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유정의 음악 정류장] [8] 우리나라 최초의 캐럴

장유정 단국대 자유교양대학 교수·대중음악사학자 2021. 12. 23.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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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 발표된 첫 번째 캐럴(성탄 축하곡)은 무엇일까? 음반 기준으로 지금까지 밝혀진 자료에 따르면 윤심덕이 1926년 노래한 ‘파우스트 노엘’이다. 한기주와 함께 도쿄음악학교 사범과를 졸업한 윤심덕은 임배세와 마찬가지로 우리나라 초기 성악가로 활동했다. 하지만 윤심덕은 단순한 성악가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1926년 목포 부호 출신의 아들이자 극작가인 김우진과 대한해협의 물거품으로 사라진 윤심덕! 그는 당시는 물론이고 2021년 현재까지도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지금까지 그가 발표한 노래는 ‘윤심득(尹心得)’이라는 이름으로 발표한 노래까지 포함해 38곡이다. 이 중 음원이 밝혀진 노래는 음반 세 장, 총 6곡이다. 제목만 남은 노래 등을 볼 때 그는 동요, 서양 민요, 일본 유행가 번안곡, 찬송가, 캐럴 등 다양한 노래를 불렀다. 특히 그가 죽기 전에 마지막으로 녹음한 ‘사(死)의 찬미’는 당시 크게 유행하면서 ‘유성기’를 대중에게 알리기도 했다. 윤심덕을 성악가를 넘어서 초기 대표 대중가요 가수로 보는 이유다.

윤심덕이 발표한 노래 중 캐럴로 보이는 것은 ‘파우스트 노엘’과 ‘산타클로스’였다. ‘산타클로스’는 아직까지 음원이 발견되지 않아서 정확하게 어떤 노래인지 알 수 없다. 두 노래 모두 1926년에 발표되었으나 음반 번호상으로 ‘파우스트 노엘’이 ‘산타클로스’보다 앞서니 ‘파우스트 노엘’이 현존하는 첫 캐럴 음반이다. 그 온전한 내용을 알 수 없다가 ‘파우스트 노엘’ 음반을 유일하게 소장하고 있는 이경호 선생이 세상에 소개하였다. 결국 ‘파우스트’가 ‘퍼스트(first)’란 뜻이라는 것과, “노엘 노엘 노엘 노엘 이스라엘 왕이 나셨네”라는 노랫말로 익숙한 ‘노엘(The First Noel)’이라는 것이 밝혀졌다.

한국 캐럴의 역사도 어느덧 100년이 되어간다. 1920년대를 시작으로 광복 이후 1950년대, 60년대, 70년대까지 수많은 가수가 창작 캐럴과 번안 캐럴을 불렀다. 여기에 1966년 서영춘을 시작으로 “달릴까 말까”로 웃음을 자아낸 심형래의 ‘징글벨’처럼 개그맨들이 노래한 캐럴도 대거 등장했다. 현재도 많은 가수가 캐럴을 만들고 부른다. 예전만큼은 아니지만 캐럴이 있어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내는 것도 사실이다. 크리스마스는 ‘온 세상이 함께하는 사랑의 시간’이라 했던가. 캐럴을 들으며 우리 마음에도 사랑이 피어나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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