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亞 토양정보 시스템' 구축 주도한 K- 농업.. 기후위기·식량난 해결 앞장
농촌진흥청, 유엔식량농업기구와 공동과제 수행
국제기구가 먼저 도움 요청
14개 회원국 전문가들 참여
토양 유기탄소량 분포 조사
탄소중립 정책에 정보 제공
국내 토양환경정보망도 구축
특성에 맞는 작물 재배 도와
농업기술 연구·개발(R&D)을 이끌고 있는 농촌진흥청이 국제기구와 손잡고 기후변화 대응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주목할 부분은 과거 우리가 기술을 전해 받은 국제기구가 이제는 우리의 우수한 K-농업기술을 통해 국제사회가 당면한 난제를 해결하려 도움을 요청했다는 점이다. 후진국, 개발도상국들의 식량난을 해결하기 위해서다.
29일 농진청은 최근 유엔식량농업기구(FAO)와 공동으로 ‘아시아 토양지도 발간 및 토양정보 시스템 구축’ 과제를 수행했다. 탄소중립 정책에 중요한 정보를 제공, 기후변화 대응에 토대가 되는 아시아 토양유기탄소함유량지도(Soil Organic Carbon Map)를 개선, 제작했다. 이 사업은 2019년부터 2023년까지 아시아농식품기술협력협의체(AFACI)와 FAO가 공동으로 수행하는 과제다. 한국을 포함한 14개 회원국 50여 명의 토양전문가가 참여하고 있다. 아시아 국가별 토양특성 정보 수집, 토양정보 시스템 구축이 핵심 목표다.
◇토양지도, 탄소제로 핵심 정보 = 토양은 대기보다 탄소량이 3배나 많은 지구상 가장 큰 유기탄소 저장고다. 토양을 효율적으로 관리해 대기로 배출되는 탄소를 줄일 수 있다면 기후변화를 완화할 수 있다. 특히 토양의 탄소보유량과 배출량은 지역별 환경과 재배되는 작물에 달렸다. 대표적인 예로 북극은 추운 날씨로 유기물 분해가 느려 유기탄소 함유량이 높은 반면, 고온지대인 사막은 매우 적은 양의 유기탄소를 가지고 있다. 토양유기탄소지도는 지역별 토양의 유기탄소량이 얼마나 분포하는지를 조사해 표시한 지도다. 국가별 농업부문 탄소제로 정책 결정에 중요한 정보로 활용되고 있다. 세계 각국이 20∼30년 후 토양 내 탄소저장(격리)량이 얼마나 변하는지를 예측하는 토양유기탄소격리지도(탄소보유 잠재력을 표시한 지도) 제작에 힘을 쏟는 이유다.
농진청 관계자는 “농업은 토양 탄소 배출과 흡수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산업인 만큼 토양유기탄소지도를 활용해 유기탄소량이 충분한지 부족한지를 확인하고 맞춤형 토양 관리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농경지의 탄소격리능력의 극대화를 통해 기후변화 대응에 큰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농진청은 정부의 2050년 탄소중립 달성 목표에 맞춰 농업인에게 지속가능한 토양관리법을 권장하고 적극적인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 유기물 투입·작부체계 개선·무경운재배·물관리·질소비료 절감·바이오차 투입 등이다.
농진청과 FAO가 AFACI의 협력을 통해 제작한 아시아 토양유기탄소지도는 기후변화 완화를 위한 토양 내 탄소량을 정량하고 관련 정보를 디지털화했다. 또 정보는 국가별 온라인으로 손쉽게 볼 수 있는 시스템으로 구축했다. 이 지도는 토양 모니터링·황폐지역 식별·복구목표 설정·토양탄소격리잠재력·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온실가스 배출보고와 같은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증거기반 의사결정에 매우 중요한 정보를 제공한다. 토양의 유기탄소보유량을 늘리면, 즉 토양이 탄소를 많이 흡수하면 기후변화를 줄일 수 있게 된다.
◇국제사업, K-농업기술이 기반 = 이런 지도 제작에 K-농업기술이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농진청은 과제 참여국들 사이에서 핵심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각 국가·지역의 토양샘플링과 분석을 추진했고, 참여 국가 인력들의 전문지식 습득을 위한 대면 훈련 및 교육도 담당했다. 토양과 관련한 K-농업기술을 해외로 전파한 셈이다. 개도국 연구자들은 우리의 기술을 바탕으로 자국 토양의 유기탄소 함량을 측정해 토양유기탄소지도를 제작할 수 있게 됐다. 어떤 작물을 심으면 현지 농업 생산량 제고에 도움이 되고 어떻게 재배하면 탄소를 덜 배출할 수 있는지를 알 수 있게 된 것이다.
과거 1960년대 낙후한 한국 농업계를 지원하는 차원에서 FAO가 우리나라에서 실시한 토양조사 사업은 이제 우리나라의 토양환경정보시스템인 ‘흙토람’으로 구축돼 있다. 여기에는 농진청에서 생산, 배포하고 있는 방대한 토양, 농업환경정보 데이터베이스와 수십 년 동안의 조사 및 연구 경험이 집대성돼 있다. 우리 농민들이 농사를 짓고자 할 때 토양 특성에 맞는 작물을 재배할 수 있도록 토양정보를 제공하고, 알맞은 비료량을 추천해주는 인터넷 시스템이다. 우리 농민들은 이런 시스템을 통해 작물별 토양 적성도, 농경지 화학성, 토양 특성, 정밀 농업기후도, 생물상 분포, 농업환경 변동정보 등을 얻고, 우수한 농산물을 생산하고 있다.
이처럼 괄목상대한 성장은 이제 국제기구가 글로벌 난제를 해결하기 위해 파트너로 인정하기에 손색이 없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로날드 바르가스 FAO 국제토양파트너십 사무총장은 아시아 토양지도 과제평가회에 참석해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회원국들이 기후변화 대응과 밀접한 지속가능한 토양관리라는 공동 목표를 이룰 수 있게 지원해 준 농진청에 감사하다”고 밝혔다.
최선태 농진청 국제기술협력과장은 “과거 FAO 지원을 통해 시작한 토양사업이 이제는 우리 농업의 핵심정보 시스템으로 거듭났고, 노하우와 기술은 K-농업기술의 핵심자산으로 해외 다른 나라에 도움을 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정민 기자 bohe00@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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