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IMO 대응체계 강화해야

변상근 2021. 12. 21.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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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정철 한국조선해양기자재연구원장

국제해사기구(IMO)는 지난 1982년에 탄생한 유엔 산하 전문기구다. 1997년 채택된 교토의정서에 따라 특정 국가에 속하지 않는 국제 해운 분야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감축을 IMO가 담당하면서 강력한 국제 규제기관으로 대두됐다. 우리나라는 1962년에 가입했고, 1991년 처음으로 C그룹 이사국에 진출했다. 2001~2023년에 11회 연속 A그룹 이사국으로 선출돼 33년 동안(1991~2023) 이사국 지위를 유지하기로 했다. 이번 A그룹 이사국 11회 연속 진출은 그동안 우리나라가 선박 온실가스 감축, 자율운항선박 도입 등 국제 해사 분야 발전에 기여한 점을 인정받은 것이다.

우리나라는 이제 이러한 국제 위상을 바탕으로 조선 기자재 산업계에 새 활력을 불어넣는 실행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온실가스 감축전략 초침이 빨라지면서 조선 기자재 분야 탈탄소·탄소저감 기술 등 친환경 신기술이 조선 산업 1위라는 위상을 지속할 것인가를 판가름하는 척도가 되기 때문이다.

우리 정부는 이러한 환경 규제에 대응하고 조선 산업계 기술개발 촉진을 위해 오는 2022~2031년 10년 동안 총 2540억원을 투입, '친환경선박 전주기 혁신기술 개발사업'을 추진한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경쟁국 대비 빠른 기술 개발뿐만 아니라 우리 기술과 기준이 국제표준이 되도록 하는 일이다. 우리 조선업계는 세계적인 선박 건조기술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핵심 기술과 원천 기술을 해외에서 도입, 많은 비용을 치르고 있다. 한 예로 올해 우리나라 기업이 많은 양을 수주한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은 극저온 단열 화물창 기술을 보유한 프랑스 GTT사에 척당 평균 100억원 상당의 로열티를 지급했다.

그러나 향후 시장이 열릴 것으로 전망되는 암모니아·수소 추진선 등 무탄소 연료 선박, 자율운항 선박 등의 IMO 관련 규범은 현재 제정되지 않았다. 우리가 선제적으로 대응한다면 LNG 운반선 화물창과 같이 대규모 로열티를 지급하는 일을 사전에 방지할 수 있다. 우리 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기자재를 탑재한 선박을 건조하면서 로열티도 수입원으로 삼을 수 있다.

새 국제인증 기준은 IMO에서 기준 적용 범위와 시기가 결정된다. 세부적인 기술 기준은 국제표준화기구(ISO), 국제전기기술위원회(IEC) 등 국제표준단체 표준을 준용하거나 새 제정을 요구하기도 한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 조선소 또는 기자재 기업이 선도하는 기술이 국제표준이 되도록 IMO 활동에 선제 대응해야 한다. 지금까지는 해운업계와 조선업계가 각자도생을 위해 IMO 회의에 대응했다면 이제는 조선 산업, 나아가 기자재 산업부터 선제 대응하는 인프라를 갖춰야 한다.

포스코가 개발한 극저온용 고망간강 사례를 되짚어 봐야 한다. 포스코는 고망간강을 LNG용 소재로 인정받기 위해 2015년부터 IMO 코드 개정을 위한 대응 활동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IMO는 해사안전협약 개정을 4년 주기로 발효한다. 만일 이 사실을 조선 업계와 기자재 업계가 잘 알고 2018년 7월 1일 이전에 개정안을 제출했다면 지난해 1월 1일부터 개정안이 발효될 수 있었을 것이다. 업계는 IMO 코드 개정 프로토콜에 대해 사전적으로 잘 인지하지 못하고 기술개발을 추진한 탓에 적시에 대응하지 못했다.

조선 산업 핵심 경쟁력은 단순한 블록 조립 공정과 기술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니라 결국에는 핵심 기자재 기술 경쟁력에서 판가름 난다. 설령 먼 미래에 조선 생산 현장이 해외로 이전되더라도 핵심 기술과 조선 기자재는 지속적으로 대한민국에서 주도해야 한다. 이를 위해 'K-조선기술'이 세계 표준이 되도록 조선과 기자재 산업을 담당하는 산업통상자원부가 IMO에 적극 대응하는 체계를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 탄소중립이라는 세계적인 도전 앞에서 실기하지 않길 바란다.

배정철 한국조선해양기자재연구원장 justin@komeri.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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