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임인년 트렌드는 누가 만들었을까

원종태 에디터 2022. 1. 3.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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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벽두 서점가는 변함없이 한해 트렌드를 예상하는 서적들이 매대에 가득했다. 트렌드 코리아, 트렌드 라이프, 역발상 트렌드 같은 총론은 물론 산업 트렌드, 부동산 트렌드, 메타버스 트렌드 같은 분야별 책들이 즐비했다. 올해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일 '트렌드' 를 찾으려는 수요가 그만큼 많다는 방증이다. 개개인의 열망은 다양하지만 하나의 큰 조류로서 사람들이 동조성을 띄는 게 트렌드다. 트렌드는 쉽게 나타나지 않고,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동조성이 3~5년 정도 지속돼야 진정한 트렌드라고 부른다.

이 트렌드는 어떻게 형성될까? 트렌드의 초기 탄생에는 '펭귄 효과'가 빠지지 않는다. 펭귄 한 마리가 용감하게 바다로 점프하면 뒤를 이어 무리 전체가 뛰어든다. 명망 있는 디자이너가 과감하고 새로운 디자인을 창작하면, 처음 이 옷을 입는 연예인이나 유명인이 '트렌드 세터(Trend Setters)'가 돼 이를 유행시킨다. 대중이 그걸 보고 너도 나도 따라 하면 그 패션이 바로 '트렌드'가 된다. 레깅스 패션도 이렇게 발화됐다. 10년 넘게 트렌드 코리아를 발간한 이준영 교수는 한 인터뷰에서 "트렌드 찾기는 탐색과 분석, 의미 추출, 그룹화 과정을 거친다"며 "사회 심리적 원인이나 소비 가치 변화에 초점을 두고 타당성을 검토하는 과정으로 완성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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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드는 사회를 비추는 거울이어서 트렌드를 주제로 쓴 책들은 모두 닮은 꼴이다. 마케팅 전문가들이 쓴 책이나 소비자 심리를 연구하는 학자들이 쓴 책이 상당 부분 겹친다. '트렌드 코리아 2022'는 올해 한국을 움직일 핵심 트렌드로, 세분화하고 파편화 된 '나노사회', 돈을 향해 몰리는 '머니러시', 희소 상품을 얻는 '득템력', 소박한 촌스러움을 추구하는 '러스틱 라이프', 즐겁게 건강을 지키는 '헬시플레저', X 세대(1965~80년생)의 소비 증가를 빗댄 '엑스틴 이즈 백', 실제와 가상의 경계가 사라지는 '실재감 테크' 등을 꼽았다.

이런 트렌드들은 올해 갑자기 생겨난 것이 아니다. 이미 나왔던 트렌드들이 끊임없이 진화하고 변이하며 또 다른 변주를 만든다. 코로나 대유행 이후 개인 생활이 강화되며 가족이라는 개념까지 위협 받는다는 의미인 '나노사회' 트렌드는 2019년 가족 형태가 달라지며 득세했던 '밀레니얼 가족' 트렌드의 변주라고 할 수 있다.

올해 '머니러시' 트렌드도 지난해 큰 관심을 끈 '자본주의 키즈' 트렌드가 확장된 개념이다. '득템력'도 2년 전 트렌드인 '특화생존'이 더 치열해진 것이며, '러스틱 라이프'는 지난해 트렌드인 '옴니 레이어드 홈'에서 자연친화적 휴식이 더 강조된 개념이다. '헬시플레저'도 2년 전 트렌드인 '오늘 하루도 운동(오하운)'의 연장선에 있다. '엑스틴이즈백'은 2년 전 트렌드 '오팔세대'가 50대에서 40대로 더 확대된 셈이다.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는 말이 트렌드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올해 트렌드들도 10년 전 트렌드와 서로 닮았고, 1~2년 전 트렌드와 긴밀히 연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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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드란 결국 과거의 것을 바탕으로 현 시점의 상황과 감각에 맞게 변형된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이렇다 보니 트렌드 사이에서도 흥망성쇠가 극명하게 엿보인다. 지난 10년 간 사라진 트렌드를 쫓다 보면 드라마틱한 부침이 놀랍다. 일례로 개그콘서트는 2012년 만해도 삶에 지친 사람들에게 가벼운 웃음을 주는 예능 프로그램으로 압도적인 시청률 1위를 달리며 그해 '트렌드'를 화려하게 장식했다. 엄청난 인기로 연말 특집 '개그슈퍼콘서트'를 따로 했을 정도다. 그러나 불과 5~6년 만에 개그콘서트 인기는 급격히 식었고, 2020년 6월 완전 폐지된다.

숱하게 변하는 트렌드 속에서 우리는 어떻게 변하지 않을 것들을 만들고, 지켜 나갈 수 있을까. 트렌드의 파도 위에 올라타되 세상에는 쉽게 바뀌지 않는 심층원동력이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아무도 가지 않는 곳으로 가라"는 잠언은 트렌드 관점에선 0점일지 몰라도 변하지 않을 '기본'을 지킨다는 측면에서 곱씹어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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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종태 에디터 gogh@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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