, '눈앞에 이익을 보면 정당한 것인지를 생각하고, 나라의 위태로움을 보면 목숨을 바친다'는 의미다.

원 의장은 또 "항재전장(恒在戰場) 의식을 견지한 가운데 평시 경계작전의 완전성을 갖춰 적의 도발을 억제하고, 도발 때 단호하게 대응해 작전을 현장에서 승리로 종결할 수 있는 태세·능력을 유지해야 한다"며 '군대다운 군대 구현'을 강조했다.

원 의장의 이번 신년사는 지난달 31일 각급 부대에 하달된 것으로 알려졌다. 합참의장은 군령권을 행사하는 최고선임 지휘관이다. 군내 기강과 작전 기강은 합참의장의 소관이다.

군에 따르면 원 의장의 신년사 하루 만인 이달 1일 월북 사건이 발생했다.

월북자는 최전방 일반전초(GOP) 철책을 넘을 당시 폐쇄회로 텔레비전(CCTV)에 포착됐고, 당시 광망(철조망 감지센서) 경보도 작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장에 출동한 초동 조치 병력은 '철책에 이상 없다'고 보고한 뒤 철수했고, 군은 CCTV에 포착된 사실을 3시간이 지나서 파악했다.

앞서 군은 지난해 병사 부실 급식, 군내 성추행 문제 등이 잇달아 발생하자 병영문화 개선에 집중해왔다. 일각에서는 군이 정작 일선 임무인 경계 작전에 실패해 본연의 임무에 소홀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상현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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