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일호의미술여행] '베푼다'는 말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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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은 유럽에서 제일 먼저 절대왕권을 수립한 나라였다.
가톨릭 국가 스페인에서 당시 가장 주목받은 화가는 디에고 벨라스케스였다.
무더운 날 동전 한 닢 받고 물을 파는 물장수가 갈증을 해소해주는 구세주처럼 보인다는 종교적 의미도 담았다.
'베푼다'는 말의 의미를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하는 성탄절 아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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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 국가 스페인에서 당시 가장 주목받은 화가는 디에고 벨라스케스였다. 벨라스케스는 젊은 시절 풍속화나 인물화에서 명성을 떨쳤고, 그 안에 종교적 메시지도 담았다. ‘세비야의 물장수’는 그가 20살 때 그린 그림인데, 이 그림으로 화가로서 주목을 받고 펠리페 4세 시대 궁정화가가 됐다.
평범한 일상생활 속에서 만난 허름한 물장수를 소재로 한 풍속 인물화이다. 물장수가 무화과가 담긴 유리잔을 소년에게 건네고, 소년은 진지한 표정으로 무언가를 묻고 있다. 명암 대비와 빛의 효과까지 살린 사실적 묘사가 두드러진다. 물장수의 낡은 망토와 거칠고 주름진 얼굴이 명암대비를 통해 해맑은 소년의 모습과 대조를 이룬다. 투박하고 큼직한 항아리, 그 위에 맺힌 작은 물방울, 투명한 유리잔의 사실적 묘사가 주변의 빛의 묘사와 어울리며 한결 돋보인다. 갈색, 회색, 녹색 계통 색조들이 은은하게 펼쳐지면서 화면 가득 고르게 퍼진 색채효과도 이 그림의 매력이다.
다른 해석도 있다. 소년과 물장수와 중간의 물컵을 들고 있는 노인 등 세 사람 이야기로 보는 해석이다. 세 사람이 소년-중년-노년이라는 인생의 세 단계를 암시한다는 점에서다. 무언가를 묻는 소년의 모습으로 호기심 많은 소년기를 나타냈고, 가운데 희미한 노인의 모습으로 존재감을 잃어가는 노년기를 비유했다. 그리고 물 잔을 건네는 물장수가 중년기 모습이고, 남에게 베푸는 시기에 해당한다는 해석이다. 무더운 날 동전 한 닢 받고 물을 파는 물장수가 갈증을 해소해주는 구세주처럼 보인다는 종교적 의미도 담았다. ‘베푼다’는 말의 의미를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하는 성탄절 아침이다. 나는 지금 어느 시기에 해당할까.
박일호 이화여대 교수·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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