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코로나에 더 넓어진 아이들의 디지털 세상
[경향신문]
“엄마 게임해도 돼?” “내 친구 유튜버래.” 올 한 해 9살 아이와 나눈 대화 내용을 곰곰이 생각해보니 온라인 관련 내용이 많다.
코로나19는 우리 아이들에게 스마트폰을 가장 친한 친구로 만들어 줬다. 요즘 아이들에게 스마트폰은 최고의 친구이고, 유튜버는 아이들이 미래에 하고픈 직업 중 하나이다.
과거 인기의 척도는 ‘말하면 누구나 아는’으로 대략 가늠했지만 이제는 온라인 채널의 구독자와 좋아요, 팬 수 등 숫자로 말하는 시대가 되었다. 아동들도 콘텐츠를 소비하는 것을 넘어 직접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생산자가 되면서 소비와 생산의 경계가 무너지고 다양한 연령대가 만들어내는 콘텐츠 시장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었다. 또한 장소와 시간을 벗어나 언제 어디서나 원하는 것을 마음껏 볼 수 있는 시대가 되면서 자녀를 둔 부모들의 걱정도 늘었다.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이 아동과 보호자 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디지털 문해력 조사 결과에 따르면, 아동들은 디지털 환경에 친숙하고 적극 참여하는 반면 자기 조절과 보안, 비판적 읽기는 부모 세대보다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는 디지털 세상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형태의 권리침해, 폭력도 이제 가볍게 넘길 수 없음을 여러 경험을 통해 알고 있다. 유엔아동권리위원회 일반 논평(디지털 환경과 아동 권리)에 참여한 아동들은 디지털 기술이 현재의 삶과 미래에 중요하며, 아동 권리는 디지털 환경에서도 반드시 보호, 존중, 실현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올해 우리나라는 유엔아동권리협약 비준 30주년을 맞았다. 하지만 아동들이 누려야 할 권리가 담겨 있는 유엔아동권리협약을 아동의 73.2%가, 부모의 55.2%가 알지 못한다고 답했다. 아동들은 스마트폰을 보고 자랐고 여기에 친구와 정보가 있다. 아동 권리 중 잘 지켜지지 않는 권리가 보호받을 권리와 참여할 권리라고 한다. 아동들의 권리가 디지털 환경에서도 소외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어른들이 할 일은 디지털 세상에서 아동들 스스로 권리를 찾고 참여할 수 있는 환경과 제도를 만드는 것이다. 누구나 채널을 가질 수 있는 시대에 아이들을 디지털 시민으로 잘 키우는 것이 지속 가능한 성장이자 미래를 위한 준비다.
이서영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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