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朝鮮칼럼 The Column] 다주택자 도움으로 집값 잡는 방법

박병원 한국비영리조직평가원 이사장·한국고간찰연구회 이사장 2022. 1. 3. 0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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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정부의 부동산 대책은 사람들이 집을 사기 때문에 집값이 오른다고 전제해 왔는데 그건 틀렸다. “국민을 집의 노예에서 벗어나게 해 주려는” 충정을 이해하지만 국민은 집의 노예가 아니라 집의 주인이 되고 싶어 한다. 주택보급률이 10여 년 전에 100을 넘었는데 아직도 주택청약예금 가입자가 2600만명이나 되는 것은 좀 더 나은 집에 살고자 하는 국민이 그만큼 많다는 뜻이고, 주택 공급은 끝없이 부족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수요를 적절히 충족시켜 주지 못하면 집값은 오르고, 집값이 오르면 사람들은 집을 살 수밖에 없다. 결론부터 말하면 다주택자를 임대주택의 공급자로 보는 원래의 자세로 돌아가야 집값 안정을 앞당길 수 있다.

작년 서울 아파트 거래량 9년 만에 최저. 2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이 서울 아파트 거래량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연간 거래 신고건수는 총 4만1천713건(1일까지 접수된 통계)으로, 2012년(4만1천79건) 이후 9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2020년 거래량(8만1천189건)과 비교하면 거의 절반 수준에 불과해 2012년 이후 9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할 전망이다. 사진은 이날 남산에서 바라본 시내 아파트의 모습. 2022.1.2 /연합뉴스

공급 차질은 왜 생길까? 노태우 대통령의 1기 신도시로 1991년에서 2001년까지, 노무현 대통령의 2기 신도시로 2008년에서 2016년까지, 심지어는 강남의 아파트값까지도 안정된 적이 있다. 국민들은 선량하고 현명하다. 집값의 반 정도의 돈만 내면 그 집에 살 수 있는 전세라는 제도가 있는 나라에서 집값 상승이 예상되지 않는데 집을 살 사람은 없다.

이렇게 집을 사지 않게 되면 미분양 주택이 누적되고 주택 건설은 부진해진다. 공급 부족 상황이 계속되면 전세금이 오르게 된다. 전세금이 집값의 80%에 근접하면 세입자로서의 불편에서 탈출하려는 사람들이 나타나 집을 사기 시작한다. 집값이 오르는 조짐이 보이면 모두 집을 사려고 나서게 되고 여기에 투기꾼이 가세하면 폭등이 벌어진다. 1970년대 말 최초의 아파트값 폭등 이래 너무나 여러 차례 반복되어 온 현상인데 “어쩌다 된 공무원”들은 그걸 모르는 모양이다.

사마천은 사기(史記) ‘화식열전’ 서문에서 “물건 값이 싼 것은 곧 비싸질 조짐이고 비싼 것은 곧 싸질 조짐이다”라고 썼다. 2000년도 더 전의 역사가도 간파한 것을 오늘날 경제정책을 한다는 사람들이 모른다면 기가 찰 노릇이다. 집값의 폭등을 막으려면 집값이 안정되어 있을 때에도 집이 꾸준히 지어지게 해야 하고, 그러려면 자금 여유가 있는 사람들이 집을 사서 임대를 하도록 해야 한다. 임대주택의 공급이 늘어나서 임대료가 안정되면 빚까지 내서 무리하게 집을 사려는 사람도 줄어들어 매매가도 안정된다.

이 정부가 실패한 이유를 복기해 보자. 집값이 오르는 것이 투기 수요와 다주택자 때문이라고 보고, 집을 가진 것을 후회할 정도로 세금을 올리면 파는 사람이 속출하고 수요는 줄어서 값이 내릴 것이라는 것이 이 정부의 설계였다. 총량이 늘지 않았는데 매매 시장의 매물을 늘리면 전월세 임대 시장에서의 공급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것을 간과한 것이다.

소유주에게 팔도록 강요해 전세 공급을 줄이면 세입자더러 사도록 강요하는 셈인데, 수요를 줄인다고 부동산 담보 대출을 규제하면서 세입자에게 어떻게 사라는 얘긴가? 매매 시장은 공급과 수요가 같이 늘어나 별 효과가 없고 전세 매물이 마르고 전세가가 급등하는 결과만 초래했다. 이에 전월세를 규제하는 법을 내놓았는데 결과적으로 전월세 공급을 더 줄이는 결과만 초래했다. 공급 확대 효과는 오로지 새로 지어 공급하는 경우에만 기대할 수 있다.

시골 집의 지분을 상속받은 사람은 물론이고, 정부의 유인책을 믿고 재개발 재건축 과정에서 큰 아파트 한 채를 두 채로 나누어 받은 사람, 미분양 주택을 여러 채 사서 임대 사업을 한 사람, 특히 법인 임대 사업자에 대한 모든 세제상의 불이익은 종부세든 양도세든 다 철회해야 한다. 투기꾼에 대해서는 세금을 중과하는 것을 참을 수 있지만 투기꾼인지 아닌지는 정부가 증명을 해야 한다. 다주택자가 투기꾼이라는 증거는 없다. 증거가 없으면 주택 공급의 선량한 협력자로 보고 세제상의 혜택을 주던 이 정부 초기의 제도로 다시 돌아가야 한다.

이들의 도움 없이는 임대 시장의 안정을 기할 수 없다. 얼마 전 정부는 2025년에 임차인의 25%가 공공임대주택에서 살 수 있게 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는데 75%의 임대주택을 공급해야 하는 다주택자를 투기꾼으로 핍박하는 것은 제정신이라면 할 일이 아니다.

임대주택 시장의 안정은 매매 시장의 수요를 줄여 매매 가격을 안정시킬 수 있는 가장 확실한 길인데 공공의 힘만으로 이루기 어렵다. 집을 사지 않아도 되는 세상을 만들어 주려면 개인, 법인 임대 사업자를 육성해서 이루는 것이 훨씬 더 빠른 길임을 모르겠다는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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