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호재의 왜들 그러시죠?〕광주MBC라디오 시사프로 폐지..시민사회 '부글부글'

박호재 2021. 12. 22. 1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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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시민이 '황동현의 시선집중' 프로그램 폐지와 스태프 고용 보장을 촉구하는 1인 피켓시위를 펼치고 있다./광주=박호재 기자

시민민주주의 지방분권 시대, 지역방송 스스로 정치적 역할 축소 구성원들 ‘반발’

[더팩트 ㅣ 광주=박호재 기자] 광주MBC가 경영난을 이유로 큰 폭의 예산 삭감을 추진하면서 시사 라디오 프로그램을 폐지 또는 축소해 파문이 일고 있다. 특히 지역의 주요 이슈 및 인물 이야기를 때로는 날카롭게, 때로는 소소한 재미를 안겨주며 지역 청취자들과의 공감대가 깊었던 시사 프로그램인 ‘황동현의 시선집중’을 폐지해 이제는 들을 수 없게 됐다. 시민사회의 반발 또한 거세다.

라디오는 보이지 않는 매체다. 이 같은 정의는 보지 않아도 되는, 보여주지 않아도 되는 매체라는 의미로 환언해볼 수 있다.

그렇다면 어떤 이들이 듣기만 하고 볼 필요 없는 라디오를 선호할까? 답은 그렇게 어렵지 않다. 다른 활동을 하면서 라디오가 전파하는 메시지를 수용하는 이들이다. 이를테면 모바일이나 퍼스널 컴퓨터가 제공하는 이미지나 영상 콘텐츠에 편하게, 그리고 오랜 시간 매달릴 수 없는 ‘쉴 새없이 일하는, 노동하는 사람들’이 라디오의 팬들이다.

일을 위해 장시간 대륙의 이곳저곳을 주행하는 노동의 유형이 많은 미국에서 라디오 방송이 특별히 각광을 받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이러한 특 장점 때문에 디지털 영상 콘텐츠의 쓰나미 속에서도 라디오는 존재감을 유지하고 있다.

광주 MBC의 시사 라디오 프로그램 ‘황동현의 시선집중’(이하 시선집중)이 경영 합리화를 명목으로 폐지된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시민사회가 부글거리고 있다. 이 프로그램이 그동안 시민들의 신뢰와 사랑을 받아왔다는 증거일 것이다.

시선집중의 폐지가 특별히 아픈 대목은, 중앙의 거대 매체들이 내세우는 이슈에 종속되지 않고 지역의 시선으로 시사를 새롭게 주시하며 지역의 현안들을 여과 없이 들춰내 온 지역 밀착형 프로그램의 역할을 톡톡히 해왔던 점이다.

중앙 거대매체 중심의 뉴스에 지역의 이슈들이 묻혀버리는 뉴스 독과점 현상에 대한 대안 프로그램으로 지역민의 사랑을 받아왔던 게 사실이다. 이런 의미에서 시선집중은 지방분권 시대와 지방자치 활성화 차원에서 소금 역할을 해왔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지역방송의 본질적인 측면에 가장 근접한 프로그램이었던 셈이다.

프로그램 폐지 파문은 광주 MBC에 또 다른 복수노조 설립으로까지 점화됐다. ‘시선집중’ 뿐만 아니라 TV 정보 프로그램 ‘오매 전라도’, 문화콘서트 ‘난장’ 등 광주MBC를 대표하는 프로그램들의 2022년 폐지가 예고됐기 때문이다.

다수의 프리랜서 스태프들이 일자리를 잃을 위기에 처했고, 프로그램의 존치를 강력히 주장해온 보도본부 보직간부들이 뉴스 제작과는 무관한 부서로 인사발령 조치되고 있다. 사측의 방침에 저항하는 직원들은 ‘가차 없는 인사조치’라는 경고를 보낸 것이다.

사측은 이들 프로그램이 내려지는 이유를 ‘경영 합리화’의 일환으로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시민사회는 이 명분에 반론을 펴고 있다. ‘콘텐츠가 전부’인 콘텐츠 중심 미디어 시대에 시민의 사랑을 받는 프로그램의 확장을 꾀해도 부족할 판에 이를 없애겠다는 논리를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다.

복수노조의 깃발을 올리면서 발표한 제2 노조 구성원들의 성명도 가슴을 친다. 조합이 조합원들의 권익을 대변하는 것과 함께 뉴스와 제작 자율권 침해 등 공정방송의 본질을 지켜가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를 스스로 포기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노‧노 갈등으로 확산된 이같은 반발은 중앙 MBC 본사와 정수장학회가 제1, 제2 대주주로 구성된 지역 MBC의 편성‧경영권 독립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져주고 있기도 하다. 서울 본사가 지역방송의 근간을 언제라도 흔들 수 있다는 위태로운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민민주주의 시대의 화두인 지방분권은 지역이 중앙에 종속된 형태에서 벗어나 독자적인 자치체계를 형성하여 자생적인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이를 위해 지역의 정보소통을 원활하게 하고, 지역민의 의견을 수렴하여 여론을 형성하는 지역 언론의 역할은 중요하다.

이런 의미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지역방송에 대한 지원규모는 태부족하다. 정부의 지원확대를 위해 방송 구성원들 모두가 부단히 힘을 모아야 하는 국면에 지역방송 스스로의 정치적 역할을 위축시키는 프로그램 개편에 대해 시민사회는 눈총을 보내고 있다.

시민 청취자들이 공감할 수 있는 광주 MBC 구성원들의 혜안을 기대해 본다.

forthetrue@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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