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세상]포털뉴스 개편, 언론의 위기인가 기회인가

송경재 상지대 교양학부 교수 2022. 1. 3.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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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영국의 옥스퍼드대 부설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가 ‘한국형 뉴스서비스’라고 언급할 정도로 큰 영향력을 가진 포털뉴스는 2022년 1월부터 공개적 또는 정중동으로 뉴스서비스를 바꾸고 있다. 먼저, 다음은 모바일 서비스 개편을 예고했다. 핵심은 알고리즘 추천기사 배열, 랭킹 뉴스 등을 없애는 것이다. 그리고 이용자 선택권을 강화해 뉴스와 함께 콘텐츠 창작자들이 운영하는 ‘발견’ 서비스를 신설했다. 네이버 역시 알고리즘 편집을 줄이고 이용자가 선택하는 언론사 구독 서비스를 확대했다. 여기에 네이버와 언론사 합작 콘텐츠사인 테크, 영화, 비즈니스, 여행+, JOB&, 중국 등 13개 ‘주제판’ 서비스가 지난해 12월30일 종료되었다. 이들 콘텐츠는 블로그나 구독 서비스 방식으로 전환한다.

송경재 상지대 교양학부 교수

양대 포털이 2022년 개편하는 흐름은 상당히 유사하다. 첫째, 인공지능 알고리즘 축소와 언론사 구독 확대이다. 이는 언론계, 학계, 시민단체, 정치권조차 알고리즘 투명성과 공개 요구에 대한 대응조치인 것으로 풀이된다. 네이버는 언론사가 독자 편집하는 ‘구독’을 확대하고, 다음도 콘텐츠 제휴(CP) 언론사를 무작위 배열하기로 했다. 둘째, 뉴스 비중을 줄이고 있다. 네이버는 이미 모바일 첫 화면에 검색창만 나오게 전환했고, 다음은 첫 화면 ‘MY피드’에 ‘발견’까지 확대해 뉴스, 웹툰, 음악, 카카오 TV, 카페와 같은 엔터테인먼트형 정보를 확대했다. 뉴스가 과거 포털 첫 화면에서 단독 배치되었던 것이 이제는 여러 콘텐츠 중의 하나가 된 것이다.

양대 포털의 뉴스 축소 움직임은 포털을 중심으로 작동하고 있는 언론사의 디지털 전략에는 큰 위기일 수 있다. 포털에서 뉴스 비중이 줄어든다면, 이제 언론사 간 속보와 조회수 경쟁과 함께 전문 콘텐츠, 엔터테인먼트 정보와도 경쟁해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물론 포털의 사회적 공론장과 여론환기 기능은 더욱 위축될 것이란 우려도 있다.

그동안 언론사들은 포털의 ‘인링크’ 서비스에 의존해 공존했다면, 이제는 전혀 다른 환경이 조성될 수 있다. 뉴스가 채웠던 공간을 포털이 주도하는 새로운 콘텐츠들이 채워지게 되면 포털 제휴 언론사로서는 새로운 경쟁 환경이 도래하기 때문이다. 상황은 지난 20년간 포털과의 의존적 공존 관계가 변화할 것을 의미한다. 물론 당장 포털뉴스 제휴사 영향력이 갑자기 줄어들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포털 입장에서는 사회정치적으로 편파성, 형평성의 논란거리만 양산하는 언론사 뉴스보다, MZ세대를 겨냥한 조회수 높은 연성 콘텐츠(soft contents)를 전면에 세우는 것을 원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한국 언론은 포털의 울타리를 넘어 새로운 도전을 할 용기가 있을까? 쉽지만은 않을 것이다. 그동안 한국 언론의 모습을 보면 뉴스 전재료와 포털 광고료 배분에 몰두해 오히려 포털 종속을 자청하기도 했다. 하나 역설적으로 언론 처지에서 본다면, 포털에서 벗어나 지금이 독자적 디지털 전략을 모색할 마지막 기회일 수 있다. 모든 언론사 디지털 전략이 성공할 수 없더라도 현재 같은 심각한 포털의존은 바꿀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디지털 트렌드와 미래 소비자인 MZ세대 특성을 면밀히 살펴보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유튜브나 소셜미디어 활용, 카드뉴스, 언론사 홈페이지만의 뉴스 확대를 넘어, 트렌드에 맞는 혁신이 동반되어야 한다. 대표적으로 뉴스 콘텐츠 가치 평가, 킬러 콘텐츠 육성, 데이터 기반 저널리즘, 메타버스(metaverse) 활용, 구독 서비스 등의 변화 움직임은 전환의 방향을 잘 제시하고 있다.

역시 언론의 디지털화는 늦었다고 할 때가 가장 빠르다. 2022년은 포털에 종속된 기형적 언론구조를 정상화시켜 언론의 공적 기능을 제고하고, 건강한 디지털 언론 생태계를 재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

송경재 상지대 교양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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