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인년 최대화두는 '디지털 혁신'.. 내 손안에 플랫폼 으르렁
빅테크, 쇼핑·모빌리티 등 확장
조직개편 통해 데이터 전환 사활
은행, 보험, 카드 등 전 금융권의 임인년 화두는 디지털 혁신이다. 네이버와 카카오 등 대형 IT업체 빅테크가 금융 시장에 진입해 사업을 확장하고 있는 가운데, 디지털 기반의 성장이 절박하다는 판단에서다. 특히 '내 손안의 금융비서'로 불리는 본인신용정보관리업(마이데이터)까지 본격 시작되면서 금융권 업종 간 칸막이를 뛰어넘어 고객 유치에 사활이 걸린 상황이다.
2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빅테크는 거대 플랫폼을 발판으로 쇼핑, 모빌리티, 대리운전, 미용실 등에 이어 새해에는 금융에도 본격적으로 손을 뻗을 계획이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9월 빅테크·핀테크가 운영하는 금융 플랫폼의 금융상품 비교·추천 서비스 다수가 등록이 필요한 '중개' 서비스에 해당한다며 시정을 요구하는 등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기 위해 노력 중이지만 전반적인 규제 완화 추세 속에 쉽지 않은 상황이다.
카카오페이는 지난해 당국의 제동에 운전자 보험 등 일부 상품 판매를 잠정 중단했으나 디지털 손해보험사 예비 허가를 바탕으로 올해 정식 서비스를 개시할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 등이 설립한 인터넷전문은행도 올해 시중은행의 강력한 경쟁자로 부상할 전망이다.
금융사 최고경영자(CEO)의 올해 신년사를 보면 디지털 혁신을 강조하고 있다. 김광수 은행연합회장은 "지금 우리 금융산업은 전대미문의 대격변을 겪고 있다"며 "ICT(정보통신기술) 기업들이 금융에 진출하면서 금융·비금융의 경계가 흐릿해지는 '빅 블러(Big Blur)' 현상이 돌이킬 수 없는 흐름이 됐다"고 평가했다.
정희수 생명보험협회장도 신년사에서 금융의 디지털 전환에 맞춰 생보산업의 '디지털 대전환' 촉진하겠다고 밝혔다. 정지원 손해보험협회장은 빅테크의 우월적 지위 남용을 금지하는 등 합리적 규율 체계를 마련하기 위해 금융당국과 긴밀히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김주현 여신금융협회장도 카드업계와 빅테크간 규제가 균형을 이뤄야 한다고 신년사에서 언급했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하듯 금융사들은 연말 조직 개편을 통해 디지털 혁신을 위한 채비를 마쳤다. 신한은행은 디지털 혁신 조직인 디지털혁신단을 데이터기획 유닛, 데이터 사이언스 유닛, 혁신서비스 유닛, 데이터플랫폼 유닛으로 재편했다. KB금융그룹은 종합 금융 플랫폼 기업으로의 전환을 기본 방향으로 하는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 '디지털콘텐츠센터'는 고객에게 제공되는 콘텐츠의 질적인 업그레이드를 지원하고 '플랫폼 품질관리(QC) 유니트'는 디지털 플랫폼의 품질관리를 전담한다.
하나은행은 디지털리테일그룹 산하에 'DT(디지털전환) 혁신본부'를 신설해 은행 디지털전환의 콘트롤 타워 역할을 맡겼다. 우리은행은 혁신기술사업부를 신설해 메타버스나 블록체인과 같은 새로운 기술 트렌드와 금융의 결합에 집중해 금융 플랫폼으로서 새로운 길을 모색한다는 방침이다.
신한카드는 디지털 플랫폼 기반으로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 플랫폼 신사업 개발을 위해 설립했던 'DNA사업추진단'을 'pLay사업본부'로 정규 조직화했다.
금융당국 수장들은 디지털 혁신을 강조하면서도 금융회사와의 형평성을 고려한 빅테크 규제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신년사에 담았다.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신년사에서 "금융의 디지털 전환을 한층 가속하겠다"며 "AI 활용을 위한 인프라를 구축하고 데이터 결합 제도도 개선하며 마이플랫폼(개인별 맞춤형 종합금융 플랫폼) 도입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고 위원장은 "빅테크·핀테크가 혁신과 경쟁을 선도하도록 뒷받침하면서도 금융 안정과 소비자 보호를 위한 최소한의 규율은 균형있게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정은보 금융감독원장도 "디지털 신사업 진출 등 금융산업의 외연이 확대되고 마이데이터 등 빅데이터 활용이 심화하고 있다"며 "금융혁신을 적극 지원해 미래의 성장 동력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금융사와 빅테크 간 불균형적 경쟁 여건은 해소돼야 한다"며 "'기울어진 운동장'이 발생하지 않도록 동일 기능, 동일 규제 원칙에 기반해 공정하고 협력적인 규율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수현기자 ksh@dt.c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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