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의 맛과 섬] [82] 고성 도루묵찌개

김준 전남대 학술연구교수 2021. 12. 22. 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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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성 도루묵 찌개/김준 광주전남연구원 섬발전지원연구센터장

날씨가 몹시 춥다. 이렇게 한파가 이어지면 도루묵처럼 냉수성 바닷물고기 맛은 더욱 깊어진다. 농어목에 속하는 도루묵은 강원도 고성, 속초, 강릉, 삼척에서 많이 난다. 이곳에서는 도루묵을 돌묵, 돌메기라고 한다. 또 은어(銀魚), 목어(木魚), 환목어(還木魚), 환맥어(還麥魚)라고도 부른다. 도루묵은 날씨가 따뜻할 때는 진흙이나 모래가 많은 수심 200m 이상 깊은 바다에 머물다 산란기인 11월에서 12월에 연안으로 올라온다. 해초나 바위 등에 산란한다. 이 시기에 어민들은 통발을 놓아 잡는다. 그물도 이용한다.

도루묵 찌개로 유명한 고성/김준 광주전남연구원 섬발전지원연구센터장

조선 시대 어보 ‘난호어목지’에는 “도루묵은 강원도와 함경도의 바다에서 난다. 배는 마치 운모 가루를 바른 듯 빛이 나며 흰색이다. 그래서 토박이들은 은어라고 부른다”고 했다. ‘고금석림’에는 고려 시대 임금이 동해로 피난 갔다가 목어라는 물고기를 먹고 맛이 너무 좋아 은어라 했는데, 환궁 후 다시 찾아 먹었는데 그 맛이 나지 않아 ‘도로목어’라 했다고 한다. 강원도 바닷가에서는 비리지 않은 도루묵을 삶아 김장할 때 양념과 함께 버무려 넣기도 한다. 여름에 도루묵이 많이 잡히면 흉년이 든다는 말이 있다. 한류성 어종이 여름에 많이 잡힌다는 것은 이상기온으로 농작물이 피해 볼 우려가 있다는 신호로 통한다.

도루묵 찌개로 유명한 고성/김준 광주전남연구원 섬발전지원연구센터장

고성에서는 도루묵을 꾸덕꾸덕 말려 식해를 만들기도 한다. 잘 말린 도루묵은 겨우내 두고두고 양념에 볶거나 조림으로 밥상에 올린다. 제철에 싱싱한 도루묵을 이용해 구이와 탕과 찌개를 만들기도 한다. 도루묵탕은 수컷 도루묵이 좋고, 구이는 알배기 도루묵을 많이 이용한다. 특히 고성에서는 도루묵 알을 삶아서 파는 상인도 있었다. 먹을 것이 없던 시절에 도루묵 알은 최고 간식이었다. 날이 추워지면 도루묵찌개가 인기다. 속초어시장에서는 도루묵회를 맛볼 수도 있다. 이 무렵 통발로 도루묵을 잡으려는 여행객들이 강원도 바닷가로 모여든다. 도루묵은 수산 자원 회복 대상종이다. 자원 회복과 환경오염 방지를 위해 ‘1인 1통발’ 사용과 체험 후 통발 수거, 주변 정리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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