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방, 의식주에서 '주' 책임지는 프롭테크 기업으로 날다
10년 전만 해도 집을 구하려면 근처 가까운 부동산공인중개사사무소 유리창에 붙은 매물 관련 정보를 살피고 눈치 게임을 해야 했다. 부동산 애플리케이션(앱)이 보편화된 요즘에는 일단 앱부터 검색하고 원하는 가격대와 시기의 매물이 있으면 그제야 공인중개사사무소에 연락하는 식으로 바뀌었다. 바뀐 문화를 주도한 건 올해 10주년을 맞은 국내 최초 부동산 앱 '직방'이다.
직방의 처음은 부동산 앱이 아니었다. 서울대 물리학과에 진학한 안성우 직방 대표는 닷컴 열풍을 목도한 것을 계기로 벤처 창업을 결심했다. 군 복무 후 전공을 통계학으로 바꾸고 창업을 위해 공인회계사 자격증을 딴 뒤 2005년부터 3년간 삼일회계법인에 몸담았다. 이후 2년간 벤처캐피털 블루런벤처스에서 투자심사역으로 일했다. 2010년 11월 창업한 회사가 직방 전신인 '채널브리즈'다.
부동산업계의 산들바람
안 대표는 산들바람을 뜻하는 영어 단어 브리즈(breeze)를 키워드 삼아 산들바람 같은 신선한 아이디어가 불어오는 통로가 될 기업을 만들고자 했다. 첫 아이템은 소셜커머스(‘포스트딜')였으나 재미를 보지 못했고, 2012년 부동산 분야 최초 O2O(Online to Offline) 서비스 '직방'을 선보인 이래 2015년 사명을 직방으로 바꾸고 현재까지 운영하고 있다. 폐쇄적이고 정보 불균등이 심하던 부동산업계에 산들바람을 일으킨 셈이다.그로부터 10년, 직방은 아파트·빌라·오피스텔·원룸 시장을 망라하며 부동산(property) 분야를 IT(정보기술·tech)로 편리하게 만드는 프롭테크(proptech) 기업으로 거듭났다. 누적 투자 유치액이 2280억 원으로 일찌감치 유니콘 기업(기업가치가 10억 달러 이상인 스타트업) 반열에도 올랐다. 지난해 매출 458억 원에 영업이익 38억 원, 순이익 74억 원으로 흑자 전환에도 성공했다.
2012년 직방은 원·투룸 및 오피스텔 전월세 정보와 함께 '직접 찍은 방 사진'을 제공하며 차별화에 성공했다. 이용자의 가려운 부분을 긁어준 것. 2016년 6월 이용자 타깃을 넓히면서 아파트 단지 정보 서비스를 시작했다. 해당 아파트에 실제로 살아본 입주민의 '거주민 리뷰' 기능과 전국 아파트 단지를 직접 찾아다니면서 정보를 수집해 제공하는 '현장투어' 기능도 구현했다.
올해 6월에는 디지털 트윈 기술(실제 사물을 가상화해 온라인상에 실제와 똑같이 구현하는 기술)을 활용해 아파트 단지 전체를 3D(3차원)로 보는 '3D단지투어' 서비스를 선보였다. 직방 관계자는 "지금까지 집 내부를 입체 평면도로 보여주는 기술은 많았지만, 단지 전경과 호별 내부 및 외부 모습을 똑같이 CG(컴퓨터 그래픽)로 구현한 서비스는 없었다. 원하는 동의 호수를 선택하면 각 호에서 바라보는 전경, 일조량까지 확인할 수 있다. 매물의 동·호수까지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은 부동산 앱 중 직방이 최초"라고 말했다.
한편 2019년 3월 출시한 '모바일 모델하우스' 서비스는 코로나19 사태로 재조명받았다. 타입별 분양가와 주변 입지 특성, 그리고 전문가 분석 영상 등을 온라인으로 만날 수 있는 서비스로, VR(가상현실)와 CG 등 프롭테크 기술을 활용해 견본주택에 방문하지 않아도 원하는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코로나19 피해가 컸던 지난해에는 아예 견본주택을 짓지 않고 이 서비스를 통해 분양한 사례도 있었다.
안 대표는 최근 언론과 인터뷰에서 "부동산 거래 플랫폼을 넘어 '사는(live) 것에서 사는(buy) 것'까지 책임지는 주거 종합 플랫폼"을 목표로 삼고 "우리 삶의 중심이 되는 의식주 중 주(住)를 책임지는 기업으로 성장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직방은 2018년 '호갱노노' 인수를 시작으로 셰어하우스 우주, 슈가힐(네모), 이웃벤처(호텔리브), 모빌 등을 인수하며 몸집을 불리고 있다.
직방만의 '불량 매물' 해법
전 직원이 2월부터 오프라인 출근을 하지 않고 '클라우드 워킹'(Cloud Working: 원격근무)을 하고 있다. 6월부터는 국내 최초 메타버스 협업 툴 '메타폴리스(Metapolis)'를 자체 개발해 사용 중이다. 메타폴리스는 단순한 프로그램이 아닌 하나의 가상공간으로, 직방은 이곳에 30층짜리 건물을 한 동 지었다. 직방 오피스는 이 건물 4층에 있다. 직방 관계자는 "아직은 메타폴리스가 직방 내부 협업 툴로만 활용되지만 서비스가 고도화되면 글로벌 론칭을 할 예정"이라며 "가상공간이라 직방이 쓰지 않는 나머지 층을 다른 기업에 분양할 계획도 있으나 상용화 일정은 미정"이라고 덧붙였다.물론 직방이라고 늘 좋은 얘기만 있는 것은 아니다. "직방에서 보고 갔는데 실제 매물이 없더라" "직방에서 보고 간 것보다 비싸다" 같은 이용 후기가 늘어나면 신뢰도가 하락하게 마련이다. 이와 같은 문제는 어떤 식으로 풀어가고 있을까.
현재 직방은 안심운영정책을 위반한 회원 공인중개사에게 강력한 페널티를 주고, 3회 이상 누적되면 직방 서비스를 1년간 이용할 수 없게 하고 있다. 직방 관계자는 "이용자가 오인할 수 있는 거짓·과장 광고를 근절하고자 강도 높은 자율정책을 수립해 운영하고 있으며, 잘못된 광고를 게재한 회원 공인중개사를 엄격하게 관리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모든 이용자의 매물 상담 내용을 전수조사하고 진위를 판단하는 것이 허위 매물 근절에 효과적이라고 여겨 업계 최초로 모든 이용자를 대상으로 공인중개사와의 상담 과정을 직접 조사해 허위 매물을 확인하는 고객안심콜을 운영하고 있다. 거짓·과장 광고로 피해를 본 이용자는 헛걸음보상제로 구제하고 있다"고 답했다.
구희언 기자 hawkey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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