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한 책'을 만드는 사람이 되고 싶다."

‘다들 두 표인데 우리가 세 표를 받았나.’ 연락을 받고 다다서재의 김효근 대표와 김남희 편집장은 이런 생각을 했다. 출판인이 꼽은 올해의 루키 출판사에 다다서재가 선정됐다는 소식이 당사자로서는 그만큼 의외였다. “외서 위주로 냈고 논픽션 중에서도 비주류이고, 판매로 따지면….” 중얼거림 같은 김 대표의 답변이 이어지자 김 편집장이 말했다. “우리 책도 좋아.”
김 대표와 김 편집장은 각각 출판사 경력 12년, 16년으로, 부부다. 이들은 오랜 조직 생활에 지쳐 있었다. 퇴사한 뒤 김 대표는 평소 관심을 두던 일본어 번역을 해보기로 했다. 그것만으로는 생계를 꾸리기 어려울 것 같아 출판사를 차리자고 제안했다. 김 편집장은 반대했다. “‘독자의 니즈’를 잘 모르겠더라. 안 될 것 같은 책이 잘되기도 하고 그 반대도 있었다. 감이 없다고 생각했다.” 김 대표는 김 편집장에게 내기 싫은 책은 만들지 않도록 해주겠다고 했다. 그만두고 싶을 때 그만두기로 약속했다. 2019년 11월 〈매일 의존하며 살아갑니다〉가 나왔다.
올해만 6종, 2년 만에 10종을 출간했다. 다다서재가 올해 펴낸 〈우연의 질병 필연의 죽음〉은 출판인이 꼽은 올해의 번역서 목록에도 이름을 올렸다. 트렌드와 깊이를 동시에 잡는 외서 기획력, 믿고 볼 수 있는 본문 퀄리티 등 다다서재가 루키 출판사로 꼽힌 이유는 다양했다.
두 사람은 본인들이 재미있는 책을 만든다. 김 대표는 보통 업무가 끝난 뒤 외서를 검토한다. 잠자는 시간을 늦추게 만드는 흥미로운 책이 출간의 첫 번째 기준이다. 창업 후 석 달 동안 70~80종 책을 검토했다. 정신과 돌봄시설의 경험을 담은 첫 책을 접하고 삶의 방식이 바뀌었을 정도로 영향을 받았다. 〈나는 옐로에 화이트에 약간 블루〉 〈서로 다른 기념일〉을 차례로 내며 자연스럽게 돌봄, 다양성, 장애 등의 키워드로 방향이 정해졌다.
처음에는 업계 지인에게 의견을 많이 구했다. 일본 제품 불매운동 시기였다. 위축된 상태에서 모두의 조언을 반영하다 보니 ‘애매한 책’이 나왔다. 김 대표는 “그때 교훈을 얻었다. 사람들의 마음을 혹하게 하는 데에는 재주가 없는 것 같으니 책에만 집중해 가장 잘 드러낼 수 있는 방식을 택하자고 했다”라고 말했다. 국내서도 두 권 냈다. 이름 있는 저자보다 신생 출판사로서 용기를 낼 수 있는 책에 중점을 둔다.
다다서재의 다다는 반려묘 이름이다. 찾아보니 ‘힘 미치는 데까지’라는 의미가 있었다. 두 사람은 치열하게 싸웠다. 결과 지향적인 김남희 편집장과 과정 중심적인 김효근 대표가 서로 조금씩 닮아가는 중이다.
김 대표가 로봇공학자 오카다 미치오 교수의 인터뷰에서 본 내용을 들려주었다. 사람의 도움이 필요한 ‘약한 로봇’을 만든다. “본인의 책을 두고 ‘약한 책’이라고 한다. 그 책 자체의 메시지는 약할 수 있는데 읽은 사람들의 해석이 덧붙을 때 비로소 완성되는 책이라고. 다다서재의 책이 그랬으면 좋겠다.”
임지영 기자 toto@sisain.co.kr
▶좋은 뉴스는 독자가 만듭니다 [시사IN 후원]
©시사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시사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