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시간 기대→FA 관심없다" 실망했던 15년차 포수의 꿈, "LG에서 3번째 팀 우승하면, 양의지 기록 넘는데.."

한용섭 2021. 12. 31.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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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도환./OSEN DB

[OSEN=한용섭 기자] “삼성이 LG 포수 김재성을 보상 선수로 데려갔다는 소식 듣고 솔직히 한 3시간 정도 기대는 했죠. 이후에 LG가 FA 포수에 관심없다 라는 기사 보고 아닌가 보다하고 마음 접었구요. 그런데 며칠 전에 차명석 단장님이 전화 연락을 해서 놀랐어요.”

베테랑 포수 허도환(37)은 30일 LG 트윈스와 2년 총액 4억원(계약금 2억원, 연봉 1억원)에 FA 계약을 했다. 연말 커다란 선물을 받았다.

허도환은 2007년 두산 베어스에 육성선수로 입단했고 이후 넥센 히어로즈(현 키움), 한화 이글스, SK 와이번스(현 SSG), KT 위즈를 거쳐 LG 유니폼을 입게 됐다. 내년 프로 16년차에 6번째 팀이 된다.

LG는 앞서 영입한 FA 박해민의 보상 선수로 포수 김재성을 떠나보냈다. 삼성은 포수 자원이 많은데도 김재성을 찍었다. 1군 백업 포수가 사라진 LG는 2군 유망주들에게 기회를 주려고 했으나, 결국 베테랑 포수 영입으로 선회했다.

KT가 허도환과 협상을 시간 여유를 갖고 진행하는 사이, LG가 허도환에게 계약을 제안했다. 허도환은 자신의 가치를 인정해 준 LG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허도환은 올해 KT에서 62경기 출장해 타율 2할7푼6리 2홈런 21타점 OPS .729로 쏠쏠하게 활약했다. 105타석에서 21타점, 영양가 만점이었다. 더구나 커리어하이 기록이다.

허도환은 30일 계약 발표 직후, “주위에서 전화 연락이 너무 많이 와서 정신없다. 이강철 감독님께 전화 통화로 감사 인사는 드렸다. 류지현 감독님께 전화 드렸는데 전화 연결이 안 돼 마음이 불편하다(웃음). 인터뷰 끝나고 다시 전화 드려야 한다”고 웃으며 말했다.

이어 “나이가 최고참인데, 타팀으로 FA 이적을 한 것은 선수로서 가치를 인정 받은 거 같아 기분 좋다”고 덧붙였다. 다음은 일문일답.

차명석 단장과 허도환(오른쪽). / LG 트윈스 제공

-혹시 LG가 불러줄 것을 조금 기대했는지.

“솔직히 기대는 3시간 정도 한 것 같다. 차명석 단장님이 바로 ‘FA 관심없다’고 말한 기사를 보고 아닌갑다 하고 포기하고 있었다(웃음).

-그럼 LG에서 언제 연락이 왔는지.
“2~3일 정도 된 거 같다. 차명석 단장님이 전화 주셨다. 연초에 만나보고 싶다고 하더라. 그런데 오늘 다시 연락이 와서 갑작스럽게 만났다. 갑자기 만나서 계약까지 하게 됐다.”

-에이전트가 따로 없는가 보다.

“맞다. 없다. 직접 만나자 하셔서 만났고, 저를 좋게 잘 평가해주셔서 바로 사인하게 됐다.”

-KT를 떠나는 아쉬움은 없는지.

“솔직히 선수 입장에서는 원소속구단과 계약하는 것이 베스트라고 본다. 다른 팀으로 옮기는 것은, 나이도 많은데,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야 하고 약간 두려움도 있다. 차 단장님이 워낙 네가 있으면 좋겠다. 네가 필요하다고 말씀하셔서, 마음이 흔들렸다.”

-KT가 제안을 안 하고 있었는지.

“차 한잔, 밥 한끼 먹으면서 연초에 구체적으로 논의하자고 했다. 구단에서 첫 제안은 했다. 팀장님이 단장님과 다시 얘기하겠다고 하고 헤어졌다. 내가 어떤 요구를 한 것은 없었다.”

(KT는 장성우, 황재균, 박병호과 잇따라 FA 계약을 하고 허도환 계약을 진행하려고 했다. 아무래도 주축 선수 먼저. 허도환도 그 부분은 이해한다고 했다. LG는 백업 포수의 트레이드가 아닌 FA 영입으로 결정하고, 타이밍을 잘 잡아서 틈을 파고들었다. KT가 천천히 협상 중인데, LG가 좋은 제안을 제시해 계약이 성사됐다.)

-우승하고 곧바로 떠나게 됐다.

“우승하고 이대로 계속 함께 가면, 솔직히 팀이 좋은 성적을 낼 확률이 많다. 한준이 형이 은퇴했지만, 친구 경수도 있고, 병호도 왔고, 재균이도 있고. 그런 점에서 같이 못해서 아쉽기도 하다. 경수가 많이 아쉬워하더라.”

허도환./OSEN DB

-올해 타점이 개인 최다였다. 20타점 넘은 적이 없더라.

“예전에는 내 타석이 되면 대타로 교체됐으니까. 올해는 이강철 감독님, 김강 타격코치님이 저를 밀어주셨다. 기회를 많이 주셨다. 운좋게 살려서…더 많이 했어야 하는데.(웃음)”

-LG 와서 많이 하면 된다. 올해보다 기회가 더 많을 수도 있고.

“내가 열심히 해야 한다. 이호준 타격코치 님이랑 같이 열심히 해보겠다.”

-밖에서 본 LG, LG 투수진은 어떤가.

“엄청 젊은 투수들이 많고 에너지 있는 팀이라 생각했다. 언제든지 위에 있을 수 있는 팀이라고 본다. 그동안 뭔가 안 맞아서… 언제든지 최고 높은 자리로 올라갈 수 있는 팀. 구성이 좋다. 좋은 투수들도 많다. 내년 좋은 결과를 내도록 힘을 보태겠다.”

-LG에서 어떤 역할을 준비하는가.

“팀이 이기는 것이 우선이다. 우승. 백업 포수는 주로 수비로 나가는데, 내가 나가서 경기가 역전 당하면 기분 나쁘다. 팀 리드는 지켜야 한다. (역전)최소한으로 줄이고, 유강남이 쉴 때 빈자리가 안 느껴지게 노력해야 한다. 팀이 올해보다 높은 곳으로 가도록 고참으로서 더 노력해야 한다.”

-우승 반지가 2개더라. LG는 없는 선수가 대부분인데.

“(김)현수도 있고, (송)은범이는 3개나 있지 않나. 현역 포수 중에서 나랑 양의지만 2개 팀에서 우승했다고 하더라. 주전은 아니었지만 우승 일원이었기에 자부심을 갖고 있고, 동료 선수들에게 엄청 고맙다. LG가 3번째 (우승)팀이 됐으면 좋겠다.”

-이사하는가.

“아니다. 집이 수원 쪽이 아니다. 남양주에서 왔다갔다 했다. 이사 안해도 된다. 이제 (수원까지) 60km에서 (잠실까지) 17km로 줄었다. 편하게 됐다.(웃음)”

/orang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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