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코로나 확진자 7천 명대..대혼란 막을 특단 대책 내놔야

연합뉴스 2021. 12. 8.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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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어지는 코로나의 그림자 (고양=연합뉴스) 임병식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일일 신규 확진자 수가 7천명을 넘어선 8일 경기도 고양시 화정역 선별진료소에서 시민들이 줄지어 코로나19 검사를 기다리고 있다. 2021.12.8 andphotodo@yna.co.kr

(서울=연합뉴스)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하루 확진자가 처음으로 7천 명을 넘어섰다. 중앙방역대책본부는 8일 0시 기준으로 신규 확진자가 7천175명 늘었다고 발표했다. 국내 첫 환자가 발생한 지난해 1월 이후 최다이다. 단계적 일상 회복이 시작된 지난달 1일 신규 확진자가 1천686명이었고, 꼭 한 달 전인 지난달 8일에는 1천760명이었으니 최근 한 달여 사이에 그 규모가 무려 네 배로 폭증한 것이다. 극적인 반전이 없는 한 다른 나라 얘기로만 생각했던 일일 확진자 다섯자릿수 시대도 멀지 않은 듯하다. 정부는 '위드 코로나' 정책을 시작하면서 하루 7천 명, 최대 1만 명의 신규 확진자도 감당할 수 있는 대응 체계를 마련하겠다고 밝혔지만, 문제는 속도이다. 정부뿐 아니라 전문가들도 그 시점을 다음 달 말 정도로 예상했는데 우려했던 상황이 한 달 이상 앞당겨진 것이다. 확진자 숫자뿐 아니라 위·중증 환자와 치명률 등 방역의 핵심 지표들이 모두 악화일로이다. 민생을 얼른 되살려야겠다는 생각에 성급하게 방역을 완화해 화를 자초했다는 비판이 나올 만한 상황이다. 정부는 지난 6일부터 시행하고 있는 특별방역 대책의 효과가 1∼2주 후 나타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으나 사적 모임 규모를 줄이고 방역 패스 대상을 확대하는 정도의 조치만으로 이미 사방으로 퍼진 큰불을 잡을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특히 의료 역량의 급속한 소진이 걱정이다. 정부가 총력을 기울이는 병상 추가 확보 노력이 위·중증 환자의 증가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지난달 400명대에 머물던 위·중증 환자는 지난 1일부터 일주일 연속 700명대를 기록하더니 이날 처음으로 800명대(840명)에 진입했다. 이에 따라 전날 기준으로 전국 코로나19 중증 병상 가동률은 78.7%, 수도권은 84.5%로 한계치에 도달했다. 입원 대기 중인 환자가 수도권만 해도 860명이다. 입원을 기다리다가 집이나 요양시설 등에서 사망한 확진자도 속출하고 있다. 여기에 재택 치료 중인 환자는 무려 1만7천여 명이다. 이들도 증상이 악화하면 신속하게 입원해야 하는데 위급 시 병상을 구하기 쉽지 않다고 한다. 김부겸 총리는 재택 치료와 관련해 행정지원 인력 증원, 관리의료기관을 병원에서 의원급으로 확대, 응급이송체계 확충, 내년 초부터 먹는 치료제 처방, 생활지원금 추가 지급 등을 약속했으나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해 목숨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을 씻어주기에는 역부족으로 보인다. 결국 근본적인 해결책은 병상을 늘리는 것이다. 현실적으로 병상과 치료 인력을 단기간에 확충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을 십분 이해하지만, 상황이 상황인 만큼 대혼란을 막기 위한 특단의 대책을 세워야 한다.

이미 5차 감염까지 번진 오미크론 변이에 대해서는 좀 더 전략적인 대응이 필요하다. 지금까지 확진된 38명 중 국내 발생 환자 대부분은 인천 미추홀구 교회와 관련된 것으로 추정되는 만큼 아직은 유행이 방역망 내에 있는 것으로 간주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방역 당국이 오미크론 감염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서 추적하고 있는 대상자가 약 1천700명이고, 이중 밀접접촉자가 723명이라고 하니 오미크론이 이미 지역 사회에 깊이 침투했을 가능성도 없지 않다. 우선은 역학 조사에 최선을 다해야겠으나 인력 부족 등의 문제로 그 한계가 분명한 것도 사실이다. 따라서 그물을 넓게 펼쳐 놓고 오미크론 유행이 본격화하는 상황에 미리 대비해야 한다. "거의 틀림없이" 델타 변이보다 심각하지 않다는 앤서니 파우치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 소장의 발언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아직은 절대적 우세 종인 델타 변이에 대한 대응에 초점을 맞추되 오미크론이 확산할 경우 국내 코로나 상황이 어떻게 변할 것인지 면밀히 검토한 뒤 여기에 맞춰 방역과 의료 체계를 준비해 놓아야 한다. 위기가 지나가는가 싶으면 새로운 위기가 다시 시작되는 답답한 국면이 2년째 이어지고 있다. 때로는 과감하게, 또 때로는 유연하게 대응하는 전략과 지혜를 짜내야 한다. 무엇보다 방역 외적 요인으로 머뭇거리다가 실기해 더 큰 위기를 초래하는 일은 없도록 다시 한번 심기일전해주길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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