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을 만드는 '실천의 힘'

한겨레 2021. 12. 22. 2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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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프레더릭 와츠가 그린 <희망> (Hope·1886년작)이라는 제목의 그림이 있다.

두 눈을 붕대로 감은 한 여인이 낡은 류트(기타와 비슷한 고악기)를 연주하고 있다.

자세히 보면 현이 다 끊어져버리고 마지막 남은 한 줄을 만지며 연주하고 있다.

실천의 중요성을 이처럼 강력하게 가르친 강의가 어디에 있을까? 이후 그 길을 '러스킨의 길'이라고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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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심정] 황산의 인문학 봉인풀기]

사진 픽사베이

조지 프레더릭 와츠가 그린 <희망>(Hope·1886년작)이라는 제목의 그림이 있다. 두 눈을 붕대로 감은 한 여인이 낡은 류트(기타와 비슷한 고악기)를 연주하고 있다. 여인은 미지의 별 위에 앉아 슬픈 듯이 고개를 숙인 채 손가락을 움직이고 있다. 자세히 보면 현이 다 끊어져버리고 마지막 남은 한 줄을 만지며 연주하고 있다. 멀리서 아주 작은 별빛 하나가 빛나고 있다. 절대 절망의 이미지를 자아내는 이 그림에서 우리는 희망의 낯선 기호를 발견하게 된다. 점점 줄이 끊어지고 줄곧 실패가 반복되었지만 아직 한 줄이 남아 있다. 마지막 남은 현 하나마저 끊어질 때까지 노래를 멈추지 않는 그 몸짓 속에 희망의 진정한 의미가 담겨 있는 것이 아닐까?

조지 프레더릭 와츠의 <희망>

코로나 팬데믹이 장기화되면서 사람들이 점점 우울해지고 무기력감을 느낀다. 이런 때일수록 내면의 불꽃이 꺼지지 않게 해야 할 것이다. 희망의 빛줄기를 열고 지탱하는 방법이 있을까? 그 첫째는 말을 바꾸는 것이다. 체념과 불평의 말을 던져버리고 긍정과 상호 응원의 언어를 사용하는 일이다. 둘째는 실천이다. 자신의 몸을 움직여 실행할 때 변화가 시작된다.

나는 영국 옥스퍼드대 교수 러스킨의 일화를 좋아한다. 비 오는 날 그는 진흙탕 길을 힘겹게 걸어 강의실로 갔다. 학생들 역시 질퍽이는 길을 걸어와 강의실이 어수선했다. 강의를 시작하자 곧 러스킨은 학생들에게 물었다. “오늘 비가 내려 강의실로 오는 길에 우리는 매우 곤란을 겪었습니다. 이런 경우 어떻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나요?” 한 학생이 대답했다. “그 길을 고쳐야지요.” “그렇다면 여러분, 지금 당장 나가서 길을 고칩시다.” 러스킨은 강의를 중단하고 학생들과 함께 밖으로 나가 그 길을 반듯하게 고쳤다. 실천의 중요성을 이처럼 강력하게 가르친 강의가 어디에 있을까? 이후 그 길을 ‘러스킨의 길’이라고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영국 러스킨의 거리

1년 전 우리 가족은 실천이 만들어낸 작은 기적을 경험했다. 아들이 저녁 산책길에서 주머니에 끼워둔 가죽장갑을 잃어버렸다. 나는 아들을 되돌려 보냈다. 결코 찾을 수 없다는 태도를 보이며 귀찮아했지만 산책한 경로를 따라 갔다 오게 했다. 아들은 빈손으로 돌아왔다. 이번에는 내가 나섰다. 아들이 걸었던 길을 지도를 통해 확인하고 다시 그 길을 추적했다. 경로를 아는 이상 확률이 높다고 보았다. 게다가 누가 이 코로나 시대에 다른 사람의 장갑을 주워 가서 자기 손에 끼겠는가? 집에서 150m 떨어진 빵집 앞 보도블록 위에 떨어져 있는 장갑을 발견했다. 기적처럼 장갑이 되돌아왔다. 집안 분위기가 확 달라졌다. 기적이라고 말했지만 사실 이건 기적이 아니다. 확률 게임의 일종이다. 그보다도 나는 이것이 실천의 힘이라고 믿는다.

사진 픽사베이

가만히 있으면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내가 움직이지 않으면 모든 것이 정지한다. 하지만 무언가 행동하면 그 행동이 상황을 변화시키기 시작한다. 때로는 가시적인 성과를 얻을 수 없지만, 결코 포기하지 않고 실천했다는 그 흔적을 자기 몸에 지니게 된다. 희망은 작은 실천을 통해 밝아진다. 그 작은 몸짓이 희망이다.

황산/인문학연구자, 아트앤북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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