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브스레터 이브닝 (12/21) : 볼썽사나운 국민의힘 집안 싸움..국민은 안중에 없나
퇴근길에 보는 뉴스 요약, 스브스레터 이브닝입니다.
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회 내부 싸움이 오늘(21일) 주요뉴스가 돼 있네요. 그런데 싸우는 이유나 싸우는 방식이 볼썽사납고 가관이에요. 싸움 안에 국민은 없고 감정 대립과 힘 과시, 충성 경쟁들만 보이기 때문이죠. 정치가 코로나에 지친 국민을 위로하지 못하고 오히려 더 힘들게 하는 뉴스네요.
이준석 "선대위 모든 직책 내려 놓겠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조금 전 기자회견을 했는데요, 선거대책위원회의 모든 직책을 내려놓겠다고 했어요. 이 대표는 선대위 공동상임선대위원장과 홍보미디어총괄본부장을 맡아왔으니까 그 자리에서 물러나겠다는 거죠. 다만 당 대표로서 당무는 성실하게 하겠다고 했네요. 선대위 직책 사퇴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선대위 구성원이 상임선대위원장의 지시를 따를 필요가 없다고 한다면 선대위 존재의 필요성을 부정하는 것"이라고 했는데요, 어제(20일) 설전을 벌인 조수진 의원을 겨냥한 말로 들리네요.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대면 회의장 설전…후보 지시만 듣는다?
취재 기자들의 말을 들어 보면 어제(20일) 국민의힘 선대위 비공개 회의에서 한바탕 고성이 오가는 말싸움이 벌어졌다고 해요. 이준석 대표가 공보단 운영 문제를 지적하자 조수진 의원이 받아치면서 설전이 시작됐다는데요. 조 의원이 선대위 공보단장이거든요. 조 의원이 "나는 후보 지시만 따른다"고 받아치자 이 대표는 "상임선대위원장(이 대표 자신)이 아니면 누구 지시를 듣는다는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고 합니다. 이 대표가 '쾅' 소리가 들리도록 책상을 내려쳤다는 보도도 있었고요. 두 사람의 고함은 밖에서도 들렸다고 하니 세게 맞붙긴 한 모양이에요.
SNS로 확전…사퇴 공방
선대위 회의 석상에서의 설전은 이후 SNS에서 재점화됐어요.
# 어제(20일) 오후: 조수진 의원이 기자 응대 과정에서 링크를 올렸는데요. 그 링크가 보수 유튜브 방송의 링크였죠. '이준석 황당한 이유로 난동! 정신건강 우려된다! 지금이라도 사퇴시켜야!'라는 제목이었어요.
# 어제 저녁: 이 대표도 참지 않았어요. 페이스북에 "도대체 조 단장은 왜 공보 업무에 집중 못 하고 이준석 정신건강을 걱정하는 가로세로연구소 링크를 복수의 언론인에게 전송하고 계신가"라면서 "알아서 거취 표명을 하라"고 날을 세워 공격했죠.
# 어젯밤: 조수진 의원이 사과했어요. 페이스북에서 "여유가 없어 벌어진 일이지만, 이유를 막론하고 잘못된 것이다. 이준석 대표님에게 사과드린다"며 고개를 숙였지요. 유튜브 방송 링크를 보낸 이유에 대해서는 "아침 상황(비공개 선대위 설전)이 정리가 잘 된 것이라는 문자와 유튜브 링크를 받고 내용도 확인하지 않은 채 계속 통화를 요청하는 출입기자 세 분에게 (링크를) 전달해드렸다"고 설명했어요.
# 오늘(21일) 아침: 이준석 대표가 다시 조 의원 사퇴를 압박했어요. 페이스북 글에서 "아침에 일어나서 사과 같지도 않은 사과 해놓은 것 보니 기가 찬다. 깔끔하게 거취표명 하십시오"라고 적었어요.
# 오늘 오후: 위에 간추려 적었듯이 이 대표가 기자회견하고 선대위 모든 직책에서 물러나겠다고 했어요. 조 의원은 기자회견 전에 이 대표를 만나려고 대표실에서 기다렸지만 이 대표가 나타나지 않아 만남은 불발됐어요. 기자들에게는 "정말 송구하다"고 말하며 갈등 진화에 부심한 모습이라고 하네요.
국민은 보이지 않는다
정치판에 있는 분들에게는 국민의힘 집안 싸움에서 잘잘못을 가리거나 선거 영향을 분석하는 게 중요하겠지요. 하지만 그런 측면면 보면 더 중요한 걸 놓치는 겁니다. 이번 대선에서 정책이 실종됐다는 얘기 참 많이 나오는데요, 최근엔 두 후보 측이 상대 가족 문제 공격하느라 정책은 뒷전이죠. 정책의 대상은 국민인데, 정책이 실종됐다는 건 국민을 보지 못한다는 말과 다르지 않죠. 당장 코로나 대응만 놓고 보더라도 대선 전 추경 필요성, 집권 시 코로나 손실보상금 규모, 재원 마련 방법 등 민생과 직결된 문제를 어떻게 풀아나갈지 청사진을 제시하는 게 대통령하겠다는 후보의 기본 자세일 겁니다. 윤석열 후보는 집안 싸움에 대해 "그게 민주주의"라는 말도 했던데요, 글쎄요. 민주주의라는 말이 워낙 백인백색으로 해석되기는 하지만, 국민을 짜증나게 하는 집안 싸움까지 민주주의의 과정으로 이해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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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표 기자minpyo@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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