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이준석 닷새 머문 상주안전체험교육센터..300m 빙판길 올랐더니
“으아아악!”
빙판길에서 시속 50㎞로 주행하다 차가 미끄러져 헛바퀴를 돌던 순간, 머릿속이 텅 비어버리고 손에 땀이 났다. ‘반대 방향으로 핸들을 돌리지 마라’ ‘핸들을 미끄러지는 방향으로 돌려 차체를 바로 잡아라’ 등 기존의 상식들을 떠올리며 무언가 해보려 해도, 쉽사리 차를 통제할 수 없었다.
핸들을 아무리 돌려봐도 차는 곡선 주행로 333여m를 중심을 잡지 못한 채 미끄러졌다. 실제 상황이라면 인명 피해가 발생할 수 있는 대형 사고의 시작점이었겠지만, 다행히 가상의 빙판길을 주행하는 곡선 제동 코스를 체험하는 교육 상황이었다.
◇브레이크는 발가락이 아닌 발의 평평한 면으로
지난달 8일 세종시에서 차로 1시간 10분을 달려 도착한 경북 상주의 한국교통안전공단 상주교통안전체험교육센터의 운전 교육에 참가했다. 지난 2009년 3월 운영을 개시한 센터는 운전자의 잘못된 운전 습관을 교정할 수 있는 안전운전 체험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안전교육 외에도 센터에는 화물자격, 버스자격 취득 과정이 있다. 지난 2020년까지 22만6935명이 센터에서 교육을 받았다.
지난해 1월 4일부터는 일정 기간의 무사고 운전 경력을 보유한 사람은 택시자격을 취득할 수 있는 개인택시 양수과정도 생겼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8월 이곳에서 개인택시 자격을 취득하러 5일간 머무르기도 했다.
1월에는 30명씩 2개반을 운영했는데,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국면과 맞물리며 수요가 몰려 2월부터는 40명씩 4개반이 운영되고 있다. 한달에 평균 650여명이 이 과정을 거쳐갔다.
센터는 30만2901㎡ 규모의 면적에 체험 교육 시설을 12개 운영하고 있다. 교육 진행 중 충돌이나 안전 사고를 예방할 수 있는 장치들이 군데군데 눈에 띄었다. 차가 미끄러질만한 방향에는 안전패드와 폐타이어가 충격 흡수를 위해 쌓여있었다. 대기 공간은 펜스로 막아 안전 사고를 방지하고 있었다.

체험 교육은 운전 중 마주할 수 있는 사고의 순간을 체험할 수 있도록 해, 느슨해진 운전 태도에 긴장감을 줬다. 교육은 올바른 운전 자세부터 시작했다. 우선 엉덩이는 최대한 좌석에 붙인다. 핸들과 운전자와의 간격은 ‘가깝다’ 싶을 정도로 앞으로 당겨 앉아야 한다. 문수정 상주교통안전체험교육센터 교수는 “발가락 일부만 까딱거리면서 브레이크와 엑셀을 통제하는 게 아니라, 브레이크와 엑셀 위에 발의 평평한 부분까지 깊게 얹고 운전해야 한다”며 “그래야 돌발 상황에 브레이크를 밟아 대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급제동 상황에서 뒷좌석 안전띠를 맸을 때와 안 맸을 때의 차이점을 확인하는 교육이 이어졌다. 이날 안전교육을 담당했던 문 교수가 운전대를 잡고 시속 10㎞로 차를 움직이다 갑자기 차를 멈췄다. 평소엔 속도감을 전혀 느끼지 못할 속도였음에도 안전띠를 하지 않았을 때의 충격은 매우 컸다.
문 교수가 급제동을 사전에 알려줘 손으로 얼굴을 가리라고 알렸음에도 버티기 어려웠다. 느린 속도로 움직이는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에, 상상보다 강한 충격을 받고 놀라움에 웃음이 절로 나왔다. 하지만 안전띠를 한 후 급제동을 하자 띠가 몸을 잡아줘 확실히 안정적이었다.
◇핸들 아무리 돌려도 방향 바로 안 서
눈길 교통사고가 잦은 겨울철에 마주할 수 있는 위험인 빙판길을 달리는 듯한 ‘미끄럼 주행 코스’는 가장 아찔했다. 333.8m 길이의 코스에 매끈한 표면에다 물을 뿌려 빙판이나 젖은 노면에서의 급제동 등 실제 상황을 체험할 수 있다. 센터에서 빙판길 주행 체험 중엔 아무리 핸들을 원하는 방향으로 쥐고 돌려도 차체는 마음먹은 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운전에 대한 자신감은 순식간에 사라졌고, 가상의 위험 상황임에도 “으아악”하는 비명이 새어나왔다.
문 교수는 “눈길이나 빗길은 무척 미끄러워, 속도를 낮추지 않으면 노면 마찰계수가 낮아지기 때문에 차량이 쭉 미끄러져 운전자가 핸들을 아무리 돌려도 차를 제어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한다”며 “속도를 최대한 줄이고 천천히 달리는 것만이 안전을 위한 길”이라고 말했다. 도로교통법상 안개나 폭우로 100m 앞이 안 보이거나 눈이 20㎜ 이상 쌓이면 속도를 50% 줄여야 한다. 문 교수의 말대로 시속 30㎞이하로 운전 속도를 낮추고 미끄럼 주행 코스를 다시 달리자 차량은 덜 미끄러졌고, 핸들 조작으로 움직임 통제가 가능했다.
갑작스럽게 발생할 수 있는 도로 위 위험을 피하는 훈련을 하는 ‘위험 회피 코스’는 위험회피코스는 일정 속도 이상으로 주행하다 갑자기 도로에서 솟구치는 물줄기를 피하는 것이다. 세갈래의 길 중 정면에 보이는 신호등이 작동하는 반대 방향으로 핸들을 틀어야 한다. 사고를 막을 수 있을 정도로 제대로 피하지 못하면, 차는 곧 물줄기를 맞게 된다.

직선제동코스에선 ABS(anti-lock brake system)를 껐다 켤 수 있는 특수차량을 통해 이 기능의 효과를 보여줬다. ABS는 자동차가 급제동할 때 바퀴의 잠김 현상을 막는 브레이크 보조장치다. 문 교수의 운전에도 ABS를 사용하지 않은 상태에선 바퀴가 잠기면서 차가 도로 위에서 뱅그르르 돌기도 했다.
이 같은 과정을 거치는 안전 운전 체험 교육을 마치고 나서, 운전에 자신감이 사라졌다. 그동안의 운전 습관에 반성하게 됐고, 안전띠, 안전 속도와 같은 기본적이지만 자주 그 중요성을 잊게 되는 것들을 떠올리게 됐다. 실제로 교통안전공단에 따르면 2009년부터 2014년까지 체험 교육에 참가한 교육생 약 5만명을 대상으로 교육 전후 1년간 추이를 분석한 결과 1인당 교통사고 발생건수는 54%, 사고사망자는 77%, 교통 벌점은 52%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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