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인망식 통신 자료 조회 논란 일파만파..공수처는 버티기

최재서 2021. 12. 22. 2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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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찰 논란, 언론에서 정치권까지 번져..공수처 "적법 절차" 해명만 되풀이
인권위 진정·검찰 고발 잇따라..김진욱 처장 침묵
국민의힘, 야당 국회의원 통신자료 조회 관련 고발장 접수 (서울=연합뉴스) 백승렬 기자 = 국민의힘 유상범 법률지원단장(가운데)과 정희용 의원(왼쪽), 권오현 법률자문위원이 22일 오후 서울 대검찰청 민원실에 '야당 국회의원 통신자료 조회 관련 김진욱 공수처장, 최석규 공수처 부장검사의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 혐의'로 고발장을 제출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2021.12.22 srbaek@yna.co.kr

(서울=연합뉴스) 이대희 최재서 기자 =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통신 자료 조회가 언론, 정치권을 대상으로 폭넓게 이뤄진 것으로 드러나면서 논란이 일파만파로 확산하고 있다.

공수처는 적법 절차를 지켰다면서도 광범위한 통신 조회가 어떤 경위에서 이뤄진 것인지 설명을 전혀 내놓지 않고 있다.

공수처는 22일 국민의힘 의원들의 통신 자료를 조회한 기록이 잇따라 공개되자 "적법 절차에 따라 수사를 진행했다"는 짤막한 입장만 반복했다.

통신 조회 논란은 지난 8일 '조국 흑서' 공동 저자인 김경율 회계사가 공수처의 통신 자료 조회 사실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밝히면서 처음 불거졌다.

수사기관은 주요 피의자, 참고인의 통화 내역을 조사할 때 통화 상대방을 파악하기 위해 가입자 정보를 확보하는데, 이 정보가 바로 '통신 자료'다. 가입자는 이동통신사에 통신 자료 제공 현황을 요청해 어떤 수사기관이 자신의 정보를 요청했는지 파악할 수 있다.

김 회계사를 시작으로 기자들이 잇따라 이동통신사에 자료 제공 현황을 요청했고, 공수처가 10여 개 언론사 기자 수십 명을 상대로 통신 자료를 조회했다는 사실이 잇따라 공개됐다.

그중 공수처의 이른바 '이성윤 황제 조사' 의혹을 보도한 TV조선 기자의 어머니, 해당 기자와 통화한 외교 전문가 등도 조회 대상이 된 것으로 파악되면서 사태가 커졌다.

공수처가 통신 영장을 발부받아 TV조선 기자의 통화 내역을 뽑아보는 과정에서 기자와 통화한 이들의 통신 자료까지 함께 조회된 것이다.

공수처는 '황제 조사' 보도에 활용된 폐쇄회로(CC)TV 영상을 검찰 관계자가 유출한 정황을 내사하는 과정에서 기자의 통화 내역을 확보한 것이라는 입장이지만, 사실상 '언론 사찰'이 아니냐는 반발을 불렀다.

논란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공수처가 사회부 기자뿐 아니라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담당 기자를 비롯한 정치부 기자들의 통신 자료를 조회한 사실이 하나둘 드러나기 시작했다.

다수 정치부 기자들의 통신 자료가 조회된 일자 중 하나인 10월 1일에는 이른바 '채널A 사건'에 연루됐던 이동재 전 채널A 기자와 이 전 기자의 지인도 조회된 것으로 알려졌다. '고발 사주' 의혹과 관련해 공수처가 이 전 기자를 상대로 통신 영장을 발부받았다는 추정이 가능한 대목이다.

이 전 기자 측은 "정치적 목적이 의심되는 민간인 사찰"이라며 "법적 대응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정치부 기자뿐 아니라 정치인들도 공수처 통신자료 조회 대상이 됐다. 국민의힘 조수진 의원이 전날 통신자료가 공수처에 제공된 내역을 공개했고, 같은 당 의원들도 속속 통신 조회 사실을 파악하기 시작했다.

국민의힘은 '전수조사'에 돌입했고 이날 오후 기준으로 소속 의원 7명이 공수처 등 수사기관의 통신 자료 조회 대상이었던 점이 확인됐다. 김기현 원내대표는 "명백한 불법사찰로 당 차원의 추가 대응에 나설 예정"이라고 밝혔다.

정부과천청사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현판 정부과천청사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현판[연합뉴스 자료사진]

공수처의 통신자료 조회의 부당함을 문제 삼는 고발과 진정도 잇따랐다.

시민단체 서민민생대책위원회는 김진욱 공수처장을 직권남용 혐의로 고발했고, 경찰은 전날 경기남부청에 배당해 수사에 착수했다.

법치주의바로세우기행동연대(법세련)는 통신 조회가 헌법상 기본권을 침해한다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했다.

국민의힘 법률지원단 역시 김 처장과 최석규 공수처 부장검사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대검찰청에 고발했다.

공수처는 지난 13일 처음 입장을 내고 "수사 과정에서 나온 휴대전화 번호의 주인이 누구인지를 확인하며 수사 대상에서 배제하는 과정일 뿐 사찰은 어불성설"이라고 반발했다.

논란이 수그러들기는커녕 확산하는데도 공수처는 침묵하고 있다.

이날까지도 공수처 측은 "적법절차를 지켰으며 구체적인 수사 상황에 대해선 말할 수 없다"는 말만 반복했다. 사실상 시간을 끌며 버티기를 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공수처 내부에서는 통신 자료 조회가 통상적인 수사 절차이고 검찰과 경찰도 빈번하게 사용하는 방식인데 공수처만 문제 삼는다는 불만도 나온다.

통신 자료 조회는 통신사실확인과 달리 법원의 영장이 필요 없다.

실제 이번에 국민의힘 의원들이 확인한 수사기관의 통신자료 조회 내역 가운데에서도 검찰이나 경찰이 조회한 기록이 여럿 있었다. 언론사 기자들도 공수처뿐 아니라 검찰, 경찰 등 다른 수사기관으로부터 조회당한 사례가 적지 않다.

그러나 공수처가 검찰 개혁의 산물로 태어난 대안적 기관으로, '인권 친화적 수사기구'를 표방하고 있는 데다 김진욱 처장도 그간 검찰의 악습을 반복하지 않겠다고 여러 차례 밝힌 만큼 논란을 회피해선 안 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무분별한 통신 조회에 엄격한 운용 기준을 세우는 등 대책을 스스로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법조계에서는 무차별 통신조회가 유괴, 납치 등 시간을 다투는 강력사건 수사 때나 활용될 뿐이라며 공직 비리 사건에서 제한 없이 이뤄지는 건 신중하지 못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공수처가 언론을 상대로 통신 영장을 발부받았다는 점이나 통신 조회 대상이 광범위한 점 등에 비춰 권한을 넘어선 '저인망 수사'를 한 게 아니냐는 우려에도 해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acui72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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