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타워] 공수처는 언론을 사찰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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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찰(査察). 출범 첫돌도 지나지 않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이런 음습한 용어가 붙기 시작했다.
공수처는 무슨 수사를 어떻게 하길래 이렇게 요란한 것일까.
본지 대검찰청 출입기자만 해도 공수처는 물론이고 검찰, 경찰 등 전 사정기관이 통신자료를 조회한 것으로 확인됐다.
공수처가 수사로 정치와 선거에 개입하는 것인지 과거 언론과 검찰이 그에 개입한 의혹이 있어 수사를 받는 처지인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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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찰(査察). 출범 첫돌도 지나지 않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이런 음습한 용어가 붙기 시작했다. 사찰의 사전적 의미는 ‘조사해 살피다’이나, 실제 용례에선 일제강점기나 군사독재체제에서 사상이 의심되는 인사들의 동태를 감시해 조처하던 것과 같은 반문명적 행태에 사용된다.
우선 통신사실확인자료와 통신자료란 용어, 수사실무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전자는 수사대상(피의자)과 통화·문자 등을 나눈 △전화번호 △통신일시 및 시간 △인터넷 로그 기록 △위치추적자료 등 정보로 이뤄진다. ‘숫자의 나열’이다. 기관은 이들 주인을 확인하기 위해 △가입자명 △주민등록번호 △주소 등으로 구성되는 통신자료를 요청한다. 전자가 법원 ‘허가서’를 필요로 한다면 후자는 공문만으로 처리된다.
여기서 우리 사회는 신속한 수사와 인권 보호 중 어느 것을 우선할지 논의 끝에 수사에 방점을 찍었고, 여러 차례 논란이 일었지만 지금에 이르고 있다. 사찰 핵심 근거인 통신자료 취급이 법원 통제가 아닌 임의적이고 자의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수사기관의 업은 ‘과거의 재구성’이다. 현대사회에서 통신내역 확보는 수사 단계마다 ‘알파요 오메가’가 된다. 이렇게 지난 한 해 사정기관에 넘어간 통신자료는 약 550만건이다. 본지 대검찰청 출입기자만 해도 공수처는 물론이고 검찰, 경찰 등 전 사정기관이 통신자료를 조회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정도이면 국가의 전방위 사찰인가.
이전과 달라진 것은 공수처란 새 기관의 등장이다. ‘털려본 일이 없는’ 고위직 검사들이 줄지어 입건돼 있다. 돈독한 관계이든 서로 잘 모르는 기자·취재원의 관계이든 한 번이라도 통신을 시도한 사실이 있으면 조회 대상이다. 왜 갑작스레 많은 기자, 특정 언론사, 기자 아닌 사회 여러 분야 전문가가 조회됐는지 차분히 자문할 일이다. 기자 가족까지 조회된 사실은 어떻게 설명되는가. 기자가 수사대상 ‘공범’으로 입건됐을 것이라는 게 수사 관계자들의 추정이다.
공수처는 지금 편향, 무능 등 여러 오명을 뒤집어쓰고 있다. 공수처가 기자를 공범으로 입건했다면 수사대상이 아닌 만큼 검경으로 이첩했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럼에도 이들 사실을 뒤섞어 ‘언론 사찰’ ‘민간인 사찰’로 규정하는 행보는 온당한 것일까. 공수처가 수사로 정치와 선거에 개입하는 것인지 과거 언론과 검찰이 그에 개입한 의혹이 있어 수사를 받는 처지인지 지켜볼 일이다.
조현일 사회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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