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企, 기술 유용 일부 승소..法 "한화, 태양광 기술 도면 무단 이용"

조현기 기자 2021. 12. 28.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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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소심 재판부, 징벌적 배상 2배도 첫 적용..소극적 손해배상액 산정 아쉬워
독일 브란덴부르크 지역 상업시설 지붕에 설치된 한화큐셀 태양광 모듈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 없음) © 뉴스1

(서울=뉴스1) 조현기 기자 = 국내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기술 탈취 분쟁에서 중소기업이 승소한 첫 사례가 나왔다.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라고 불릴 만큼 그동안 기술 탈취 당한 중소기업들이 대기업을 상대로 이기는 건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다.

서울고등법원 제4민사부는 23일 한화의 협력업체 ㈜에스제이이노테크가 ㈜한화와 한화솔루션 등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항소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특히 이번 판결은 처음으로 징벌적 손해배상도 적용됐다. 법원은 한화 측에 기술유용 책임이 있다며 배상액 5억원 인정했고, 징벌적 배상 2배를 적용해 총 10억원의 손해배상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앞서 에스제이이노테크는 한화와 지난 2011년~2015년 태양광 설비제조에 관한 하도급 계약을 체결했다. 이 과정에서 에스제이이노테크는 한화가 태양광 전지 제조라인 설비 기술을 유용해 태양광 제품을 만들어 한화 계열사에 납품했다고 피해를 호소했다.

이후 5년 동안의 에이제이이노테크와 한화의 갈등이 시작됐다. 결국 에스제이이노테크는 지난 2016년 공정거래위원회 제소를 시작으로 지난 2018년 손해배상 소송을 청구했다.

1심 재판부는 지난해 8월 원고 패소를 판결했다. 원고가 피고 측에 전달한 Δ승인 도면 Δ매뉴얼 Δ레이아웃 도면 등은 하도급법으로 보호되는 기술 자료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이에 에스제이이노테크는 즉각 항소했고, 2차례 변론과 증인 심문을 거쳐 이날 재판부로부터 일부 승소 판결을 이끌어냈다.

항소심 재판부는 한화 측이 매뉴얼 첨부도면에 기술정보를 무단으로 이용하였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특히 이를 통해 한화 측이 계약 기간 중 경쟁자의 지위에서 기술정보를 무단 유용하였음에도 피해구제를 위해 아무런 노력을 하지 않은 점 등이 고려돼 2배의 징벌적 손해배상책임이 내려졌다.

다만 형사 고발은 아직 진행 중이다. 공정위는 지난 2019년 9월 한화측이 에스제이이노테크 기술자료를 유용했다며 시정명령 및 과징금 부과와 함께 검찰에 고발을 의뢰했다. 하지만 해당 대구지검은 지난해 불기소 결정을 내렸다. 이후 항고와 재정 신청에서도 기각돼 현재 대법원에 계류됐다.

정형찬 에스제이이노테크 대표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민사 소송에서 국내 처음으로 법원이 일부라도 중소기업의 손을 들어준 것이 의미가 있다"며 "노력해 준 주위 모든분들께 감사하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어 "이번 판결이 그동안 만연된 대기업의 기술 탈취 행태에 경종을 울리는 계기로 활용되길 기대한다"며 "재판부가 기술 유용을 인정했으나 개발비 40억원에도 휠씬 못미치는 금액을 손해액으로 산정한 것은 문제"라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항소심 법률 지원을 맡은 장태관 경청 이사장은 "기술탈취 소송의 새로운 지평을 연 이번 판결은, 대기업들이 대형 로펌을 선임해 시간끌기 소송으로 피해 중소기업들을 벼랑끝으로 몰았던 파렴치한 관행을 뿌리 뽑을 결정적 판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어렵게 기술유용이 인정된 판결임에도 불구하고 재판부의 소극적 손해배상액 산정은 오히려 대기업의 기술탈취를 부추기는 부작용이 있을 것 같다"며 덧붙였다.

chohk@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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