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신의 옷을 닮은 꽃, 예쁜 겨울꽃 시클라멘

2021. 12. 30.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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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위에 벌벌 떨며 달려 집으로 들어갔을 때, 뿌옇게 김이 서린 안경 너머로 불긋한 꽃송이들이 번지듯 보인다. 시클라멘들이 반겨준다. 심신이 3초 만에 따뜻해진다. 예쁜 것치고 고맙지 않은 건 없다. 겨울 내내 마음에 따뜻한 등불을 켜주는 꽃 시클라멘의 꽃잎으로 들어가 본다.

시클라멘의 전설은 동서양을 넘나든다. 한국에 ‘선녀와 나무꾼’이 있다면 그리스에는 ‘여신과 사냥꾼’쯤 되는 신화가 있다. 아름다운 여신이 지상에 놀러 왔다 인간이 지은 옷이 너무 예뻐 자신이 입었던 하늘의 드레스를 벗어놓고 대신 인간의 옷을 입고 하늘로 올라갔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지중해가 고향인 시클라멘은 바로 그 신화 속 여신의 옷을 닮은 꽃이라는 칭송을 받고 있다. 천의무봉이 아무나 할 수 있는 솜씨가 아니듯 시클라멘 또한 아마추어들은 도저히 재배하기 힘든 꽃 가운데 하나이다. 그래서 이 황홀한 색깔의 꽃을, 그것도 한겨울 내내 감상하며 살려면 좋은 화분 몇 개를 모셔 놓을 수밖에 없다.

시클라멘의 먼 조상은 진달래이다. 진달래가 분홍색 꽃잎을 다소 거칠게 펼치고 있는 모습이라면, 시클라멘은 진달래 꽃잎이 펼쳐지기 직전, 두 손을 곱게 모은 채 가만히 서 있는 형상이다. 종류에 따라 어떤 시클라멘은 생텍쥐페리의 소설 『어린왕자』에 등장하는 여우의 귀여운 얼굴 실루엣을 닮았다. 또는 달토끼를 닮았다고 하는 사람들도 있다. 덩이줄기(영양소 저장을 위해 굵게 진화한 줄기)에서 이어진 줄기 끝에 피어나는 시클라멘은 다양한 무늬를 기반으로 무려 23가지의 하위 종을 거느리고 있다. 쉽지 않은 일이겠지만, 여건이 된다면 그 23가지의 종족을 하나의 꽃 판에 모아 함께 살기를 원하는 식덕들도 있다.

다년생 꽃식물인 시클라멘은 원래 진달래목 앵초과에 속했었다. ‘취란화’라고도 불리는 앵초는 천국의 문을 여는 열쇠라는 꽃말을 지닌, 그야말로 천상의 세계를 닮은 꽃이다. 군락을 이루고 있는 모습을 보면 바로 저게 천국의 모습이 아닐까 생각하게 된다고 한다. 앵초과에 속해 있던 시클라멘은 21세기에 들어서면서 앵초과의 하위 분류에 해당하는 자금우과로 편입되었다. 그만큼 앵초과는 종류가 많고, 종류별 특징이 분명하다.

시클라멘은 원래 쌍떡잎식물이다. 그러나 막상 재배를 해 보면 흙에서 싹을 틔울 때는 잎이 하나만 나온다고 한다. 잎이 7~8장이 피어날 때까지 기다리면 꽃이 열리기 시작하는데, 모든 잎에서 꽃이 열리면 꽃들이 작고 힘도 없기 때문에 적당히 잘라줘야 한다. 또한 전문가에 의해 조직적으로 재배되지 않는 이상 손질 시기 등 최적기를 맞춰 다듬어주기도 쉽지 않아 아마추어나 초짜 반려식물 애호가들에게는 관리가 어려운 꽃이기도 하다.

종류가 많은 게 특징이라고 했는데, 그에 따른 뿌리의 모양도 제각각이라 구근을 심을 때 깊이와, 지상을 향한 구근의 방향 잡기도 충분한 경험을 쌓아야 한다는 숙제가 있다. 이렇게 어렵게 자란 시클라멘은 약 30cm까지 커진다. 잎의 색깔은 종자에 따라 녹색, 연두색, 은색, 흰색 등이 있고, 꽃잎의 색깔은 보라색, 분홍색, 빨강색, 흰색 등으로 나뉜다. 이것들이 무리를 이루고 있는 장면은 상상만 해도 마음이 꽃밭이 된다. 물론 꽃집에 가서 취향을 골라 구입하고 관리법을 꼼꼼하게 배워오면 당신의 집도 어여쁜 겨울집이 될 수 있다. 3월까지 꽃을 피우고 있으니 집안은 당연히 16~20℃ 정도로 따뜻하게 유지해야 하고 환기 시 냉해를 입지 않도록 환기 시간 전후에 에어캡, 비닐 등으로 덮어주는 등 조치해야 한다. 이때 비닐에 의해 꽃잎이 눌리지 않도록 주의한다. 아예 방풍비닐을 프레임에 싸 미니 비닐하우스를 만들어 겨울 꽃 관리를 하는 사람도 있다.

[글 아트만 사진 위키미디어]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811호 (22.01.04)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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