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종해도 돌파감염, 부작용도 걱정" 부스터샷 꺼린다

허정연 2021. 12. 25.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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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신 키우는 ‘백신 괴담’
코로나19 백신피해자 가족협의회가 지난 22일 강원도 춘천 강원도청 앞에 피해자들의 사진을 놓고 원인 규명을 요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연합뉴스]
지난 8월 말 화이자 코로나19 백신 2차 접종을 한 이원영(35)씨는 최근 3차 접종(부스터샷) 사전예약이 가능하다는 안내 문자를 받았다. 매일같이 헬스장과 식당 등을 이용하는 이씨는 부스터샷을 피할 생각은 없지만 방역패스 유효기간이 끝나는 내년 2월로 최대한 시기를 늦출 계획이다. 이씨는 “부스터샷을 맞아도 오미크론에 감염됐다는 보도를 접할 때마다 백신 접종이 무의미하단 생각이 든다”며 “1·2차 접종 모두 고열로 고생한 걸 생각하면 3차 접종이 망설여져 일단 주변 상황을 보면서 접종 시기를 최대한 미룰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 10일 18세 이상 모든 국민의 부스터샷 시점을 2차 접종 후 3개월로 단축한다고 밝혔다. 겨울철 ‘3밀(밀집·밀접·밀폐)’ 환경으로 감염 우려가 크고, 국내 오미크론 변이(이하 오미크론) 유입에 따른 조치다. 그러나 2차 접종을 마친 대상자들의 반응은 미지근하다. 정부가 밝힌 집단면역 기준인 2차 접종률이 80%대에 도달했는데도 연일 확진자가 치솟는 탓이다.

부스터샷 완료자의 돌파감염 사례까지 잇따르자 ‘백신 무용론’이 다시 고개 들고 있다. 반면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이하 방대본)는 20일 정례브리핑에서 “이르면 다음달에 국내에서도 오미크론이 우세종이 될 가능성이 있다”며 “2차 접종만으로는 오미크론 예방 효과가 미미하다는 해외 연구 결과에 따라 3차 접종을 강력히 권고한다”고 밝혔다.

코로나19 예방접종 대응추진단(이하 추진단)에 따르면 3차 접종자는 24일 0시 기준 누적 접종자 수가 1380만명에 달한다. 그러나 지난 2월 26일 기본 접종을 시작할 때처럼 빠른 속도로 접종률이 오르진 않고 있다.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아워월드인데이터가 발표한 집계에 따르면 한국의 인구 100명당 부스터샷 접종률은 27.8%(23일 기준)다. 접종률이 보고된 74개국 가운데 26위 수준이다. 인구가 적은 영국령 지브롤터(79.9%)와 아이슬란드(57.9%)가 각각 1, 2위를 차지한 데 이어 칠레·스코틀랜드 등이 50%대로 뒤를 이었다.

부스터샷의 호응도가 낮은 가장 큰 이유는 백신에 대한 불신이다. 확진자 수를 놓고 보면 접종완료자의 돌파감염 사례가 더 많지만 실제로는 80%에 이르는 접종완료자와 20%에 못 미치는 미접종자의 모수를 감안하면 미접종자의 발병 비율이 높다. 모집단을 생각하지 않고 확진자 숫자만 보니 ‘통계 착시’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방대본은 지난달 22일 국내 12세 이상 내국인 4669만명을 대상으로 예방접종의 감염, 위중증, 사망 예방 효과를 평가한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11월 둘째 주 기준 완전 접종군 대비 미접종군의 사망 발생 위험과 위중증 발생 위험은 각각 0.04%, 0.22%로 나타났다. 이를 완전접종군 사망률(0.01%) 및 위중증률(0.02%)과 비교하면 각각 4배, 11배 높은 수치다. 미접종군의 감염 위험 역시 7.29%로 완전접종군(3.12%) 대비 2.3배 높았다. 예방접종 후 감염되는 돌파감염 사례에서도 중증 및 사망으로 진행될 위험도를 분석한 결과 완전접종자가 미접종자 대비 중증 위험이 약 5분의 1배로 낮았다. 예방효과는 80.8%였다.

백신 부작용이 과대하게 부풀려진 것도 문제다. 급성백혈병 등 백신과 인과관계 따지기 어려운 사안이 부작용으로 언급되며 공포심을 조장한 것이다. 정재훈 가천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해외 사례를 종합해봐도 전문학회에서는 (급성백혈병과) 백신 접종과의 인과성이 있기가 어렵다라는 결론이 나와 있는 상황”이라며 “심근염이나 심낭염 같은 이상 반응도 코로나19에 감염되었을 때 생길 수 있는 가능성이 백신 접종으로 인해 발병할 가능성보다 몇 배 이상 높다”고 말했다. 그는 “(백신 접종으로 인해) 심근염이 확인된 사례도 국내에서 10건 이상 있지만 중증으로 진행된 사례는 거의 없다”고 말했다.

백신 부작용의 인과 관계를 규명하기 어렵다보니 피해 보상을 받기 어렵다는 점도 우려를 키운다. 다만 해외와 비교해 우리나라의 백신 피해 보상 인정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다.

추진단에 따르면 국내 접종자 100만명 당 백신 피해보상 비율은 67.3%에 이른다. 핀란드(20.4%), 노르웨이(1.9%), 스웨덴(1.4%) 등 북유럽 국가는 물론 일본(0.7%)이나 미국(0.004%)보다도 현저히 높다.

추진단은 “그간 피해보상전문위원회에서 ‘근거자료 불충분’으로 코로나19 백신 접종과 이상반응간 인과성을 인정받지 못한 중환자 등에게 의료비를 1000만원 이내에서 지급해 왔고, 내년부터는 이 지원액을 최대 3000만원으로 늘리기로 결정한 바 있다”며 “내년부터는 인과성 평가 근거가 불충분한 사망자에 대해서도 인당 5000만원의 위로금을 소급 지원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모든 성인에 대해 2차 접종 3개월 후 일률적인 3차 접종 강요는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마상혁 대한백신학회 부회장은 “외국 연구 결과만 갖고 국내 모든 18세 이상에 대한 대대적인 3차접종 강요는 무리가 있다”며 “외국인과 한국인의 특성이 다르고 연령별 효과나 이상반응이 다 차이가 있는데 모든 성인에게 3차 접종을 강요하는 것은 국민 입장에서 신뢰하고 따르기 힘들다”고 말했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고령층이나 기저질환 보유자 등 고위험군 위주로 3차 접종을 권유하고 비교적 중증 위험이 덜한 젊은층에 대해선 개인 선택에 따라 접종 여부를 결정하게 하는 구조가 바람직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허정연 기자 jypow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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