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민주주의 망칠 포퓰리즘 점입가경

기자 2021. 12. 20.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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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대 대통령 선거일이 채 3개월도 남지 않은 지금, 압도적인 1위 후보가 없어 여론조사 결과가 발표될 때마다 1, 2위 후보의 희비가 엇갈리는 상황이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의 지지도가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 운영 지지율보다 낮고,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가 정권교체율에 못 미치는 지지도를 기록하는 것은, 두 후보 모두 지지율이 답보 상태이거나 높은 정권교체 욕구를 제대로 수용하지 못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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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수 이화여대 행정학과 교수

제20대 대통령 선거일이 채 3개월도 남지 않은 지금, 압도적인 1위 후보가 없어 여론조사 결과가 발표될 때마다 1, 2위 후보의 희비가 엇갈리는 상황이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의 지지도가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 운영 지지율보다 낮고,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가 정권교체율에 못 미치는 지지도를 기록하는 것은, 두 후보 모두 지지율이 답보 상태이거나 높은 정권교체 욕구를 제대로 수용하지 못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내년 5월 10일 취임하는 새 대통령은 향후 5년이라는 막중한 시기의 국가 정책을 향도하고 국민의 공감대를 마련해 사회보험 개혁, 지속 가능한 성장동력의 회복 등 쉽지 않은 국정 과제를 계속 추진해야 한다. 하지만 정작 유세 현장이나 발표되는 공약에서 깊은 철학적 가치에 대한 진정성을 의심하게 할 만큼 말을 쉽게 뒤집거나 인기 영합하려는 모습을 자주 보여 우려스럽다.

이 후보의 경우, 간판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기본소득이나 국토보유세 도입, 공시지가 현실화, 전국민 재난지원금 지급 등을 철회하거나 접으면서 국민이 반대하기 때문이라고 해명한다. 실용주의라기보다는 중도층 표를 끌어오려는 작전상 후퇴나 꼼수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한 발 더 나가 국민을 대리하는 것이 정치이고 이들의 의사를 대변하는 것이 포퓰리즘이라며 본인은 포퓰리스트라고 강변하기까지 한다.

윤 후보도 마찬가지다. 노동시장 유연화를 통한 경제살리기를 주장하면서도 공무원과 교원노조 전임자의 타임오프제, 공공기관 노동이사제를 찬성하고 받아들이는 게 시대적 흐름이라며 노동계를 끌어안으려 한다. 주 52시간제에 대한 비판과 최저임금 제도의 폐해, 5인 미만 근로기준법 적용에 사회적 합의를 강조하는 그 역시 일관된 철학의 빈곤이라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민주주의는 다수결 투표(majority voting)로 대리인을 뽑고 중도적 생각을 지닌 계층을 포용하는 집단이 집권하게 된다. 당연히 대선 후보로서는 중원을 장악하고자 하는 목적으로 각종 공약과 정책을 표방하게 된다. 하지만 정책의 실현 가능성이나 가치 판단, 옳고 그름 등 본래 목적을 외면하고 대중적 인기에만 영합해 목적을 달성하려는 행태에 대해 국민은 준엄한 표(票)를 행사해 왔다. 바로 몇 해 전, 미국에서 도널드 트럼프가 대통령에 당선되고 영국이 브렉시트 국민투표로 유럽연합(EU)을 탈퇴하는 것을 보면서 전 세계가 포퓰리즘 양상이 만연함을 실감했다.

스티븐 레비츠키와 대니얼 지블랫은 공저 ‘어떻게 민주주의는 무너지는가’에서 상호 관용과 제도적 자제라는 민주주의 관습과 규범을 강조했다. 내 편과 네 편을 가르고, 눈앞의 이득을 위해 왔다 갔다 하기보다 더 포괄적인 민주주의와 다원주의로 맞서야 한다. 사회 양극화를 완화해 유권자 간 지속적인 연대감을 부여해야 한다. 계층 갈등과 경제 불평등 등으로 정치 참여자 간 공존이 불가능할 정도로 분열이 심해지면 민주주의를 일탈로부터 보호하는 규범의 가드레일이 약해지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의 제20대 대통령으로서 북핵 위협과 경제위기를 극복하고 안전하고 부강한 국가로 이끌 지도자로는, 포퓰리스트 아닌 진정한 자유민주주의·시장경제 수호자를 뽑아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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