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치! 코리아] 타이거 우즈가 고통을 이기는 법

최수현 스포츠부 차장 2022. 1. 1.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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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 후 길고 괴로운 재활 과정, 감당할 수 있는 만큼 쪼개 반복
견디기 힘든 1분의 시간을 최선 다해 뛰는 60초로 채운다

이보다 더 극적인 인생이 있을까. 타이거 우즈를 볼 때마다 생각한다. 골프 천재로 방송에 출연한 두 살 때부터 40여 년 흘러 오늘에 이르기까지 그는 줄곧 세상에 충격을 던졌다. 무려 12타 차로 우승한 1997 마스터스, 무릎 부상으로 다리를 절뚝거리며 연장 혈투를 벌인 2008 US오픈, 소화전 들이받고 혼절한 교통사고를 계기로 터져나온 불륜 스캔들, 11년 만의 메이저 대회 우승….

2021년, 그는 처참하게 찌그러진 차에서 다행히 목숨을 건졌다. 다리 수술 아홉 달 만에 3초짜리 아이언샷 영상을 공개해 전 세계를 들었다 놨다. 몸 상태로 보아 PGA 투어를 풀타임으로 뛰는 일은 다시 없을 거라고 스스로 단언했으나, 얼마 뒤 아들과 함께 이벤트 대회에 나서 팬들을 설레게 했다.

우즈는 이 사고 전까지도 허리와 다리 수술을 열 번 받았다. 그때마다 돌아왔다. 역사상 가장 위대한 골프 선수라지만 그 역시 인간이다. 극단을 오가는 인생 드라마의 아찔한 굴곡과 부침을 평생에 걸쳐 매번 어떻게 감당해낸 것일까. 브레이크 대신 액셀러레이터를 밟는 실수로 골프를 그만둘 위기에 처한 현실을 그는 무슨 힘으로 극복하고 있을까.

사고 이후 자신을 가장 힘들게 한 건 ‘끝을 알 수 없다’는 생각이었다고 그는 지난 11월 인터뷰에서 털어놨다. 이 고통스러운 재활을 언제까지 해야 하는지, 재활을 끝내면 골프를 다시 칠 수 있는지, 걸을 수나 있는 것인지 누구도 예측하기 어려웠다. 그 암담하고 막막한 상황에도 우즈는 재활 훈련을 하루도 쉬지 않았다고 한다.

어려서부터 그를 조련한 아버지의 가르침 덕분이었다고 했다. 16년 전 세상을 떠난 아버지는 베트남전 참전 그린베레 출신이었다. “총격전이 시작되면 얼마나 오래 계속될지 알 수가 없다. 5초나 5시간이 될 수도, 수일이 걸릴 수도 있다. 언제 끝날지 모른다는 게 가장 힘든 점이라고 한다.”

아버지는 그저 하루하루, 순간순간을 살아내는 방식으로 극복해냈다. 우즈도 그렇게 했다. “‘아, 지옥 같은 9개월이 될 거야’ 대신에 ‘겨우 두세 시간이야’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한 번에 두세 시간 정도라고 생각하면 그 시간만큼은 계속 반복할 수 있었다. 그러다 보니 그 시간들이 축적되어 몇 주, 몇 달이 되었고, 마침내 이 방에 걸어 들어와 말하고 있는 지금 이 순간이 되었다.” 의도적으로 시야를 좁혀 고통의 시간을 잘게 쪼개는 것이 그가 매번 기적같이 재기하는 비결 중 하나였다. 사고 직후 석 달간 누워만 있어야 했던 그는 지금도 결과를 장담할 수 없는 두세 시간의 삶과 훈련을 무한히 반복해나가고 있다.

2022년 첫날, 전 세계는 간절하다. 올해는 코로나가 끝날까. 매사 긴장하고 거리 두며 산 지 3년째. 일상 회복의 희망이 오미크론 등장 탓에 다시 주저앉으니 허탈하고 무기력해진다. 계획을 세울 수도 없다. 이미 세웠던 계획마저 줄줄이 취소됐다. 과연 끝이 있을까. 끝엔 무엇이 있을까.

막막한 시대를 사는 우리에게 우즈의 해법은 참고할 만하다. 감당할 수 있는 만큼 짧은 단위로 시간을 쪼개 모든 걸 쏟고, 그만큼의 시간을 최선을 다해 반복해나가는 것이다. 우즈는 자신의 빛나는 성취를 에베레스트산에 비유했다. 이제 그 산에 오를 만한 몸을 가질 수 없으며, 다시 온 힘을 다해 정상에 오르는 건 현실적 기대가 아니라고 했다. 그 산을 다시 정복하지 못하면 또 어떤가. 그래도 그는 수천 미터 등반 길을 잘게 쪼개 계속 밀고 나갈 것이다. 러디어드 키플링의 시처럼, 견디기 힘든 1분의 시간을 최선을 다해 뛰는 60초로 채우며 버텨보자고, 또 한번 코로나와 함께 새해를 열며 마음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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