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장관 경계태세 점검한 날..최전방 철책 뚫렸다

한예경 2022. 1. 2.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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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첫날 민간인 1명 월북
軍 3시간동안 몰랐다
강원 22사단 또 경계실패
'철책귀순' '헤엄귀순' 이후
첨단 과학장비 교체했지만
허술한 초동대응에 '구멍'
합참 "대북 통지문 발송" 뒷북
코로나 방역 민감한 北
서해공무원 사태 재발 우려
새해 첫날인 1일 우리 국민으로 추정되는 1명이 강원도 동부전선 22사단 지역 최전방 철책을 넘어 월북했다. 군당국은 월북자가 감시장비에 포착됐는데도 3시간가량 월북 사실을 몰랐던 것으로 드러나 허술한 경계감시에 대한 비난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합동참모본부는 2일 "어제(1일) 오후 9시 20분께 동부전선 비무장지대(DMZ) 내에서 미상 인원 1명을 감시장비로 포착하고 신병 확보를 위해서 작전 병력을 투입해 DMZ 작전 중 해당 인원이 오후 10시 40분께 군사분계선(MDL)을 넘어 월북한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사후 확인 과정에서 같은 날 오후 6시 40분께 해당 인원이 일반전초(GOP) 철책을 넘는 장면이 과학화 경계감시장비 폐쇄회로(CC)TV에 포착됐다고 합참 관계자는 설명했다. 월북자가 DMZ에서 포착된 이후에야 이전에 찍힌 CCTV를 다시 돌려봤고, 같은 날 오후 6시 40분께 월책 장면이 찍힌 사실을 뒤늦게 확인했다는 것이다.

군이 뒤늦게 월북 사실을 인지하고 신병을 확보하려 했지만 이미 늦은 상황이었다. MDL까지 접근하기 위해선 이남의 GOP 철책을 넘어야 하는데, 그 철책을 넘은 이후엔 월북을 저지하기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군은 월북자의 행동을 4시간 전에 CCTV로 포착했지만 3시간 동안 몰랐고, 이후 신병 확보에도 실패하면서 월북을 막지 못한 셈이 돼버렸다.

합참 관계자는 "초동 조치 과정에서 보다 적극적으로 확인했다면 하는 미흡한 부분은 있었다"며 현재 정확한 경위를 조사하기 위해 합참 전비태세검열실 요원들이 현장에 급파됐다고 전했다. 특히 이날은 서욱 국방부 장관이 새해 첫날 공군 항공통제기에 탑승해 한반도 전역 대비태세를 점검한 날이었다. 서 장관은 지휘 비행 중 전방에 있는 육군 GOP대대장 등과 통화하면서 "예전에 이상이 없었으니 오늘도 이상이 없겠지 하는 매너리즘에 빠지지 않도록, 늘 이상이 있을 수 있다는 생각으로 임무 수행을 해주길 바란다"고 각별히 주문하기도 했다.

특히 이번 월북 사건이 발생한 22사단은 2020년 11월 북한 남성이 철책을 넘어 귀순했을 당시 광망(철조망 감시센서)이 작동하지 않는 문제가 드러나 한 차례 논란이 됐던 부대다. 이후 예산을 투입해 철책에 설치된 광망 경보를 손보는 등 대대적 보강 작업을 했지만 또 월북자를 놓친 것이다. 앞서 22사단은 지난해 2월 북한 남성이 새벽에 철책 하단 배수로로 통과하는 '헤엄 귀순' 사태 때 해안 경계 CCTV 등 카메라에 총 8차례 포착됐는데도 제대로 대응 조치를 하지 않아 논란이 된 바 있다. 최첨단 과학화 장비에도 불구하고 부대의 경계 실패라는 비판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날 월북한 인사의 생사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군 내부는 아니고 민간인으로 추정된다. 합참 관계자는 "우리 국민에 대한 보호 차원에서 오늘 아침 (서해지구 군 통신선을 통해) 대북 통지문을 발송했다"고 말했다. 결국 우리 군은 초동 대응에 실패하고 현재는 북한 군의 답신만을 기다리는 상황이다.

특히 이번 월북이 북한이 코로나19로 강력한 방역 조치를 시행하는 중에 나타난 것이어서 더욱 큰 우려를 낳고 있다. 북한은 3년째 코로나19 방역을 앞세워 국경 봉쇄 조치를 실시한 상황으로, 2020년 9월 서해에서 실종된 40대 해양수산부 소속 공무원이 북측 해역에서 총살을 당하기도 했다. 당시 북한은 해당 조치가 '국가 비상 방역 규정'에 따른 것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앞서 같은 해 7월 인천 강화도 월미곶의 배수로를 통해 20대 탈북민이 월북했을 당시에도 북한은 '코로나19 감염 의심자'가 월북했다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당 정치국 비상확대회의를 긴급 소집하고 국가비상방역체계를 '최대비상체제'로 격상하기도 했다. 북한의 국경 봉쇄로 북한 주재 외교관들조차 입국을 허용하지 않는 데다 물자 반입도 되지 않는 상황에서 이번 월북으로 생사 확인조차 어려워졌다.

[한예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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