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선] 외국인 참정권과 혐오

강구열 2021. 12. 23. 2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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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중에 조례안 내용과 다른 지점에서 반대의 목소리가 강해지면서 논의가 깊어지지 않았다."

재일한국인 2세 김성웅씨는 일본 아사히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지난 21일 도쿄도 무사시노시(市) 의회에서 '주민투표 조례' 개정안이 무산된 것을 크게 아쉬워했다.

5년 넘는 논의 끝에 도출한 개정안은 '18세 이상으로 주민기본대장에 3개월 이상 등록돼 있을 경우' 외국인이라도 시의 주요 정책에 대한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것이 골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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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중에 조례안 내용과 다른 지점에서 반대의 목소리가 강해지면서 논의가 깊어지지 않았다.”

재일한국인 2세 김성웅씨는 일본 아사히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지난 21일 도쿄도 무사시노시(市) 의회에서 ‘주민투표 조례’ 개정안이 무산된 것을 크게 아쉬워했다. “(살고 있는) 지역이 어떻게든 좋아지길 바라는 건 외국인도 마찬가지”란 말도 덧붙였다.
강구열 국제부 차장
5년 넘는 논의 끝에 도출한 개정안은 ‘18세 이상으로 주민기본대장에 3개월 이상 등록돼 있을 경우’ 외국인이라도 시의 주요 정책에 대한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것이 골자다. 마쓰시타 레이코 시장은 “주민투표에서 외국인을 제외하거나 재류기간을 제한할 특별한 합리성을 찾지 못했다. 다양성을 인정하는 도시를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개정안 취지를 설명했다. 하지만 찬성 11명, 반대 14명으로 부결됐다.

인구 14만여명의 크지 않은 도시의 일이었지만 개정안 통과 여부는 일본에서 꽤 주목을 받으며 설왕설래가 이어졌다. 개정안이 공동체의 다양성을 높이고, 지역 주민의 요구를 정책에 보다 제대로 반영하는 등 역할을 할 것이라 믿는 의견이 많았다. 국제적 위상에 걸맞지 않게 폐쇄적이라는 일본의 이미지를 바꾸는 계기가 될 것이란 기대도 있었다.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았다. ‘재류기간을 3년 이상은 해야 한다’거나, ‘오래 거주하지 않은 외국인이 일본인의 생각이나 습관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겠느냐’는 등 지적은 당연한 고민으로 읽힌다. 그런데 찬성 여론이 높았던 개정안이 외국인에 대한 혐오 혹은 근거가 빈약한 공포가 조장됨에 따라 부결로 이어진 게 아닌가 하는 대목은 짚어볼 필요가 있다.

개정안 논의 과정에서 극우단체들은 연일 반대 시위를 벌였다. 자민당 보수파 의원들의 동조도 이어졌다. 대표적 인물이 사토 마사히사 자민당 외교부회장(참의원 의원)이다. 그는 “마음먹으면 무사시노 인구의 절반이 넘는 8만명의 중국인을 일본 국내에서 (무사시노로) 전입시키는 것도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반(反)중국’ 정서를 자극한 것이다. 사토 의원은 김창룡 경찰청장의 독도 방문을 두고 “보복해야 한다”는 등 망발을 일삼는 대표적인 혐한 인사이기도 하다.

혐오나 막연한 공포의 활용은 자신의 주장을 관철하기 위한 손쉽고, 강력한 수단이다. 그러나 다양한 구성원들과의 공존, 이를 바탕으로 한 공동체의 발전을 가로막고 혼란을 부추기는 데 이만한 게 없다. 대표적인 게 중국에서 코로나19가 처음 확인되고, 팬데믹 기간이 길어지는 와중에 서구 각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동양인들에 대한 묻지마 폭행이 아닐까. 범죄율 증가로 이어질 것이라며 난민 수용을 극도로 꺼리는 것 등을 볼 때마다 외부인, 소수자 등에 대한 우리 사회의 무조건적 반감을 보는 것 같아 씁쓸하다.

어느 곳에서나 특정 집단에 대한 혐오, 공포 따위에 휘둘리지 않는 이들이 있다. 이런 사람들의 존재가 건강함의 척도로 보이기도 한다. 무사시노시의 개정안에 반대하는 헤이트스피치(공개적 혐오발언)가 이어지던 지난 4일 이노카시라 공원, 극우단체의 맞은편에는 “외국인도 함께 사는 주민”이라고 외치는 시민들이 있었다.

강구열 국제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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