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원자력을 '녹색 에너지'에서 제외, 임기 끝까지 대못 박기

조선일보 2022. 1. 3. 03:22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2021년 12월 14일 청주충북환경운동연합이 충북도청 서문 앞에서 LNG 발전소 건설 중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 연합뉴스

환경부가 ‘한국형 녹색분류체계’에서 LNG 발전을 태양광·풍력과 함께 친환경 녹색 에너지로 분류하면서도 원자력은 제외했다. 녹색 에너지로 지정되지 않으면 국민연금 등 기금과 금융권을 통한 투자 자금 조달에서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원자력은 초기 설비 투자에 막대한 자금이 소요되는 구조여서, 거대 자금의 외면을 받으면 신규 건설이 어려워질 수 있다.

녹색분류체계를 만드는 가장 큰 목적은 온실가스 감축이다. 유엔 분석에 따르면 전력 1㎾h를 만들어내는 데 LNG 발전은 온실가스 490g을 배출하지만 원자력발전은 12g에 불과하다. 태양광(48g)의 4분의 1 수준이고 풍력(11~12g)과 비슷하다. 이런 원자력발전은 배제하고 그보다 온실가스를 40배나 배출하는 LNG를 녹색 에너지로 분류하는 것에 누가 동의하겠나.

대부분 도시 인근에 자리 잡은 LNG 발전소는 전력 수요의 변동에 따라 보통 이틀에 한 번씩 껐다 켰다를 반복한다. 이 과정에서 대기오염 물질인 일산화탄소와 질소산화물을 다량 배출한다. 환경부가 국민 건강을 위협하는 LNG 발전을 친환경 에너지라고 하면서 대기오염 제로인 원자력발전은 외면하는 것은 이치에 닿지 않는다.

정부의 9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르면 2034년까지 석탄발전소 30기를 폐기하고 그중 24기는 LNG 발전기로 교체하기로 돼 있다. 이렇게 무리를 해가면서 LNG 발전을 늘리려는 것은 출력을 수시로 조절할 수 있는 LNG 전력으로 변동성이 큰 태양광·풍력의 약점을 보완하기 위한 것이다. 결국 태양광·풍력 일변도로 치우친 정부의 탈원전 에너지 정책 때문에 청정 에너지인 원자력을 몰아내는 억지를 부리는 것이다.

현재 EU도 녹색분류체계 발표를 앞두고 친(親)원전 국가인 프랑스와 탈원전 때문에 가스 발전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독일 사이에 막바지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다. EU가 프랑스·독일 사이의 정치적 역학 관계 때문에 원자력을 녹색으로 분류하면서 LNG까지 끼워 넣을 가능성은 있다. 그러나 우리처럼 LNG를 녹색으로 분류하면서 원자력을 배제한다는 것은 생각하기 힘들다. 원자력에 대해 극도의 편견을 갖고 있는 대통령 한 사람 때문에 전력 에너지의 성격 규정까지 왜곡되고 있는 것이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