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첫날, 동부전선 철책 넘어 1명 월북..군, 3시간 동안 몰랐다

박성진 안보전문기자 2022. 1. 2. 2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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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민간인 추정자 CCTV에 …센서 작동했지만 ‘이상무’ 판단
지난해 ‘오리발 탈북’ 경계 실패했던 육군 22사단 또 ‘구멍’

9·19 남북군사합의에 따라 병력을 철수시킨 강원 동부전선 보존GP(감시초소) 전경. 지난 1일 남측에서 1명이 보존GP 인근 일반전초 철책을 넘어 월북했다. 연합뉴스TV 제공

새해 첫날인 1일 강원 동부전선 최전방 부대인 육군 22사단 일반전초(GOP) 철책을 넘어 남측 민간인으로 추정되는 1명이 월북했다. 월북 상황이 감시장비에 포착됐지만, 군이 이를 3시간 가까이 몰랐던 것으로 드러나 대북 감시망에 구멍이 뚫렸다는 비판이 나온다. 군은 부실한 초동조치로 해당 인원의 신병 확보에도 실패했다.

합동참모본부는 2일 “어제(1일) 오후 9시20분쯤 동부전선 군사분계선(MDL) 남쪽 비무장지대(DMZ) 내에서 미상 인원 1명을 감시장비로 포착했다”며 “신병을 확보하기 위해 작전 병력을 투입해 DMZ 작전을 펼쳤으나, 해당 인원이 오후 10시40분쯤 MDL을 넘어 월북한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합참 관계자는 “확인 과정에서 같은 날 오후 6시40분쯤 해당 인원이 GOP 철책을 넘는 장면이 과학화 경계감시장비인 폐쇄회로(CC)TV에 포착됐다”며 “당시 CCTV 감시병이 인지하지 못했고 이후 재생 과정에서 철책을 넘는 모습이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군이 월북자가 철책을 넘은 사실을 약 3시간 동안 몰랐다는 것이다.

합참에 따르면 월북자가 철책을 통과할 당시 GOP 과학화 경계시스템의 광망체계(철조망 감시센서) 경보음은 정상적으로 울렸다. 이에 따라 초동조치 부대가 출동했지만, 철책에 이상이 없다고 자체 판단해 철수했다. 지휘부에는 보고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광망은 사람이나 동물이 철책을 넘거나 절단할 때 경보음이 울리고, 경계병력이 즉각 투입된다. 결과적으로 군이 CCTV와 광망 경보를 통해 월북자를 이중으로 포착하고도 허술한 초동조치로 월북을 저지하지 못한 것이다.

이번 월북 사건은 9·19 남북군사합의에 따라 병력을 철수시킨 감시초소(GP) 인근에서 발생했다. 해당 GP는 병력 철수 후 ‘보존 GP’로 유지되고 있다. 군은 이 GP에 감시장비를 보강했다.

군은 해당 부대 병력 인원 확인 결과, 이상이 없다는 점을 토대로 월북자를 군인이 아닌 민간인으로 추정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지역 일대의 북한군 특이동향은 현재 포착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합참 측은 “우리 국민 보호 차원에서 오늘(2일) 아침 (서해지구 군 통신선을 통해) 대북 통지문을 발송했다”고 밝혔다.

현재 월북자의 생사는 확인되지 않았다. 이번 월북 상황은 북한이 코로나19를 차단하기 위해 강력한 방역 조치를 시행하는 중에 발생했다는 점에서 우려가 제기된다. 앞서 2020년 9월 서해 최북단 소연평도 인근 해상에서 실종된 해양수산부 공무원이 북측 해역에서 피격돼 사망했는데, 당시 북한은 ‘국가 비상 방역 규정’에 따른 조치라고 주장했다. 같은 해 7월 인천 강화도 월미곶의 배수로를 통해 20대 탈북민이 월북했을 당시에도 북한은 국가비상방역체계를 ‘최대비상체제’로 격상했다.

월북사건이 일어난 22사단은 2020년 11월 북한 남성이 철책을 넘어 월남했을 당시 광망이 작동하지 않았고, 지난해 2월에는 이른바 ‘오리발 탈북’을 한 북한 남성이 감시장비에 10차례나 찍혔지만, 군이 8번이나 놓쳐 문제가 됐던 부대다. 국방부는 지난해 이 사건 이후 22사단과 8군단에 대한 정밀점검을 실시해 경계시스템 노후화로 경계 실패가 발생했다고 보고 조치를 취했다. 상급부대인 육군 8군단 해체도 2023년 중반으로 미뤘다. 그럼에도 과거와 유사한 경계실패 사건이 또 발생했다.

22사단은 전군에서 유일하게 전방경계와 해안경계를 동시에 맡고 있는 부대로 사건·사고가 잦았다. 2012년 북한군 ‘노크 탈북’, 2014년 임모 병장 총기 난사 사건 등이 모두 22사단에서 발생했다. 이 같은 사건·사고로 그동안 징계를 받은 사단장만 8명이어서 ‘별들의 무덤’이라는 말까지 나오는 곳이다.

박성진 안보전문기자 longrive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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