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상] 돌파감염서 버티기

김철중 논설위원·의학전문기자 2021. 12. 22. 0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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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백신을 맞았는데도 코로나에 걸렸다는 사람이 너무 많다. 60대 이상 감염자의 절반 이상이 백신 2차 접종을 마친 경우다. 새 변종 오미크론은 부스터샷(3차 접종)까지 일부 무력화하고 있다. 미국은 첫 등장 3주 만에 신규 감염자의 73%가 오미크론으로 바뀌었다. 우리나라도 시간문제다. 돌파 감염이 더 거세게 올라올 상황이다.

▶바이러스끼리도 치열한 생존경쟁을 벌인다. 2년 전 중국 우한서 시작된 코로나19 원형은 현재 찾아볼 수 없다. 새 변종은 살아남기의 일환으로 사람 목 세포에 더 잘 달라붙는 형태로 진화한다. 목에 닻을 거는 스파이크 단백질 변이가 델타는 2개지만, 오미크론은 15개다. 센 놈이 목 안을 차지하면 순한 것들은 들어올 자리가 없다. 바이러스는 사람 몸 밖에 있으면 죽으니, 밀려난 것들은 길거리를 헤매다 며칠 내 사라진다.

▶코로나와의 대결은 도전과 응전의 전쟁이다. 코로나19가 등장해 인간을 공격하자, 인류는 mRNA 백신을 만들어 대응했다. 수세에 몰리는가 싶던 바이러스는 델타 변이를 만들어 백신을 무력화했다. 이에 인류는 부스터샷으로 대항했다. 그걸로 승기를 잡은 듯했으나, 바이러스는 오미크론을 내세워 역공을 시작했다. 장군과 멍군이 교차하는 긴박한 형세다. 인류 과학이 오미크론에 특화한 백신을 내년에 내놓겠다고 하나, 바이러스가 무엇을 새로 등판시킬지 모른다.

▶돌파 감염은 수두나 독감 인플루엔자 등 다양한 감염병에서도 일어난다. 사람마다 백신 항체 생산량과 지속 기간이 다르고, 변이는 언제든 일어나기 때문이다. 시련을 이겨내면 더 강해지듯 ‘돌파 감염자’는 수퍼 면역력이 생긴다. 그들의 혈액 속 항체는 화이자 백신 2차 접종 후 2주 지난 수준보다 1000% 더 효과적이고 풍부하다는 연구 결과가 최근 미국 의사협회저널(JAMA)에 실렸다. 그렇기에 돌파 감염은 대개 가벼운 증상만 일으키고 백신 미접종자보다 치유가 빠르다.

▶백신은 바이러스를 감지하고 전투를 치르는 보병(중화항체)만 키우지 않는다. 적의 형태와 상관없이 바이러스로 인한 염증에 대처하고 전쟁터를 유리하게 정리하는 주력군(T세포 면역)에도 동원령을 내려 전쟁 훈련을 시킨다. 변종이 중화항체를 피해 철책선을 뚫고 들어와도, 준비 태세를 갖춘 주력군이 있기에 큰 화는 피할 수 있다. 빗발치는 돌파 감염 속에서 건강하려면, 부스터샷으로 방어막을 치고, 면역력과 단련된 체력으로 버텨야 한다.

/김철중 논설위원,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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