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 의존하다 경제 마비 우려까지 갔던 '요소수 사태' [키워드로 보는 2021 경제 ⑤]

박상영 기자 2021. 12. 23. 2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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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급망 차질

[경향신문]

컨테이너·항공 글로벌 운임 폭등
재고 물량 최소화하던 기업들 변화
정부, 경제안보 품목 선정해 관리

아이폰과 자동차, 밀크셰이크와 요소수에 이르기까지 공급망 충격이 올해 세계 경제를 강타했다. 코로나19 백신 보급 이후 수요는 빠르게 반등한 반면 생산은 더디게 회복되면서 인플레이션은 장기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기존 공급망의 취약성이 드러나자 각국 정부는 비용 절감 대신 안정적인 공급망 확보로 정책 우선순위를 빠르게 전환했다.

■컨테이너 운임 ‘세 자릿수’ 증가

공급망 차질에 운임은 폭등했다. 23일 관세청이 발표한 11월 수출 컨테이너 운임 통계를 보면 2TEU(40피트 표준 컨테이너 1대분)당 신고 운임은 미국 서부 기준 1193만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98.1% 올랐다. 컨테이너 운임은 5월에 151.1% 상승한 뒤 7개월 연속 세 자릿수 증가율을 기록 중이다. 항공운임도 고공행진 중이다. 이달 중순 글로벌 항공화물 운임지수(BAI)는 역대 최고 수준인 5254포인트를 기록했다. 11월 홍콩~북미 노선 화물운임은 ㎏당 11.54달러로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11월 ㎏당 3.84달러에 비해 3배 이상 뛰었다.

공급망 차질 충격은 품목을 가리지 않았다. 우유 확보가 어려워 20일 넘게 맥도널드 영국 전 지점에서 밀크셰이크가 메뉴에서 사라졌다. 운송비를 빼면 이윤이 적다는 이유로 슈퍼마켓 매대에서 물과 우유 같은 필수품목이 사라지는 경우도 발생했다. 유럽 가전·가구업체는 목재·철강 등 소재 부족 등을 호소했다. 이에 각국 소비자물가가 급등했다.

저탄소 정책 기조로 석유·석탄·천연가스 등 화석에너지 투자가 줄어든 점도 공급망 병목현상을 부추겼다. 친환경 에너지만으로는 수요를 감당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LG경제연구원은 ‘2022년 국내외 경제전망’에서 “2022년에도 공급망 병목 문제가 모두 해소될 것으로 낙관하기는 어렵다”면서 “현재 공급 차질은 차량용 반도체 같은 특정 품목·영역에 국한되지 않고 여러 영역으로 확산되며 탈탄소 정책 기조도 공급제약의 주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비용 절감’에서 ‘안정 공급’으로

공급망 차질을 계기로 1990년대 이후 구축됐던 글로벌 가치사슬(GVC)도 지역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그동안 기업들은 재고를 최소화하기 위해 적기 생산방식을 선호했지만 현재는 안정적인 재고 확보에 더 무게를 두고 있다”고 말했다. 비용 절감을 이유로 중국에 의존하다가 경제 마비 우려까지 나왔던 요소수 부족 사태의 교훈이었다.

정부는 안정적인 공급선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요소, 마그네슘, 텅스텐 등 특정 국가에 대한 수입 의존도가 높은 100개 경제안보 핵심품목을 선정하고 위험 상황을 사전에 판단하는 조기경보시스템(EWS)을 운영할 계획이다. 과거 일본의 반도체 재료에 대한 수출규제 보복에 핀셋 대응한 것과 달리 전방위적 대응에 나선 양상이다. 언제 어디서 공급망 차질의 나비효과가 재연될지 예상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연구위원은 “일본의 수출규제와 같은 무역 보복은 예측할 수 있었지만 이번 요소수 사태는 우리와 상관없어 보였던 중국·호주 간 갈등이 원인이었던 데다 요소는 첨단 품목도 아니어서 정부도 파급효과를 사전에 파악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지지부진했던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에 정부가 속도를 내는 것도 올해 공급망 대란과 무관치 않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요소수 사태를 통해 공급망 확보가 중요해진 상황에서 CPTPP 가입을 더 이상 늦춰서는 안 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미국과 중국의 신냉전 구도를 비롯한 지정학적 갈등이 내년 경제의 변수가 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이에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고 당부한다. 민간 경제연구소 한 관계자는 “공급망의 안정적인 확보가 내년에도 최우선 정책 목표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끝>

박상영 기자 sy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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