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24시] 새해 경제안보전쟁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과거엔 영토·종교로 전쟁 터졌지만
현재는 '총성없는 경제 보복' 다반사
韓, 中日 등에 '소부장 약점' 드러내
대선 후보들 '전략적 대책' 강구해야
새해 들어 동유럽에 전운이 감돌고 있다. 러시아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동진(東進)에 대항한다는 명분 아래 우크라이나 침공을 준비하고 있다. 국경에 10만 명의 병력을 배치하는 동시에 대유럽 가스전을 잠가버렸다. 한겨울 유럽의 천연가스 가격은 34% 폭등했다. 러시아 국영 가스회사 가스프롬이 ‘야말-유럽 가스관’ 수송 물량 경매에 참여하지 않으면서 폴란드에서 독일로 연결되는 가스의 흐름이 중단됐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유럽은 최근 짧은 계약을 해왔다. 안정적으로 공급받고 싶다면 장기 계약을 체결해야 한다”며 서방을 압박했다.
본격화된 미중 갈등의 근원도 반도체와 배터리 장악을 위한 경제 패권의 주도권 싸움이다. 한때 호주의 최대 수출국이었던 중국은 미국이 주도한 중국 기업 화웨이 제재에 호주가 동참하자 돌변했다. 중국이 호주산 석탄과 바닷가재·와인 등의 수입을 막는 보복 조치를 취하면서 양국 관계는 수교 이래 최악이다.
19세기 이전의 전쟁은 영토와 종교 갈등이었다. 20세기에는 제국주의와 민족주의를 둘러싼 전쟁이었다. 21세기는 어떤 전쟁의 시대인가. 과거와는 전혀 다른 복합 전쟁의 시대가 시작됐다. 슈퍼파워들은 한 손에 원자재와 제품을, 다른 한 손에는 무기를 들고 세계 도처를 전장으로 만들고 있다. 국제 질서의 기준은 노골적인 경제적 이득이다. 절대 강자가 사라지면서 물고 물리는 정글의 국제 정치가 본격화된 것이다. 이를 설명하는 국제정치경제 이론 중 하나는 패권안정론이었다. ‘킨들버거의 함정’을 제시한 미국 경제학자 찰스 킨들버거는 저서 ‘대공황의 세계 1929~1939’에서 대공황의 원인이 세계 리더십 공백에 있었다는 주장을 폈다. 그레이엄 엘리슨 하버드대 교수는 ‘투키디데스의 함정’ 이론으로 미중 갈등이 전쟁으로 비화할 가능성을 지적했다.
이론의 타당성과 상관없이 경제 안보 복합 전쟁에서 가장 취약한 국가 중 하나가 대한민국이다. 일본은 대법원의 강제징용 판결에 대한 보복으로 지난 2019년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했다. 이에 따라 반도체·디스플레이 관련 핵심 소재 3개에 대한 수출을 규제했다. 중국의 대한(對韓) 경제 보복은 2016년 7월 사드 갈등으로 구체화됐다. ‘한한령’은 경제 전반에 걸쳐 중국 의존도가 높았던 한국 경제의 아킬레스건을 공격했다. 군대만 보내지 않았지 피해는 전쟁 이상의 것이었다. 요소수가 부족해 트럭이 멈출 지경이었다.
한국은 지난해 말 미국과 체결했던 통화 스와프를 종료했다. 한국은행은 국내외 금융·경제 상황이 안정적이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미국의 금리 인상과 수출 둔화가 예상된다. 주식시장에 투자된 해외 자본이 8,000억 달러 가까이 되는 상황에 4,600억 달러의 외환보유액이 충분한지는 미지수다. 비 오는 날에 대비하는 안전장치마저 포기했다. 일본은 외환보유액이 부족해 미국과 통화 스와프를 연장한 것이 아니다. 경제 안보 전쟁의 시대에 동맹의 상징이기 때문이다.
일본은 올 1월 정기국회에서 경제안보추진법(가칭) 제정안이 가결되는 대로 재무성·경제산업성·방위성 등에서 대규모 인원을 받아 내각부 산하에 경제안보담당실을 운영할 예정이다. 기시다 후미오 총리의 역점 정책인 경제안보추진법은 경제 안보를 외교 안보와 분리된 독자 영역으로 규정하고 있으며 중요 전략물자 확보 및 첨단 기술 유출 방지 대책이 핵심이다. 일본과 대만은 경제 안보 분야에서 ‘여당판(일본 자민당과 대만 민주진보당) 2+2’ 회의를 개최했다. 미국은 정보기관과 군, 각 부처에서 ‘레드팀’을 도입했고 미 중앙정보국(CIA)은 조직 역량을 기존의 대테러에서 경제 정보 수집 분야로 이전하고 있다. 후보자들의 ‘사과’와 ‘유감’이 화두가 된 대선 정국에서 우리의 ‘전략적 경제 안보’ 대책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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