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희토류 공룡 기업 세웠다… 세계 수출시장 통제 강화

베이징/박수찬 특파원 2021. 12. 24.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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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장시성의 한 희토류 광산 전경. /EPA 연합뉴스

중국 정부가 23일 희토류 회사 3곳, 연구소 2곳을 합친 초대형 국유 기업 ‘중국희토그룹’을 출범시키며 희토류에 대한 통제 강화에 나섰다. 희토류는 17종 원소를 총칭하는 말로 전기자동차, 스마트폰 등 첨단 제조업에 필수 물질이다. 중국희토그룹 출범에 대해 홍콩 명보는 24일 “미·중 갈등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과학 분야에서 미국의 압박에 반격하기 위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중국 관영 CCTV방송과 기업 공시에 따르면 중국희토그룹은 중국난팡희토(중국 2위), 중국희유희토(3위), 우쾅희토그룹(6위)을 통합하고, 중국 내 금속 연구 기업(중국철강연구과학그룹·비철금속그룹)을 참여시켰다. 통합 기업은 “희토류 연구, 탐사, 분리·제련, 가공, 응용, 산업 육성, 기술 자문, 수출입을 맡을 것”이라고 한다. 최대 주주는 국무원 국유자산감독관리위원회로, 중국 중앙정부의 직접 통제를 받는다.

중국희토그룹은 최근 전 세계적으로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중(重)희토류 공급을 좌지우지할 전망이다. 희토류는 성질에 따라 경(輕)희토류와 중희토류로 나뉜다. 미국·호주 등에서도 생산되는 경희토류와 달리 전기모터용 영구자석, 군사용 유도·통제 장치 등에 쓰이는 중희토류는 대부분 중국 남부 지역에서만 생산된다. 중국 경제매체 차이신에 따르면 중국희토그룹에 통합된 3개 기업은 그간 중국 내 중희토류의 68%, 경희토류의 39%를 생산해왔다. 미국 월스트리저널은 “중국 기업들 간의 내부 경쟁이 줄어 희토류에 대한 베이징(정부)의 가격 결정권이 강화할 것”이라고 했다.

중국은 지난해 전 세계 희토류의 58%를 생산했다. 하지만 통계에 잡히지 않은 생산량을 합치면 70%가 중국산이고 분리·정제 등은 90%를 중국이 담당한다는 분석도 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희토류 17종을 모두 생산할 수 있고, 전기차와 풍력발전의 필수 부품인 네오디뮴(희토류 중 하나) 영구자석을 원료부터 완제품까지 만들 수 있는 곳은 중국뿐이다.

시진핑 시대 들어 중국은 희토류 산업 재편에 속도를 내왔다. 국가가 매년 희토류 생산량을 지정해 생산량을 통제하는 한편 2016년 희토류 기업을 6개로 통합했다. 이번 중국희토그룹의 통합 출범으로 중국 희토류 생산은 중국 중·남부를 기반에 둔 중국희토그룹과 네이멍구 등 중국 북부를 담당하는 베이팡희토그룹의 양강 체계로 개편된 것이다.

중국이 희토류 기업을 통폐합하고 희토류에 대한 관리를 강화하면서 미국은 중국이 희토류를 무기화할 가능성을 우려해왔다. 중국은 2010년 일본과 센카쿠(중국명 댜오위다오) 영토 분쟁 당시 희토류 수출을 제한해 전 세계 희토류 가격이 급등한 적이 있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지난 6월 발표한 미국 공급망 검토 보고서에서 희토류 등 핵심 광물 생산을 확대하고, 중국에 의존하고 있는 네오디뮴 영구자석 수입에 대해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미 국방부도 호주 기업이 미국 텍사스주에 추진 중인 희토류 가공 시설에 3000만달러(약 350억원)를 지원하기로 했다. 희토류가 통신, 작전·지휘 체계, 유도 무기 등 방위산업에도 쓰이기 때문이다. 미 의회조사처 보고서에 따르면 F-35 전투기 1대에 417㎏의 희토류가 들어간다. 미국 등 각국에서는 중국이 독점하고 있는 일부 중희토류를 대체하는 연구도 진행 중이다. 중국이 갑자기 희토류 수출 통제를 강화할 경우 한국도 피해가 우려된다. 한국은 지난해 희토류 수입의 35%를 중국에서 들여왔다. 네오디뮴 영구자석의 경우 88%를 중국에 의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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