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임박한 천궁-Ⅱ UAE 4조 수출 계약, 그리고 어떤 군인
지난달 17일 새벽 UAE 국방부는 눈이 확 뜨이는 성명 한 장을 트위터에 올렸습니다. "한국의 방공체계인 M-SAM을 들여올 계획이며, 계약 규모는 35억 달러 상당이다." UAE가 국산 중거리 지대공 요격체계 M-SAM 즉 천궁-Ⅱ 10여개 포대를 구매하겠다는 통보입니다. 우리 돈으로 물경 4조 1천억 원에 달하는 수출 건입니다.
최종 계약은 내년 초에 체결될 예정인데, 국산 단일 무기 사상 최대 수출로 기록될 것입니다. 35억 달러면 우리 방산 업계의 1년 치 수출액 전체에 버금가는 규모입니다. 내년 우리 방산 수출은 일찌감치 사상 최대 신기록을 예약했습니다.
원인철-이브라힘의 마지막 담판…그리고 트위터 공지
우리 시간 지난달 16일 밤까지도 UAE 측은 천궁-Ⅱ 구매에 대한 명쾌한 답을 내놓지 않았습니다. UAE 현지에 있던 LIG 넥스원과 한화시스템의 임원들의 입술이 바짝 타들어갔습니다. 아랍 민족 특유의 밀고 당기는 상술을 감안하건대, UAE의 최종 결심이 언제 어떻게 모습을 드러낼지 가늠도 못했습니다.
이때 UAE를 방문 중이던 원인철 합참의장이 나섰습니다. LIG 넥스원과 한화시스템 측은 원인철 의장에게 "UAE의 진짜 의도를 살펴봐달라"고 부탁했고, 원인철 의장은 UAE의 이브라힘 공군 사령관과 독대했습니다.
현장에 있던 방산업체의 임원은 "원인철 의장이 UAE 사령관 만나고 나오더니 '곧 UAE 측이 좋은 노티스(notice)를 할 것'이라는 빅뉴스를 아주 담담하게 말하더라", "그리고 한 30분쯤 지나자 '35억 달러 어치 도입한다'는 UAE 국방부의 트위터 글이 떴다"고 당시 상황을 회상했습니다. 이 임원은 "정부와 기업이 감히 손 못 대는 꼬인 실타래를 원인철 의장이 단칼에 잘라냈다"고 평가했습니다.
소리 없이 강한 '군사 외교'
군은 특수한 조직입니다. 국가와 국민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내놓는 집단입니다. 그래서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군인의 위계적 사고방식과 특유의 윤리는 민간의 그것과 많이 다릅니다. 동맹, 우방의 군인들은 제 나라 지키듯 서로 힘을 보태야 하는 처지여서 참 잘 통합니다. 군사 외교는 이런 토대 위에서 빛을 발합니다.
원인철 합참의장과 UAE 이브라힘 공군사령관의 우정, 천궁-Ⅱ 수출 미팅은 두고두고 회자될 군사 외교의 명장면입니다. 사실 원인철 의장만이 아닙니다. 우선 2011년부터 파병된 아크부대의 공이 컸고 국방장관, 공군 참모총장도 너나없이 오며가며 UAE 많이 들렀습니다. 이들이 군인의 정서로 UAE 군인을 설득함으로써 UAE 정부의 결심을 이끌었다는 데 누구도 반박하지 못할 것입니다. 제 입으로 자랑하지 않아서 사람들이 잘 모를 뿐입니다.
K-9 자주포 수출에는 육군 장군들이, K-조선의 함정 수출에는 해군 제독들이 힘을 보태고 있습니다. 무기 수출을 넘어 외교 협력 관계의 창출과 개선, 확대에도 군은 큰 몫을 하고 있습니다. 특히 군부의 영향력이 강한 동남아, 중남미, 아프리카의 국가와의 관계에서 우리 군의 역할은 중요합니다.
남영신 육군 참모총장은 "중남미의 한 국가에 파견갔던 영관급 장교가 현지 영관급 장교와 친교하다 돌아왔는데 얼마 후 외국의 그 장교는 정부의 최고위직에 올랐다", "그가 우정을 잊지 않고 우리 영관급 장교를 애타게 찾은 일도 있었다"는 일화를 기자에게 소개한 적이 있습니다. 남영신 총장은 "국경을 뛰어넘는 장교들의 우정은 국가적 자산이다", "군사 외교의 목적을 분명히 수립해 장교들을 해외에 파견하고, 외국 장교들을 적극적으로 국내로 초청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김태훈 기자oneway@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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