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아빠 찬스' 이력서에 물러난 민정수석, '춘풍추상'의 전기로
[경향신문]
김진국 청와대 민정수석이 21일 ‘아빠 찬스’를 쓰려 한 31세 아들의 이력서에 책임을 지고 물러났다. 문재인 대통령은 논란이 불거진 지 하루 만에 김 수석이 낸 사표를 곧바로 수용했다. 취업난이 극심한 와중에 인사 기강을 세워야 할 청와대 고위 인사가 불공정 문제의 중심에 서는 황당한 일이 벌어진 것이다. 조기에 엄중히 책임을 물은 것은 온당하다.
김 수석의 아들은 최근 5개 기업에 낸 자기소개서에 부친이 현직 민정수석임을 적시했다고 한다. 그러곤 “아버지께서 많은 도움을 주실 것입니다” “제가 아버지께 잘 말해 이 기업의 꿈을 이뤄드리겠습니다”라거나 “한번 믿어보시고 저는 거짓말하지 않습니다”라는 말을 덧붙였다고 한다. 입시원서나 이력서에 부모·친인척 직업도 쓸 수 없는 시대에 상식 밖의 언행을 한 것이다. 당혹스러웠을 기업들은 모두 당사자에게 사실관계를 확인했고, 불합격 처리했다. 김 수석은 이날 사퇴 회견 후 “제 아들이 부적절한 처신을 한 것은 전적으로 제 책임”이라며 국민에게 사과했다. 김 수석은 “아들이 불안과 강박 증세 등으로 치료를 받아왔다”고 전했으나, 그것이 면죄부가 될 수는 없다.
이 사건이 터진 후 여권 인사들의 부적절한 행동도 있었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관련 기사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리며 “김 수석은 투명하다고 확신하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달았다. 정부에서 법치·공정 문제를 주도해야 할 법무장관이, 심각한 일탈행위가 벌어졌음에도 김 수석부터 감싼 것이다. 조현병을 겪어온 아들의 SNS 사연을 여당 의원이나 청와대 인사가 공유하기도 했지만, 사안 자체를 축소·두둔하거나 동정에 머물 문제는 아니다. 이 사건은 이력서를 쓰고 또 쓰며 높은 취업 벽에 좌절하고 이따금씩 들리는 채용 비리에 피울음을 삼켰을 청년들의 눈과 맘으로 온 사회가 새겨야 한다.
김 수석이 임명 9개월 만에 물러나면서, 문재인 정부의 민정수석 5명 중 조국 전 수석을 제외한 4명이 단명하는 기록을 남기게 됐다. 공직 기강과 인사 검증을 지휘하는 민정수석이 불미스러운 일에 휩싸이고 공석이 되풀이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언행의 힘과 무게가 더한 자리일수록 스스로의 도덕성과 비리엔 더 엄격해야 한다. 정부는 임기 말이지만 김 수석 경질을 청와대 곳곳에 걸어둔 ‘춘풍추상(春風秋霜)’의 경각심을 높이는 전기로 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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