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에서 보급품 대신 미사일이 '후두둑'..수송기의 변신
[경향신문]
미국 공군 ‘래피드 드래건’ 개발
미사일 수납장치 만들어 탑재
“발사 플랫폼 다양화 효과” 분석
폭격기가 비행 도중 화물을 떨어뜨리는 것처럼 순항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는 시스템을 미국 공군이 시험 가동하는 데 성공했다. 폭격기 외에도 다량의 미사일을 적에게 날릴 새로운 방법이 생긴 것이어서 향후 전쟁 양상을 바꿀 변수가 될지 주목된다.
최근 과학전문지 파퓰러 메카닉스 등 외신은 미국 플로리다주의 한 기지에서 이륙한 미 공군의 MC-130J 수송기가 순항미사일을 멕시코만 상공에서 지난달 16일 투하해 목표물을 타격하는 데 성공했다고 전했다.
아직 시험 단계인 이 기술은 수송기에서 병력이나 보급품이 아니라 미사일을 떨어뜨렸다는 점이 특징이다.
미 공군이 임무 상황을 가정해 만든 동영상을 보면 순항미사일은 칼집처럼 홈이 길게 파인 전용 수납장치(팔레트) 안에 칼처럼 꽂혀 있다. 그러다 비행 중 수송기 후방의 출입문이 활짝 열리고 수납장치가 하늘에 투하된다. 투하 직후 낙하산이 전개된 뒤 순항미사일이 수납장치 안에서 발사된다. 미사일은 동체 좌우에서 날개를 펼친 뒤, 곧바로 목표물까지 날아간다.
미 공군은 이 새로운 미사일 발사 시스템에 ‘래피드 드래건’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전력화되면 중형 수송기 C-130과 대형 수송기 C-17이 임무에 투입될 예정이다. C-130의 경우에는 순항미사일 6기, C-17에는 순항미사일 9기를 꽂을 수 있는 수납장치가 실린다. 이런 수납장치를 수송기에 여러 개 실을 수 있다. 웬만한 폭격기 버금가는 미사일 적재 능력을 갖출 수 있는 것이다.
미사일 수납장치에는 낙하산 외에도 순항미사일에 목표 지점에 대한 자료를 알려주는 조종장치도 내장돼 있다. 단순히 미사일을 넣는 상자가 아니라 고성능 전자기기인 셈이다. 미 공군은 래피드 드래건 시스템을 이용해 AGM-158 공대지 미사일을 쏠 계획이다. 이 미사일은 사거리가 1000㎞에 이른다.
미군이 래피드 드래건을 개발하는 이유는 전장에서 일종의 ‘멀티 플레이어’를 키우기 위해서다.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 사무국장은 “수송기는 탑재 중량이 크기 때문에 여러 발의 미사일을 한꺼번에 쏠 수 있을 것”이라며 “미사일 발사 플랫폼을 다양화하는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분석했다. 아군에 의해 제공권이 장악된 하늘에서라면 수송기가 공격 임무에 투입될 수 있는 길이 열릴 수 있다는 것이다. 미 공군은 올해 봄에는 C-17 대형 수송기에서 순항미사일을 실제 발사하는 훈련을 실시한다는 계획이다.
이정호 기자 r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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