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금융위기' 터지면 韓 경제성장률 마이너스 3.0% 간다

최정희 2021. 12. 23.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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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하반기 금융안정보고서 발간
글로벌 금융취약성 지수, 2010년 이후 최악
주택 가격 폭락·소득 감소 충격만으로도 성장률 -2.2%
한은 "금융불균형 완화..가계부채 증가 억제 추진해야"
[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한국은행이 ‘빚투(빚을 내 투자)로 쌓은 자산가격 거품’에 대해 강한 경고를 날렸다. 최악의 금융위기가 또 다시 온다면 우리나라는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 3%까지 하락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때도 마이너스 성장률은 없었다.
(출처: 한국은행)
◇ 국내 금융위기선 성장률 -1.4%, 글로벌 금융위기론 -3.0%

한은이 23일 금융통화위원회 정기회의를 열고 의결한 ‘하반기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빚투로 쌓은 자산가격 거품이 붕괴될 경우 경제성장률이 -1.4%로 추락할 것으로 예측됐다. 발생 가능성은 10%에 불과하지만 자산가격 붕괴에 채무 상환이 어려워지고 가계는 소비를 줄여 내수 시장이 침체되고 대외지급 능력도 악화될 것이란 가정이다. 다만 이는 3분기를 기준으로 했는데 이때는 그나마 금융취약성이 떨어졌을 때다.

그런데 여기에 글로벌 금융위기처럼 주요국의 자산가격 마저 붕괴될 경우엔 우리나라 성장률은 -3.0%로 더 추락한다. 이는 외환위기 당시 1998년 성장률이 -5.1%를 기록했던 충격과 유사한 수준이다. 내수 뿐 아니라 수출까지 타격을 받아 실물경제가 상당히 침체될 것이란 추정이다.

한은은 우리나라 뿐 아니라 전 세계 자산가격이 폭락하는 등 최악의 상황이 발생할 확률은 10%에 불과하다고 가정했지만 그 만큼 빚투, 자산거품 등 금융불균형 상황이 심상치 않다고 평가했다.

(출처: 한국은행)
글로벌 금융위기, 코로나19 위기를 겪으면서 풀린 돈이 민간의 대출 증가, 자산가격 상승으로 나타나면서 전 세계적으로 금융시장이 취약해졌다는 평가다. 글로벌 금융취약성 지수는 59.1로 2010년 2분기 60.8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금융위기가 꿈틀대기 시작했을 즈음인 2007년 4분기엔 69.0까지 올라간 적도 있다.

올 1분기 기준 글로벌 주택가격 지수는 전년동기비 6.6% 올랐다. 장기추세치를 2.5% 상회하고 있다. 글로벌 가계부채는 11.9% 증가했다. 글로벌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도 68.7%로 최근 5년 평균치 64.0%보다 높았다.

우리나라의 금융취약성 지수는 9월말 56.4도 6월말 59.2보다 낮아졌지만 2010년 이후 장기평균 31.3보다 여전히 높다. 9월 이후 주택 매매 가격 오름세가 둔화됐지만 소득 대비 주택 가격 비율(PIR), 가격임대료 비율(PRR)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한 ‘Z-스코어 지수’는 1.8로 장기평균 0을 큰 폭으로 상회하고 있다는 게 한은의 설명이다.

(출처: 한국은행)


◇ 가계부채 부실화만으로도 성장률 -2.2%


우리나라의 가장 고질적인 문제로 꼽히는 ‘가계부채’만 한정해도 보더라도 가계부채 부실화가 커질 경우 마이너스 성장세가 예상됐다. 금융위기와 같은 거대한 위험이 나타나지 않더라도 주택 가격 하락, 소득 감소 등 예상치 못한 충격에 성장률이 4분기 이후 -2.2%로 추락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3분기보다 금융불균형이 더 악화됐을 때를 전제로 했다. 이 역시 발생 가능성은 10%에 불과하나 그 만큼 가계부채 위험이 크다는 방증이다. 이 경우 가계대출 부도율은 작년말 0.83%에서 1.18%로 상승할 것으로 예측했다. 부실규모도 5조4000억원에서 9조6000억원으로 증가한다.

가계부채는 9월말 1845조원으로 2010년말(843조원)보다 두 배 이상 급증했다. 가계의 채무가 과다해 원리금 상환부담이 커질 경우 소비를 제약할 가능성도 크다. 총부채상환비율(DSR)이 45.9%를 기록하면 부채가 소비를 제약할 수 있는데 3월말 평균 36.1%로 아직 그 수준은 아니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현재보다 DSR이 8%포인트 상승하면 저소득층과 청년층 중 부채로 인해 소비를 줄이는 가구의 비중은 각각 27.7%, 19.7%에 달할 것으로 추정됐다.

주택 가격이 하락하면 가계 빚이 감소하는 ‘디레버리징’이 나타날까. 가계의 총자산 대비 실물자산 비중이 64%로 미국(29%), 일본(38%)보다 높은 상황이다. 실질소득이 감소하면 자산을 매각해 유동성을 확보할 소지가 크다는 얘기다. 더구나 DSR이 40%를 초과하고 자산 대비 부채비율(DTA) 100%를 초과하는 고위험가구도 작년말 40만 가구에 달한다. 2년만에 10만 가구가 늘어났다.

하지만 한은은 경기 회복세가 지속되는 데다 가계의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이 9월말 평균 40.1%에 불과해 디레버리징 가능성은 낮다고 평가했다. 또 빚을 못 갚아 은행에 집이 넘어가더라도 은행이 경매를 통해 새 주인을 찾아줄 것이고 이 과정에서 주담대가 경락잔금대출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아 빚이 줄어들진 않을 것이란 판단이다.

한은은 금융불균형이 여전히 높은 수준으로 이를 점진적으로 완화하기 위한 정책 대응 노력이 필요하다며 기준금리 인상에 힘을 실어줬다. 또 가계부채 증가 억제를 위한 노력도 일관되게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가계부채의 자산시장으로의 유입을 완화하기 위해 주택공급 확대 등도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최정희 (jhid0201@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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